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모든 정부는 ‘안보, 경제, 사회적 가치의 고양’ 등 몇 가지 기본기능을 갖는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역시 안보다. 경제와 사회적 가치는 어디까지나 ‘좀 잘살고 못사는 문제’이고 필요하면 시장이 보완 하거나 사회가 대행 할 수도 있지만 안보는 ‘나라가 죽고 사는 국가고유기능’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걸 다 잘해서 太平聖代를 만들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탈 원전,’ ‘소주성(소득주도성장)’하면서 우리 국가 경제적 底力이 통째로 흔들리는 가운데 자유통일을 꿈꿀 만큼 그런대로 튼튼했던 안보도 거꾸로 뒤집히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 2009년, Goldman Sachs는 ‘한반도가 자유통일 되면 30-40년 내에 GDP가 프랑스, 독일, 일본을 능가하고 2050년쯤에는 1인당 GDP 8만 6천 달러로 세계 2위에 올라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하버드 미래학자 니얼 퍼거슨 교수나 美 CSIS, 러시아 IMEMO 같은 세계적 전문가와 권위기구들은 다들 ‘지금이 한반도 자유통일의 기회’라고 해 왔다. 다만 흔히 한국의 의지를 문제 삼았다. 생전의 황장엽 선생은 ‘짧으면 3년, 길어야 5년이면 가능한데-’답답해했고, 2015년 10월 존스 홉킨스, 마이클 만델바움 교수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한국 대통령도 붕괴한 북한을 책임지겠다는 열정이 안보이더라.’고 아쉬워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들딸들이 자칫 북한 김정은 밑에서 살게 될까 겁난다는 사람이 많다. 나는 솔직히 한반도가 중국의 배타적 영향권아래 휩쓸려 들어, 우리 민족전체가 회복할 수 없는 참혹한 미래를 맞게 될까 두렵다. 에이 설마? 지금은 이른바 신냉전시대다. 노재봉 전 총리는 이 시대의 특성을 ‘자유와 野蠻의 블록대결’이라면서 한국을 ‘자유의 전초’(그렇다면 북한은 ‘야만의 선봉’쯤 될 것이다.)라고 정리하던데, 실제로 한국은 과거나 지금이나 세계 野蠻 共産勢力과 最前線에서 대결해온 나라다. 크게 보면 6.25 자체도 그렇지만 그이래 지금까지 전개되고 있는 남북대결도 그 실상은 ‘범세계적 자유와 야만’의 前哨戰인 셈이다. 그래서 당장 지금도 우리의 핵심 당면위협은 북한 핵미사일이지만, 한반도가 내 땅이었다면서 대놓고 달려드는 중국의 野心도 그 이상의 결정적, 항구적인 위협이다. 

   더욱이 금년은 년 초부터 온 세계가 미중 貿易전쟁이 자칫 ‘자유와 야만’의 全面戰爭으로 비화하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져 드는 것 아니냐 불안해하는 특별한 상황이다. 그리고 오늘 한반도는 최종 완성단계에 든 북한 핵미사일이 ‘지난 70여년 지속해 온 한반도상 ‘자유와 야만의 前哨戰’의 최종 승패를 가름하려 들고 있는 매우 독특한 상황’이다. 우리가 의도 했든 아니든, 그리고 싫든 좋든 북한 김정은으로부터 ‘한반도의 미래 운명을 건 일대 決戰을 강요’받고 있는 모양새다. 

   가만 보면 북한은 그런 시대적 특성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년 초에는 北京에서 朝中同盟부터 다지더니 하노이 회담이 실패하자 푸틴도 찾아보고 판문점에서 트럼프도 달래면서, 동시에 다른 한 편으로는 전력을 다 해 핵탄두를 늘리고 SLBM에다 첨단 KN-23,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도 개발하는 등- 나름의 대비태세를 열심히 다지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우리는 정 반대다. 언필칭 ‘평화 평화’하면서 우리 군사대비태세를 흔드는 것은 물론 싫든 좋든 우방으로 만들어야 할 일본은 이유 여하 간에 거의 敵對상태에 가깝고 심지어 ‘전작권 조기 전환’ 운운하면서 지난 수 십 년 우리 안보를 지켜온 한미연합방위태세까지 흔들어 우리 안보태세를 거의 총체적 와해 상태로 몰아가는 것만 같다.

  원래 위기는 경계하고 대비하는 자를 벌주는 법이 없지만 어리석고 怠慢한 자를 피해가지도 않는 법이다. 자칫 대한민국이, 아니 한민족의 미래가 없어지지는 않을까, 별별 걱정을 다하게 된다. 위기도 이런 위기가 없다. 

