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를 통해 본 평화유지활동 조명

(PKO: Peacekeeping Operation)

이 글은 한국안보문제연구소의 발간지 KINSA Report 제3호(2016.8)에 게재된 내용이다.

권행근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소장

태양의 후예

‘태양의 후예’가 마지막 회 시청률 40%를 기록하면서 종영된지 서너 달이 지났음에도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대륙에서 조차 인기와 열풍이 대단하다. 국내에서도 ‘태양의 후예’ 열풍으로 드라마 속 유시진 대위·서대영 상사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늘면서 직업 군인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서 육군에 따르면 지난해 부사관 6,800명 선발에 전국에서 2만 4,000명이 지원해 경쟁률은 3.53대 1이었고, 학군장교 지원자 역시 지난해 4,040명 선발에 2만 520명이 몰려 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한다.

재난 현장에서의 휴머니즘, 군인으로서 사명감과 명예심 이야기이기도 하고, 사랑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이기도한 이 드라마에서 특별히 주의를 끄는 것은 우르크라는 가상 국가에 한국이 평화유지군을 파병한다는 상황 설정이다. 평화유지군이라는 새로운 상황설정도 그러하고, 군복에 베레모를 쓴 주인공의 멋있는 모습은 시청자의 시선을 시종일관 붙든다.

그녀 앞에 특전사 사람이 전할 유서가 있다고 말한다. 떨리는 여주인공의 손으로 유서가 전해진다.

‘작전을 나가기 전에 우리는 유서를 씁니다. 강선생이 이 편지를 받지 않길 바랍니다. 염치없지만 강선생이 오래 울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날 너무 오래 기억하지는 말아요. 부탁합니다.’ 유서는 이렇게 끝맺는다.

특전사 사람이 말한다. “훈련 간 교통사고로 처리됩니다. 기밀유지서약에 사인을 해주셔야 합니다."

"그 사람의 죽음이 누군가의 생명을 구했나요?"

"어딘가에... 평화를 지켰나요?"

"조국을 위한 일이었나요...?"

특전사 사람이 말한다. "네 그렇습니다."

드라마 속의 이 장면들은 깊은 감명을 준다.

우리나라의 평화유지활동 (PKO: Peacekeeping Operation)

우리나라는 1993년 드라마 속 주인공 유시진 대위의 선배 격인 상록수부대 252명이 유엔의 깃발 아래 처음으로 소말리아 국제평화유지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한국전쟁 때 원조를 받았던 나라가 40년 만에 국제사회에 줄 수 있는 나라가 된 것이다. 2016년 6년 17일 현재 우리나라는 13개국에서 1,118명이 활동 중이다. 평화유지활동 참여는 국제사회에서 우리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준다. 파병부대의 성과가 바로 그 나라 국가 위상의 척도라는 말은 파병임무를 경험한 당사자들에게는 참으로 피부에 와 닿는 말이다. 평화유지활동의 본보기라든가 재해 복구 활동의 성공적 모델이라든가 이러한 평가가 있었다라고 하면 자신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 올라간다.

2010년 지진으로 큰 상처를 입은 아이티에 파병된 단비부대, 2013년 태풍으로 폐허가 된 필리핀에 파병된 아라우부대¹, 2004년부터 2008년까지 4년 3개월 동안 이라크 아르빌 지역에서 재건지원 및 민사작전을 수행한 자이툰부대는² 타 파병국의 본보기, 복구 활동의 성공적 모델, 동맹군 중에서 가장 모범적인 활동을 전개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³ 최근에 파병한 에볼라 대응 긴급구호대는⁴ 치사율 50%가 넘는 바이러스가 창궐한 시에라리온에서 희생과 봉사가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일반적으로 한국군은 평상시에도 대민지원을 정규작전 이상으로 잘 수행한다. 그래서 대민지원 형태의 평화유지활동, 예를 들면 복구, 건설, 의료지원 등이 임무로 주어진 경우에는 수준 높은 민사작전능력을 발휘하여 현지 주민들의 지지를 조기에 확보하고 자자한 칭송을 자주 듣는다. 이것은 한국군의 탁월한 능력이자 자랑이기도 하다.

동티모르 이야기

그러나 정말 그렇게 보이는 것일까?

