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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03-15 20:53

북한 ‘깡패외교’에 대처하는 방법

글쓴이 : KINSA

연초부터 계속되던 북한의 도발적 협박이 도를 넘고 있다. 우리 민항기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으니 말대로라면 남은 것은 실제 군사행동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쟁’을 걱정하는 한숨소리가 깊어지고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가 더 얼어붙는 듯하다. 그러나 6.25 때는 평화협상 하자면서 기습 남침을 했었다. ‘전쟁’을 정말로 도발 하려면 그렇게 하는 법이다. 북한의 실제 행동도 협박과는 좀 거리가 있다는 말도 있다. 그래서 북한이 큰소리부터 친 데는 도발 못지않게 남남 갈등을 촉발하고 우리 ‘대북정책을 바꾸라’는 압력 같은 다른 뜻도 있고 심지어 힐러리도 한마디 했듯이 ‘후계체제를 위요한 불안정’ 같이 감추고 싶은 내부사정이 깔려 있는게 아니냐 하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협박은 북한이 활용해 온 깡패외교(brinkmanship)와 ‘간접침략’의 일상적 수단이다. 지금도 북한은 협박하는데, 우리 사회에는 당장 백기를 들라며 맞장구를 치고, ‘그것 보라’며 '비핵 개방 3000' 구상을 ‘햇볕’으로 되돌리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어차피 '비핵‘이 아니라면 평화가 무의미하고 ’개방’이 안 되면 북한 경제의 연착륙도 불가능 하다. 무리한 요구가 아닌 것이다. 그리고 따지고 보면 오늘 이런 사태야 말로 진작부터 우려해온 햇볕정책의 유산이요 후유증이다. 오늘 북한의 유달리 오만하기 짝이 없는 언행에는 햇볕 속에서 만들어 놓은 핵에 대한 자신감과 매사 ‘남조선은 강짜를 부리고 위협하면 된다.’는 식의 그릇된 믿음이 깊이 깔려 있지 않은가? 앞으로도 김정일 체제가 지속되는 한 이런 협박은 당연히 계속 될 것이고, 만약 북한 핵이 기정사실화 해가거나 하면 더욱 자심(滋甚)해 질 것이다.

우리가 그럴 때마다 전전긍긍(戰戰兢兢) 휘둘리면서 북한에 새로운 승리를 안겨주면 혹시 그 때 잠시는 조용해줄지 몰라도, 계속 반복되는 더 큰 요구와 협박 속에서 자유대한의 미래가 흔들리게 될 것이다. 그럴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그렇다면 더 늦기 전에 이런 불합리한 관행은 단호히 끊어 내야 한다. 차제에 확고하고 의연한 태도로 북한의 우리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태도부터 고쳐 주고 국제사회의 보편적 기준이 존중되는 정상적인 상호관계를 확립해야 하는 것이다. 시간이 좀 걸리고 긴장이 일시 더 높아진다 해도 이것은 어차피 언제든 한 번은 겪고, 또 이겨내야 할 과정이기도 하다. 단지 지금은 북한이 왜 저렇게까지 나오는지 그 내심을 꿰뚫어 보면서 민족의 미래를 보는 큰 차원에서 좀 더 유연한 대처도 필요하지 싶다.

바로 이런 때일수록 중요한 것이 튼튼한 한‧미동맹이다. 한‧미동맹이 튼튼해야 보다 유연한 대북정책도 가능 할 것이기 때문이다. 멀어져 가는 미국의 관심을 붙들어 ‘21세기 한·미 전략동맹’의 새로운 관계를 확립해야 하고, 동맹이 칼집이라면 연합사는 동맹의 현실체요 그 칼날인데, 차제에 가능하면 연합사도 되살려야 할 상황이다. 그것도 이른바 북한 급변사태와 중국의 개입 가능성 등 멀지 않아 휘몰아칠지도 모를 한반도 상의 안보태풍을 고려하면 서둘고 또 서둘러야 한다. 그럼에도 최근 미 의회 군사위원들과 힐러리 국무장관이 다녀가면서도 아프가니스탄 문제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고 희희낙락 좋아하는 이가 많던데 지금은 오히려 그들이 왜 초미의 관심사를 말도 꺼내지 못 했던가를 걱정해야 할 때인 것이다.
이른바 ‘불량국가(Rogue State)’와 함께 살아가면서 안정과 평화를 향유하려면 누구보다도 의연하게 지혜로운 노력과 용기를 발휘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실로 우리 모두의 가장 냉철한 지혜와 전략적 용기가 필요한 때다.<끝>

<김희상 육군중장(예)/정치학 박사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