1. 북한 핵 폐기 : 더 어려워 졌다. 

   그 위기의 한 가운데 있는 것은 역시 북한 핵위협이다. 실제로 만약 북한이 정말로 핵 국가가 되는 날에는 설사 美 전술핵을 재배치하거나 우리 핵을 만든다 해도 도움은 될망정 완벽한 대책은 안 되고, -오늘의 연합사와 주한미군이 健在하는 동안은 그나마 좀 났겠지만- 결국은 한반도 赤化의 길로 끌려들게 될 가능성이 높다. 실은 북한도 그래서 핵을 개발했다. 또 그렇다는 것을 굳이 숨기지도 않는다. 2006년 1차 핵실험 때 우리 언론에서 미국과의 ‘협상카드’니 뭐니 重言復言하니까 당시 김정일의 비공식 대변인이라던 김명철 조미평화센터 소장이 ‘그게 아니고- 김정일의 꿈인 통일, 즉 적화통일의 原動力을 구축하려는 것’이라고 一喝했고, 2017년 9월 6차 핵실험 때는 김정은이 직접 ‘萬能의 보검’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사실상 다 같은 뜻이다. 

   ‘통일의 원동력이자 만능의 보검’, 핵을 통한 적화통일의 전개과정을 상상해보면 그 표현이 제법 絶妙한데, 그렇다면 그것은 우리로서는 북한 핵은 어떻게든 폐기시켜야 하고 그렇게 하지 못하면 우리가 살아날 길이 없다는 뜻이 된다. 그러나 북한으로서는 절대로 핵을 폐기 할 수가 없다. 왜? 오늘 북한 입장에서는 ‘굶고 있는 저들 바로 남쪽에 자유롭고 풍요로운 대한민국이 존재한다는 그 자체’가 김정은 체제에 대한 근본적이고 절대적인 위협이고 그래서 적화통일을 실제로 이루는 외에는 항구적 體制危機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우선 이것? 아주 중요한 포인트다. ‘적화통일 외에는 김정은 체제가 살아남을 길이 없다는 것은 우리가 먼저 자유통일을 하지 않으면 우리 역시 살아남을 수가 없다.’는 뜻이니까. 따지고 보면 싫든 좋든 바로 이것이 한반도 안보위기의 핵심이요 항구적 본질이다. 지난 70여년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은 철저히 그 基調위에서 행동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 오늘 북한이 ‘적화통일의 원동력’이자 ‘만능보검’을 어떻게 폐기 하나? 하물며 협상으로 달래서 廢棄 시킨다는 것은 아예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사실 인류 역사상 햇볕정책 만큼 敵對하는 상대에게 그렇게 헌신적인 정책이 있었던가? 지난 4반세기 북 핵 협상의 완벽한 실패도 그렇지만, 그런 햇볕정책 속에서 핵이 개발되었다는 것은 우리가 항복을 하면 모를까 아무리 퍼주고 달래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증거다. 

   이렇게 보면 실은 ‘북한 체제’는 그대로 두고 ‘핵만 폐기시키겠다.’고 달려든 그동안의 대북 핵전략, 특히 그 전략 목표(원래 전쟁원칙의 첫째가 목표의 원칙인데) 부터 잘못된 셈이다. 그래서 이 문제 최고 전문가의 한사람인 RAND의 브루스 베넷 박사는 일찍부터 ‘이스라엘처럼 폭격을 하든지 적어도 김정일이가 핵포기 않으면 자칫 죽든지 혼이 나겠구나 겁이라도 나게 해야지 그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해 왔다. 

   그리고 그런 차원에서는, 북한이 두려워하는 대규모 항모와 전략폭격기 등을 동원해서 잔뜩 겁을 주면서 동시에 전례 없는 세컨더리 보이콧으로 중국을 묶어내 사실상 처음으로 북한 경제를 제대로 옥죌 수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압박(Maximum Pressure)’은 나름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이었던 셈이다. 우리 정부는 전쟁난다고 펄쩍 뛰고 국민도 겁을 냈지만, 따지고 보면 이런 방식은 인류 역사상 이미 수없이 활용해온 방식이다. 그 때 우리가 좀 냉철한 지혜와 용기로 ‘최대압박’의 효과를 높였더라면, 아니 방해만 하지 않았더라도 진작 북핵 폐기의 어떤 계기는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은근히 좀 아쉽다. 사실 전쟁? 솔직히 미국과 중국 간이라면 모를까 미국과 북한이 어떻게 전쟁이 되나? 그냥 한 대 쥐어박는 것이지. 또 매티스 전 국방장관이 그랬듯이 미국이 북한을 때린다고 우리가 꼭 피해를 입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작전을 어떻게 전개하느냐에 따라 다를테니까--.