필자는 2000년 1월부터 1년간 동티모르 유엔임시정부(UNTAET) 평화유지군(PKF) 사령부에서 평화유지군 참모장으로 근무하였다. 1월에 부임하여 우선 2월까지 호주 주도의 국제군(INTERFET) 임무를 인계받고, 30여 개국에서 오도록 되어있는 사령부 요원 250여 명이 근무할 사무실과 식당, 숙소를 마련하고, 도착예정인 사령관과⁵ 부사령관을⁶ 맞을 준비도 해야 했고, 평화유지군 교전규칙과 운영예규도 작성해야 했다. 2월 이후에는 국제군 사령부로부터 접수한 호주군, 뉴질랜드군, 포르투갈군, 브라질군, 파키스탄군, 요르단군, 방글라데시군, 필리핀군, 태국군, 칠레군과 우리 한국군(상록수부대)을 작전통제하여 치안을 유지하고 동티모르 독립국가 건설을 지원하는 임무를 수행하였다. 각국의 파견부대들은 모두 나름대로 열정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1999년 10월 동티모르에⁷ 파병된 한국군 상록수부대는 교전임무를 부여받은 최초의 전투부대였다. 상록수부대에 대한 우리 국방부의 기록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기술되어 있다.

....상록수부대의 헌신적이고 성실한 임무수행으로 주민들은 상록수부대를 다국적군의 왕(달라이 무띤), 한국 최고(코레아 파구스)라 불렀고, 구스마오 동티모르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주민을 진심으로 위하고 평화를 위해 앞장서는 한국군에게 띠모르레스떼를 대표해 감사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였다. 현지 유엔 기구로부터는 평화유지활동 참여국 중 가장 모범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칭찬과 평가는 인터넷 기록물에는 어떻게 남아 있을까?

구글에서 INTERFET East Timor나 UNTAET East Timor를 입력하고 들어가 보면 각각 800여 장의 관련 사진들을 볼 수 있다. 그 당시 이런 저런 현장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보이고, 이런 저런 참가국 군인들의 활동 모습이 많이도 찍혀서 인터넷 영상물 섹션에 올라와 있다. 그런데 사진들을 살펴보면 의아한 생각이 드는 것을 피할 수 없다. 마지막 사진을 넘길 때까지 우리의 상록수 부대 활동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다국적군의 왕”이라는 칭송을 받았다는 상록수부대가 영상물 섹션 사진 속에서 보이지 않다니..... 상록수부대가 관심 밖이었다는 말인가? 왜 그럴까? 왜 눈에 뜨이지 않을까? 이유는 실은 그들이 우리를 높게 보지 않았다는 말이다. 답은 보신주의에 있다.

대한민국은 파병할 때 지극히 보신주의 정책을 취한다. 해외파병의 건이 제기되면 진보시민단체들이 일단 들고 일어나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언론이 이를 기사화하고, 정치권이 동조 기색을 보이고, 그래서 국방부는 여론과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보수진영에서는 북한이 휴전선 건너편에서 무력도발을 엿보고 있는 엄중한 안보상황하에서 국외로 무슨 군사력을 내보내느냐고 질타하고 진보진영에서는 젊은이들의 피를 다른 나라 땅에서 흘리도록 보내서는 안 된다면서 미국의 대리전 운운하고 떠든다. 그러니 평화활동 또는 국제협력 현장에서 대한민국 파견부대의 최우선순위 과제는 안전이라는 것이 출발 전부터 이미 각인되어진다. 그러나 일단 군인의 신분이 되면 ‘태양의 후예’에서처럼 항상 생명의 위험을 감수하고 임무를 수행하는 확고한 사생관과 책임감, 나아가 국가관을 덕목으로 하는 직종임을 잊어서는 안 되는 법이다.

언젠가 전방부대배치를 조정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인도네시아와의 접경지역에서 임무를 수행중인 호주군 일부가 귀국한다는 것이다. 사령부에서 논의가 진지하게 이루어졌고 그 과정에서 교체 투입부대로 상록수부대가 고려되었다. 왜냐하면 상록수부대가 맡고 있는 동쪽 로스팔로스 지역이⁸ 가장 안전하고 질서가 정착되어 있어 부대규모를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제일 높았다(이것은 그동안 상록수부대가 임무 수행을 잘하였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령부는 예하부대에 대한 작전통제권한을 보유하고 있지만 부대를 움직이려면 당사국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그래서 상록수부대를 경유하여 대한민국에 동의를 구하였다. 대한민국은 동의하지 않았고 상록수부대는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요르단 대대가 투입되었다.

대한민국 평화유지군은 민사업무의 탁월한 능력으로 주민들의 칭송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국제 언론이나 국제사회에 권위 있게 인용되거나 존경의 대상으로 떠오르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보신주의ㅡ안전이 최우선이므로 위험한 작전에는 참가하지 않는다. 이러한 행동패턴은 제삼자의 눈에는 임무에 충실한 헌신적인 부대로 보이지 않을 것은 자명하다.

