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만약 일개 ‘군사기술자’가 아니라 참된 ‘군인’이었다면 국가안보에 대한 당신의 사명은 군복을 벗었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육군협회’는 이런 사명감 속에서 창설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바로 그런 사명감을 행동으로 발휘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북한 핵이 60년 이상의 동족분단 상황을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는 어떤 한계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는 이 운명적 시점에 우리는 참여정부가 부설해 놓은 궤도를 따라 우리 안보태세의 기축을 흔들 ‘연합사 해체’를 향해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군의 역량이 높아졌으니까 괜찮다는 사람도 있지만 ‘연합사 해체’의 전략적 손실은 한국군의 작전적 역량으로 극복할 수가 없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사실 연합사는 한·미 군사동맹의 핵심적 연결고리이자 한국의 중추적 국가 안전장치다. 또한 장차 한반도 통일과정에서 발생할 엄청난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소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나라는 사실상 미국밖에 없는데 연합사는 그 지원을 이끌어 낼 양호한 체제요 통로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연합사 해체’는 결국 한·미동맹을 형해화(形骸化)하고, 한반도 자유통일에 대한 저주(詛呪)가 될 수도 있는 그런 문제인 것이다. 그 뿐일 가? 연합사 해체는 그 상징성만으로도 북한의 직·간접적 침략 효과를 극대화 시켜 줄 것이고, 그것은 증대되는 북한의 핵 역량과 더불어 북한 및 친북좌익 세력에게는 승리의 신탁(神託)과도 같은 것이 될 것이다. 최근 저들이 2012년을 통일의 해로 설정하고 있는 것도 그런 자신감의 발로일 것이다.




이런 자해(自害)적 흐름을 그대로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 아닌 가? 다행히 잘 살펴보면 아예 무효화하는 것은 몰라도 합의안의 시행연기나 수정, 보완 정도는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미국의 공식적 입장과는 달리 직·간접적 관련 담당자와 전문가들의 말은 훨씬 더 융통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놓고 ‘어떻게 접근하느냐’가 문제일 뿐이라는 미 고위당국자도 있다. 하긴 ‘북한 핵’이라는 공통의 당면 위협과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안보상의 국제적 과제, 팽창주의적 중국의 위협에 대처해야 하는 미국의 안보이익 같은 것을 고려하면 그럴 가능성은 충분하다. 또 한·미동맹을「21세기 전략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가려 하는 때에 굳이 ‘연합사를 해체’해서 무슨 큰 도움이 되겠는가?




그렇더라도 ‘해체를 약속’한 당사자들이 버티고 있으니 당장은 ‘재검토하자’는 것이 좀 부담스러울지도 모른다. 더욱이 지금은 미국의 정권 교체 시기가 아닌가? 그러나 이 문제는 서둘러야 한다. 늦어질수록 복원이 어렵고 혹시 너무 늦어 궤도의 끝까지 질주하는 날에는 자칫 대한민국의 미래가 천길 벼랑으로 떨어질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본격적인 노력은 정권교체 이후에 하더라도 우선은 양국에 강력한 ‘재검토 여론’이라도 확산시켜 놓아야 하지 않을가?
여기에 우리 육군 협회가 기여 할 부분이 있지 싶다. 다행히 주한 미군과 워싱턴 주변에는 육군 협회의 친구들이 결코 적지가 않다. 현지 지휘관의 의견과 여론을 중시하는 미국이니 만큼 어쩌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 육군협회 모두의 지혜로운 노력이 가장 소중 할 때인 것이다.

-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