   그래서 작년 3월 우리 정부가 언필칭 미․북을 仲裁한다며 6.12 싱가포르 미․북 핵정상회담의 길을 열어주었을 때 은근히 실망과 우려가 컸다. 때마침 있었던 조선일보 인터넷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다들 평화 평화 하지만 실은 위기에 빠진 김정은 체제를 구해내는 대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기에 빠트리는 전략적 失策’이라고 걱정했다. 그 후 겨우 1년 반, 돌이켜보면 바로 그것이 오늘 총체적 안보위기의 출발점이 아닌가? 기본적으로 현 정부의 시대적 상황인식과 指向하는 국정 목표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겠지만, 실책 치고도 엄청 큰 실책이었던 셈이다. 

   당장 6.12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 결과부터 그렇치 않은가? 덕분에 김정은은 미국의 ‘최대압박’에서 한숨을 돌릴 수 있었을 뿐아니라, 惡名 높은 작은 깡패국가(Rogue State)두목에서 졸지에 트럼프와 시진핑이 정중히 모실만큼 아예 국제적 위상이 달라졌다. 협상 전에는 미국이 공격하느냐 마느냐 하는 ‘최대 압박’으로 칼자루를 쥐고 있었지만, 일단 협상이 시작되면 ‘북한의 핵 폐기 여부’를 결정 할 수 있는 김정은에게 칼자루가 넘어갈 수밖에 없으니 당연한 결과다. 

   더욱이 그리고 나니 당장 우리나라까지 북한 석탄을 들여왔을 만큼 트럼프의 ‘최대압박’은 군사 경제 할 것 없이 사실상 形骸화되어버렸다. 이러니까 작년 12월, MIT 비핀 나랑 교수의 중앙일보 인터뷰대로 ‘김정은은 비핵화하는 척, 트럼프는 믿는 척’만하면서 실제로는 핵 미사일개발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서둘러 그런 흐름부터 바꿨어야 할 일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바꾸기는커녕 9.19 정상회담에서, 그리고 유엔과 유럽을 돌면서도 終戰宣言과 對北 制裁緩和를 주장해서 그런 흐름을 오히려 더 굳혀놓고 말았다. 

   금년 들어서는 한결 더했다. 그래도 지난 2월말 하노이 미․북 2차 정상회담 때는 ‘또 하나의 싱가포르 회담’을 상상하며 ‘결국 북한을 핵 국가로 만들고 마는가?’ 하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컸는데, 막판에 트럼프가 뜻밖의 ‘NO딜’로 우려를 反轉시켰다. 우리 정부는 아쉬워했지만 우리 사회 재야 전문가들은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 내렸고 미국에서도 與野 할 것 없이 트럼프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치솟았다. 어쨌건 이 하노이회담으로 ‘북한이 핵 폐기 의사가 없다’는 것은 명확해졌다. 

   그런데도 한번 풀린 최대압박은 쉽게 되돌려지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지금도 말로는 ‘압박을 계속한다.’고 하고 그래서 ‘북한을 비핵화’ 하겠다는 壯談은 계속 된다. 그러나 냉정하게 보면 실은 그 방법부터가 틀렸다. 한미 양국은 ‘핵만 폐기하면 富者 만들어주겠다.’는 식으로 접근 하는데 그것은 북한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소리다. 그냥 좀 퍼줘서 먹여 살리는 것은 몰라도 북한 경제를 부자가 되게 회생시키려면 ‘체제를 바꾸고 사회를 開放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體制뒤집기는 물론 개방도 김정은 체제가 무너지고 목숨을 버릴 각오를 하지 않는 한 개방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을 테니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인민을 부자 만들기 위해 자기 목숨을 버릴 김정은인가? 허망하기 짝이 없는 전략인 셈이다. 