유엔평화유지활동의 운영 방향

그러므로 민사업무도 잘 하면서도 치안, 경계, 호송 등 위험하다고 공인하는 작전활동도 수행하려는 적극적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우리 대한민국 평화유지활동의 가치와 의미를 제고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진정 일류국가의 국민으로 인정받는 길 중의 하나는 국제사회에 격조 높은 행동을 보여주는 것이다.

유엔평화유지활동은 유엔활동 중 규모도 단연 최대이고 돈도 제일 많이 쓴다. 현재 123개국 약 10만 명이 참여한 가운데 16개 임무가 진행 중이며 올해에만 유엔평화유지군에 약 82억 달러(약 9조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우리나라는 대략 2%에 해당하는 1억 6천 달러를 분담하고 있고 이것은 세계 순위 12번째이다. 네델란드, 스위스, 벨기에가 차례로 우리나라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이러한 지표는 한편으로 국제사회에 대한민국의 위상을 알리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대한민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감 수준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므로 더욱 대한민국의 평화유지활동 파견부대는 임무에 충실하고 헌신적인 부대로 행동함으로서 그 기대감에 부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한편 국제사회가 일반적으로 유엔평화유지군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유념하면서 대한민국의 평화유지활동 참여가 이루어지도록 끊임없는 정책적 고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다른 나라의 예이긴 하지만,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허울로 분쟁지역에서 시민들의 학살을 방관하고,⁹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른 명령을 우선시해 유엔의 작전지시를 거부한 사태에 대하여 비난과 비판이 일고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¹⁰ 최근에는 윤리문제까지 제기되었다.¹¹

오늘도 유엔평화유지군은 전 세계의 가장 불안한 지역에서 ‘UN’이라고 흰색글자가 가운데에 적힌 파란 헬멧을 쓰고 지구촌에서 가장 불행한 이들을 지킨다. 여러 가지 문제가 노정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엔평화유지활동은 지구촌에서 가장 유용한 분쟁해결의 기구인 것만은 확실하다. 마침 국방부가 의뢰하여 한국리서치가 조사한 최근의 ‘국군 해외 파병’에 대한 국민 의식조사에서 74%가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평화유지활동도 보신주의에서 벗어나 “태양의 후예”의 주인공들처럼 헌신적인 휴머니즘, 책임감, 명예심, 국가관을 견지하고 이중적 지휘계선의 부담이 본연의 임무 수행을 훼손하지 않도록 정신적 자세와 태세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해외파병 자체에 개인적 찬반이 있을 수 있겠지만, 드라마 속 유시진 대위의 선배와 동료들이 흘린 땀방울과 헌신은 대한민국 국민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세계에 전파하는 위대한 전진의 진행형이다. 이것은 과거와 현재처럼 미래에도 계속되어야 할 우리의 비전이자, 우리의 과제다.<끝>

미주

1. 아라우(Araw)는 필리핀 현지어로 태양, 희망을 뜻한다. 의미는 '어둠 뒤에 태양이 온다'이다.

2. 자이툰(영어: Zaytun, 아랍어: نوتيز)은 아랍어로 올리브를 뜻하며, 이는 평화를 상징한다.

3. 국방부 홈페이지, 국방정책>세계 속의 한국군>평화유지활동

4. 2014. 12. 13 ~ 2015. 3. 23 군의관과 간호장교를 주축으로 3진으로 편성, 총 24명의 의료진과 11명의 지원대가 3개월간 에볼라(Ebola hemorrhagic fever/에볼라 바이러스에 의해 일어나는 급성 출혈열)가 창궐한 시에라리온에서 긴급구호 활동을 수행하였다.