   그래서 김정은은 중국 등 외부의 지원을 이끌어 내 체제를 유지하면서 하루빨리 ‘핵 국가’를 완성하는 데만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와중에도 북한의 핵개발은 지금도 열심히 진행 중이고, 존스 홉킨스大 38노스에 의하면 싱가포르 회담 후 지금까지 만도 이미 핵탄두 12개를 더 만들었다는 것 아닌가? 작년 12월 27일 미 NBC에서는 ‘2020년이면 북한 핵탄두가 100여개, 거의 인도 파키스탄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었다.(그 쯤되면 폐기가 어렵다고들 하는데)그 뿐인가? 지난 7월 23일에는 SLBM 3기를 탑재할 수 있는 3000톤급 잠수함까지 공개하고 특히 지난 5월부터 8월 10일 사이에는 신형 고체연료 미사일들을 무려 7차례나 연신 쏘아 올렸다. 러시아의 직접 개입 가능성을 점칠 만큼 기술 수준도 높아 이제 실전배치 단계라는 말까지 나온다.

   여기서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하도 답답하니까 英·佛·獨이 나서서 “北 미사일,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안보리 비공개 회의 소집을 요구했을 정도인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단거리라서 문제 안 된다."고 한다. 실은 그동안 폼페오 국무장관이 흔히 ‘미국 국민의 안전’만 강조하곤해서 ‘아하- 이것 미국이 ICBM만 폐기하는 선에서 그치는 것 아니냐-’ 우려하면 ‘그렇다’는 미측 전문가도 적지 않아 걱정이었는데 이번 사태에서는 뜻밖에 강경파 존 볼턴 안보보좌관까지도 단거리 미사일 도발은 ‘김정은의 약속 위반이 아니’라고 무마하기 바쁘다. 트럼프는 판문점에서 약속받았다는 실무협상을 기다린다지만 이래서야 회담이 열린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싶다. 

   그렇다면 우리정부라도 적극 나서야 할 텐데 오히려 한 결 더하다. 지난 6월 30일 판문점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 혹시 ‘미국이 중장거리 미사일 도발만 아니면 괜찮다’고 양해 한 것은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만만치 않은데도 우리 대통령은 6.30 회담이 “미·북 간 적대관계 종식 선언”(2일 국무회의)이라고만 강조하고 지난 8월 7일 개최된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는 청와대 안보실장이 연일 계속된 북한 미사일 도발이 ‘한국에 대한 위협이 아니고, 9.18 군사합의 위반도 아니’라고 단언했다. 북한은 공개리에 한국에 경고를 하며 도발을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결국 미국은 물론 대한민국 문재인 정부까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도발을 막을 의지가 없다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8월 13일, 김정은이 신형 미사일과 방사포 개발인력 103명에게 대규모 공개 특진을 시켰다니까, 그것은 결국 북한이 미국은 물론 한국까지 묵인하는 이 절호의 기회에 단거리 핵미사일 체계 개발을 완료했다는 뜻일 가능성이 높다. 2017년 9월 핵개발은 이미 완료했다고 선언했던 북한이니, 미국은 몰라도 한국에는 치명적인 위협이다. 

   그런데도 북한의 이런 미사일 도발은 물론 ‘맞을 짓을 말라’느니 ‘겁먹은 개’니 북한이 참담하기 짝이 없는 모욕을 계속해도 우리 정부는 이를 문제 삼거나 맞대응 한번 못하고, 오로지 쌀이든 뭐든 김정은 돕기에만 올인하고, 싫다는데도 못줘서 안달인 모양새다. 그러나 이것은 지극히 어리석은 非戰略的 태도다. 따지고 보면 북한의 일견 과도한 비난은 ‘통제된 남북 대화까지는 몰라도 그 이상의 교류 협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는 대남 통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왜? 지나친 남북 교류 협력은 결과적으로 김정은 체제의 붕괴로 이어질 북한의 사회개방 효과를 초래할 테니 김정은 체제로서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것이다.

   실은 이것은 위에서 언급한 ‘북한 김정은 체제는 그 특성상 자유 대한민국 체제와 공존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하는 한반도 안보위기의 항구적 본질’을 생각하면 당연한 이야기다. 그래서 지금도 북한은 바로 그런 전제하에서 赤化統一을 준비 중인데 우리는 평화협력이라는 헛된 망상 속에서 우리의 심장을 노리고 칼날을 벼리는 북한을 돕겠다고 全心全力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게 해서 혹시 김정은을 한 번 더 불러내면 정부가 내년 總選에는 승리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러다가 북한이 정말로 핵국가가 되면 더욱 말할 필요도 없고 그게 아니라도 자칫 우리의 미래가 죽기 십상인데 말이다. 이러다가 문재인 정부가 끝내 대한민국의 미래에 弔鐘을 울리는 천추의 한을 남기게 되는 것은 아닌지 정말 두렵다. 

2. 안보태세의 기저를 흔드는 안보정책 

   물론 이 문제 집권 3년 차에 드는 문재인 정부만 나무랄 일은 아니다. 지난 20여년 역대 정부의 책임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현 정부가 특별히 우려스러운 것은, 그러면서 동시에 우리 안보태세도 함께 흔들어 온 때문이다. 사실 6.25이후 우리 안보는 6.25를 통해 다져진 국민의 ‘반공안보의지’, 그런대로 강력한 ‘우리 군사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튼튼한 ‘한미군사동맹’이 3대 支柱가 되어 지켜져 왔다. 그런데 현 정부는 출범하면서부터 지난 수 십 년 우리 안보를 지켜온 이런 전통적 안보태세의 基底를 통째로 흔들어온 것이다. 

   우선 원래 전투는 군인의 몫이지만 전쟁은 국민이 수행하는 것이고 그래서 어느 나라에서나 국민의 안보의지가 국가안보의 뿌리다. 그런데 9.19 평양회담을 거치면서 안 그래도 허울뿐이던 우리 국민의 ‘반공안보의지’는 거의 확실하게 瓦解 된 듯하다. 평양과 백두산에서 김정은과 손가락 하트를 만들고 우리 가수가 ‘아리랑’까지 부르는 잘 기획된 퍼포먼스 속에서 고모부까지 砲殺한 잔혹한 김정은이가 하루아침에 서울에서도 친근한 지도자요 아이돌 이상의 인기인으로 떠올랐었다는 것 아닌가? 국민적 안보의지는 본래 ‘적에 대한 경계심, 적개심’에서 출발하는 것인데, 이러니 국민의 ‘반공안보의지’가 어떻게 살아남겠는가?

   우리 군사력은 또 어떤가? 작년 7월 발표된「국방개혁 2.0」을 보면 ‘국방태세 강화가 아니라 無力化하기 위한 문서’같다는 평가가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병력감축과 服務期間 短縮이다. 도대체 핵미사일에다 7-10년을 복무하는 128만 북한군을 겨우 18개월 훈련 받은 50만 재래식 국군으로 어떻게 대처하겠다는 것인지 그 發想, 아니 그 底意를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9.19 남북군사합의, 이른바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까지 나왔으니- 이것은 도대체 이해, 아니 용서를 할 수가 없었다. 당장 한·미 연합훈련이나 우리 군의 전력증강 계획까지 '남북군사공동위원회'에서 협의하기로 한 1조 1항부터가 치명적이다. 북한은 핵까지 만들었는데 우리는 대처할 수단조차 가로막히게 생겼으니 그것만도 우습고, 지금도 우리가 알맹이 빠진 연합훈련을 하는데도 ‘합의 위반’이라고 꼬박꼬박 토를 달고 있지만 한·미 연합훈련이 북한 때문에 어려워지면 한미동맹인들 제대로 유지되겠는가? 또 ‘NLL’도 문제지만 얼핏 별것 아닌 것 같은 ‘한강하구 공동 이용’문제도 의외로 치명적일 수가 있다. 

   문산, 철원 축선 지역은 더 심각하다. 특히 그곳은 9.19 훨씬 전, 이 지역 작전적 요지에 배치되 있던 주한미군 전력들을 평택으로 재배치할 때부터 큰 문제를 만들어 온 셈이다. 여기서 특히 분노를 참기 어려운 것은 그렇게 해서 유사시 미국군을 자동개입하게 만드는 trip wire가 해체되었다는 점이다. 여기에 이제 9.19 합의로 우리 군까지 점차 DMZ를 비우고, 항공 정찰 감시나 훈련도 못한단다. 또 전선의 대전차 장애물도 제거 중이라는 것 아닌가? 아니 세상에, 군비통제 한다고 자기 방어태세를 허무는 경우는 본적이 없다. 이래저래 短期速決을 노려온 북한에게 유사시 기습 공격의 더없이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셈이다. 

   이렇게 보면 9.19 군사 합의는 꼭 ‘북한의 남침도발을 유혹’하는 것 같다. 내가 북한이라도–당장은 주한미군 때문에라도 쉽지 않겠지만-기회만 오면 당연히 기습남침을 示導해 보고 싶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합의는 즉각 廢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대한민국이 自殺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그대로 둘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김정은이 아무리 미사일 도발을 계속해도 청와대 안보실장이 9·19 남북군사합의를 깨지 않았다가 강변하기 바쁜 정부이니 그래 줄 것 같지가 않다. 