5. UNTAET PKF 사령관(Force Commander) 필리핀 육군 중장 Jaime de los Santos

6. UNTAET PKF 부사령관(Deputy Force Commander) 호주 육군 소장 Michael G. Smith

7. 1999년 10월 우리 정부는 유엔의 요청(유엔안보리결의안 제1264호;1999. 9.15)이 있자 전투부대를 파견하여 호주군이 주도하는 다국적군의 일부로 동티모르 내 치안을 확보하는 임무를 수행하였다. 동티모르는 1999년 8월 30일 유엔 감시 하에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하여 그 결과 80%가 독립을 지지하였는데 이에 불복하는 친인도네시아 민병대가 유혈 폭력사태를 일으켰고, 이 과정에서 약 20여만 명의 대규모 난민이 발생하고 수백 명의 주민이 피살된 참혹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8. 상록수부대는 동티모르에서 가장 동쪽, 인도네시아와의 경계선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그러니까 민병대의 활동이 가장 적어 안전한 지역인 로스팔로스(Lospalos)를 책임지역으로 부여받았다. 상록수부대는 철수 시까지 세 가지 유형, 즉 1999년 10월부터 2000년 2월까지는 국제군(INTERFET; International Force in East Timor)으로, 그 후 2002년 5월까지는 UN 평화유지군(UNTAET PKF; UN Transitional Administration in East Timor, Peacekeeping Force)으로 로스팔로스에서, 그 후 2003년 10월 철수 시까지는 서쪽의 오쿠시지역에서 UN 평화유지군(UNMISET PKF; UN Mission of Support in East Timor, Peacekeeping Force)으로 임무를 수행하였다. 유형에 따라 임무 중점은 다르겠지만 대개 치안유지, 민사작전 및 핵심 시설에 대한 경계제공 등의 임무를 수행하면서 재건지원 및 인도적 활동을 전개하였다. 서티모르 내에 고립된 오쿠시에서는 양국 간 영토분쟁으로 매우 민감한 국경지역에 국경통제소 5개소를 설치하고, 전술통제선 순찰을 주임무로 실시하였다.

9. 사례#1 - 1994년 4월 중순부터 르완다에서 유엔의 방관으로 100여일 만에 투치족 80여만 명, 온건 후투족 20만 명이 잔인한 방식으로 살해됐다. 당시 르완다 인구의 10%가 희생당했으며 1분당 7명꼴로 살해당한 참극으로 기록되어 있다. 당시 전 세계의 비난에 직면했던 유엔평화유지군은 이후 변모하려 노력했다.

사례#2 - 2000년 서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이 내전에 돌입하면서 영국인 등 외국인 수십 명이 처형당했다. 시에라리온 수도 프리타운에는 인도군 소속 유엔평화유지군이 주둔해있었지만 아무런 역할을 못하고 내전이 발발하자 곧바로 퇴각했고, 주민들은 반정부 세력에게 잔인하게 살해되었다. 시에라리온 파병 영국군 지휘관 David Richards 장군은 “인도 정부는 시에라리온 주둔 인도군의 안전에만 신경 썼다”며 “이들은 중립의 의무를 핑계로 시민들을 무참히 살해하는 반군을 그대로 뒀다”고 비난했다.

사례#3 - 지금까지 가장 많은 병력(50개 임무에 18만 명)을 내놓은 인도 정부는 현지 주민의 안전을 지켜야 할 결정적 고비의 순간마다 유엔평화유지군을 퇴각시켜 사실상 대학살을 방조하는 행태를 되풀이하여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다. 인도 정부는 “유엔평화유지군의 역할은 상황을 감시하는 것이지 군사적인 직접 개입에 있지 않다”고 변명하고 있다. 미국 뉴욕 싱크탱크인 국제협력센터(CIC; Center on International Cooperation)의 Richard Gowan 연구원은 “인도정부가 2012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유엔평화유지군을 철수시킨 것은 대량학살과 강간, 테러 등을 사실상 도운 것”이라며 “당시 Kofi Annan 유엔사무총장이 해당 콩고민주공화국 주둔 유엔사령관(인도군 장군)을 해임하려 하자 인도 정부는 유엔평화유지군에 배속된 자신들의 모든 병력을 본국으로 귀환시키겠다고 위협해 무산시켰다”고 지적했다.

10. 우선적으로 거론되는 것은 유엔평화유지군 명령체계의 이중성이다. 체계적인 작전을 펴기 위해서는 유엔에서 내리는 단일명령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파병을 결정한 국가의 정부는 파병군에서 사상자가 발생할 경우 자국 여론 악화를 걱정할 수밖에 없어 교전 명령을 꺼리기 마련이다. 뉴욕타임스는 “유엔평화유지군 사령관은 유엔과 자국 정부라는 두 개의 명령체계의 지휘를 받는다”며 “이중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것은 언제나 자국 정부의 명령”이라고 지적했다.

11. 2004년엔 콩고의 어린 소녀가 계란 2개를 받고 유엔 평화유지군과 지속적인 성매매를 해 온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됐다. 2007년엔 모로코 출신 유엔평화유지군이 코트디부아르 현지 여성과 아동들을 장기간 성폭행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2008년엔 코트디부아르에서 10명의 유엔평화유지군 소속 군인들이 13살 소녀를 집단 성폭행한 뒤 소녀를 그대로 둔 채 가버린 사례도 있었다. 2014년엔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 파병된 프랑스 병사 14명은 음식을 미끼로 2013년 12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어린이 10여명을 수차례에 걸쳐 성폭행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성폭행 문제에 대하여 “내 평생 최대의 실망스러운 일”이라며 개탄을 금치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