3. 흔들리는 한미동맹

   그래서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이 ‘그래도 한미동맹이 튼튼하고 주한미군이 있는 한 赤化는 안 되겠지-’ 하고 미국만 처다 보는데 실은 이게 오히려 더 걱정스러워졌다. 잠시 좀 살펴보자. 원래 ‘무릇 누가 敵이고 누가 友軍인지 명확한 피아구분은 안보의 출발점’이다. 그리고 한반도는 오늘 세계 4대 강국이 복합적 葛藤構造를 이루고 있는 동북아 한 가운데 마치 火藥庫와도 같이 존재하는 곳이다. 피아를 헷갈리면 자칫 죽기 십상인 곳이라는 뜻이다. 

   앞에서 오늘의 상황을 노재봉 전 국무총리는 ‘자유와 야만의 블럭대결’이고 한국을 특별히 ‘자유의 前哨’라고 定理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적어도 오늘 우리가 누구와 동맹을 맺고 누구를 警戒해야하는지는 自明하다. 그런데 다행히 1953년 이승만 박사가 勞心焦思, 휴전회담이 포로교환 문제로 좌초되고 있을 때 반공포로 석방이라는 벼랑끝 전술까지 동원해가며 한미군사동맹을 체결했고, 우리는 그 기반 위에서 자유를 지키고 번영을 이룰 수 있었다. 여기에 1990년대 초에는 노태우 정부가 한반도 주변의 戰略均衡까지 서울로 경사지게 만들었다. 과거 냉전시대에는 구소련-중-북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북방3각체제’와 한-미-일로 이어지는 ‘남방3각체제’가 전략적 均衡을 이루고 있었는데 오랜 냉전이 미국의 승리로 매듭지어질 때 노태우 정부가 한발 앞서 나가 ‘북방정책’을 성공시킴으로서 ‘북방3각체제’는 사실상 瓦解된 반면 ‘남방3각체제’만 활성화 되게 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후 4반세기 남짓 지난 지금, 이렇게 서울로 완전히 기울었던 한반도 戰略均衡이 하루아침에 정 반대로 바뀌고 있는듯하다. 중·러의 공군은 연합훈련이라며 함께 우리 영공을 휘젓고 다니고 북한은 때를 맞춰 연이어 미사일을 쏘아 올리는데, 미국은 ‘미국에 위협이 아니라’며 사실상 吾不關焉하고 하필 이런 때 일본은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고 나섰다. 사실상 ‘북방3각체제’는 復活한 반면 ‘남방3각체제’는 오히려 瓦解된 모양새가 아닌가? 문자 그대로 ‘5면 楚歌’, 위기도 이런 위기가 없다. 어떻게 해야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이럴 때일수록 중요한 것은 냉철한 자기반성이다. 국제정치에서 나는 잘 했는데 ‘상대가 나빠서-’ 라는 말은 자신의 無智에 대한 獨白에 불과한 법이고 그런 태도로는 어떤 위기나 도전도 극복할 수가 없는 법이니까. 더욱이 최근 어느 존경할만한 원로 외교인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 조치도 우리의 自業自得이라고 표현했던데(중앙일보 08.23) 실제로 오늘 한국이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데는 지난 수 십 년 우리 안보를 지켜온「한미군사동맹」과‘한․미․일 삼각 안보 협력체제’등 우리의 安保同盟 체제를 우리 스스로 흔들어 온 탓도 크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가 지금도 여전히 같은 태도와 동일한 정책방향을 고집하는 듯해서 더욱 걱정스럽다. 자칫 우리 스스로 우리의 미래를 헤쳐 나올 수도 없는 함정에 빠트리는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시 변화하는 우리 주변의 戰略 環境부터 좀 살펴보자.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이래‘韬光养晦’힘을 길러오던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시대에 들어 ‘돌돌핍인(咄咄逼人)’의 오만하고 거침없는 자세로 ‘大國崛起’, 즉 一帶一路에다 남중국해 九段線등 오랜 팽창주의적 중화질서 회복의 야심을 구현하려 하고 있다. 여기에 오바마 대통령은 이른바‘아시아 재균형전략(Pivot to asia)’위에서 동북아에서는 주로 한미동맹을‘린치핀(linchpin)’이라고 부르며 이를 중심으로 여기에 대처해 온 셈이었다. 그런데 최근의 트럼프 대통령은「인도태평양 전략」즉 미일동맹을 중심으로 인도 호주 뉴질랜드 등과 함께 좀 여유로운 봉쇄선을 중심으로 하는 형태로 그 대응전략을 크게 轉換하려 하는 듯하다. 

   물론 아직은「인도태평양 전략」이 기존 대중국 정책의 단순한 보완책 정도인지 아니면 근본적 전환인지 명확하지는 않다. 그러나 미국은 지금 바로 그런 차원에서 세계 80여개 국과 연계된 오늘의 복잡한 동맹관계를 재구성하려 하고 있고 특히 동북아에서는‘주한미군 주력을 주일미군에 통합시켜 동북아사령부’를 만드는 형태로 새로운 동북아 전략태세를 구상하고 있다는 말들이 흘러나온다. 만에 하나 사실이라면 한국 안보에는 치명적일 수가 있다. 그것은 결국 한반도에서의 미국의 뒷받침이 약화 또는 철수로 이어질 것이고 그것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상 한국을 야만 공산세력에 휩쓸려 들게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서 안타까운 것은 미국이(어쩌면 일본과 함께) 그런 구상을 하게 된 것은 일단은 G2로 너무 커진 중국 국력 때문이겠지만, 실은 신냉전시대 미국의 핵심 안보위협은 팽창주의 중국이고 일본은 중요한 동맹국인데 역대 한국 정부가 언필칭 均衡외교라면서‘遠美·親中·排日정책’으로 동맹국의 의구심을 사고 신뢰를 흔들어 온 한국 자신의 책임도 그 못지않고, 더욱 답답한 것은 지금도 여전히 같은 길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저의가 무엇일까 의심스러울 정도다.

   사실 잠시 되돌아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2015년 천안문 閱兵式 참석도 미국에 큰 충격을 주었지만 문재인 정부는 훨씬 더 했다. 2017년 12월, 트럼프 대통령이‘최대압박’에 몰입하던 하필 그때 시진핑 주석과‘전쟁불용, 평화적 해결, 남북관계 개선’등의 소위‘한반도문제 4대 원칙’을 합의해서‘최대압박’의 김을 빼고, 베이징 대학에서는“한중 운명공동체”라는 말로 더 큰 충격을 주었다. 

   또 북한 핵위협을 생각하면, 한국은 물론 주한미군 보호를 위해서라도, 서둘고 또 서둘러야 할 THAAD 배치는 이핑계 저핑계로 계속 미루면서 중국과는‘한미일 군사동맹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등의 ‘3不’을 약속했다. 무엇보다도 특히 동맹관계란 본래 상호지원 관계인데, 중국의 一帶一路를 뒷받침 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는 선듯 가입한 한국이 여기에 대응하려는 미일의「인도 태평양 전략」참여는 거절하고 남중국해에서의 미국의 해양작전에도 끝끝내 단 한번 참가하지 않았다. 한국은 장차 중국 편에 설 것이라고 宣言한 것과 무엇이 다를까? 

   그 뿐인가? 당장 연합사의 전략적 후방기지도 모두 일본에 있듯이 실은「한미군사동맹」도「한․미․일 안보삼각동맹체제」의 基底 위에 서 있는 것이다. 한일 간 안보협력 관계가 緊密해야만 한미동맹도 진정 튼튼하고 효율적일 수 있지 아니면 튼튼한 한미동맹도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우리는 흔히 한미동맹과 한일관계를 다른 차원에서 보려하지만 미국의 입장은 많이 다르다. 1972년 김일성이‘한국은 미국과 일본이라는 갓끈이 끊어지면 그냥 날아간다. 갓끈이 두 개지만 하나만 끊어도 다 날아 갈 것’이라고 했다는데, 우리 안보상 일본의 중요성 자체도 그만큼 크지만, 실은 미국의 동북아 전략 차원에서 봐도 백번 맞는 말인 것이다.

   더욱이 그동안의 일본은 일본의 안보를 위해서 한국 안보에도 관심이 많았고 특히 한·미·일 3각 안보협력에는 매우 적극적인 편이었다. 뿐만 아니라 따지고 보면 북한 핵과 팽창주의 중국을 생각하면 안보상 우리와 가장 同病相燐의 관계에 있는 나라가 일본이다. 1970년대 초 닉슨 대통령의 유엔사해체론은 물론 1970년대 말 카터의 주한미군 철수론을 저지하는데도 일본의 도움이 컸고, 실은 지금은 한결 더하다. 예컨대 미국이 ICBM만 빼고 북한 핵을 인정하려들 경우 일본 외 누가 우리 편이 되려 할까? 최근 북한의 계속되는 단거리 미사일 도발에도 미국과는 달리 일본 정부는 “가장 두려워했던 시나리오”라며 우려하고 있다는 것 아닌가? 하긴 그게 아니라도 일본은 싫든 좋든 우리 자유통일의 전략적 資産으로 만들어야지 우리 발목을 잡으려 들게 해서는 안 되는 나라다. 

   그런 한일관계가 오늘 이렇게 파탄이 났으니 어이가 없다. 물론 근본 문제는 일본에 있지만 되돌아보면 우리 정부의 행태도 만만치 않았다.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은 러시아를 포함한 세계 33개국과 맺은 협정이고 지금은 중국과도 추진 중인데 그것을 일본과 맺었다고 그 야단을 치더니 이제는 GSOMIA 폐기를 검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그 뿐인가? 레이더 갈등은 그렇다 치더라도 수시로 과거의 아픈 상처를 헤집고 또 헤집었다. 일본 모리 요시로 전 총리, 우리 이홍구 전 총리 같은 한·일 원로들이 합심해서 아베 총리와 박근혜 대통령을 설득해서 겨우 만들어 낸 한·일 위안부 합의를 문재인 정부는 들어서자마자 파기해 버리고, 일본 정부까지 돈을 낸 화해·치유재단도 일거에 해체해 버리지 않았던가? 

   대법원 징용공 판결도 그게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는 처음부터 明若觀火했다. 그래서 이낙연 총리가 노무현 대통령이 했던 것과 같은 대책을 건의 했는데 청와대가 거부했다는 것 아닌가? 이러니 위에 언급한 외교계 원로까지 ‘어쩐지 거의 의도적으로 反日을 부추기는 것 같다.’며 의아해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보니 꼭 북한의 갓끈전술에 우리가 앞장서는 게 아닌 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더욱 고약한 것은 지금도 反美·親中·從北을 외치는 광화문 시위대들이 反日깃발을 앞세우고 있듯이 오늘의 反日은 어쩐지 사실상 反美·親中·從北으로 이어지는 통로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하긴 문재인 대통령 자신도 2017년 9월 유엔총회 참석차 간 뉴욕 한·미·일 정상 오찬에서 문대통령이 아베에게‘미국은 한국의 동맹이지만 일본은 우리의 동맹이 아니’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는 데, 그리고는 겨우 2개월 후 11월 말 우리 정부는 중국과‘3不 약속’을 하지 않았던가?

   이래저래 우리 사회에서는 진작부터 ‘한국이 스스로 신 애치슨라인을 긋고 있는 것 아니냐?’하는 우려가 나오고 워싱턴에서는 아예 ‘한국이 장차 미·중 어느 편에 설 것인가?’ 하는 강한 의구심이 있어왔다. 2014년 THAAD 사태 때 워싱턴에서는 ‘한국이 사드를 배치하느냐 않느냐 하는 것이 한국이 장차 美中 어느 편에 설 것인가를 가름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라는 말이 돌고 다음해에는 미 의회 보고서에도 같은 언급이 나오곤 했으니까. 

   그러나 이런 의구심에 결정적으로 기름을 부은 것은 현 정부다.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 적극 추진해온 ‘전작권 조기전환’이 특히 그렇다. 사실 ‘전작권 전환’, 그것은 단순히 지난 수 십 년 한국안보를 지켜온 한국안보의 기본태세를 뒤집는 것일 뿐만 아니라, 아래 좀 더 설명하겠지만, 사실상 ‘주한미군은 나가라’, 아니 최근 한국의 대외정책과 맞물려 사실상 더 이상 있을 수 없게 만드는 조치와 같은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미국인들 왜 대책을 강구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오늘 이 상황도 한국이 自招한 측면이 크다고 안타까워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번 곱십어 생각해 볼 것이 있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문재인 정부의 親中政策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적극적이다.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의 민주연구원이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와 정책협약까지 맺었다는 것 아닌가? ‘민주당이 중국공산당과 정책협약을 맺는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중국 공산당과 정책적 파트너가 되겠다는 이야기와 같다. 국제관계전략연구소(CSIS)등 미국 연구소들과도 협약을 맺는 방법으로 糊塗하려 들지만 CSIS는 완전 민간연구소이니 차원이 전혀 다른 이야기다. 안 그래도 의심스러울 미국의 눈은 그것을 어떻게 볼까? 내심 ‘한국은 중국편에 설 것임’을 재확인했다고 섭섭해 하지는 않을까? 

   우리가 중국 편에 선다? 그것이 우리의 미래를 더 밝게 할 수 있는 길이라면 반드시 못할 것도 없다. 더욱이 한반도 자유통일은 물론 당장 북핵 폐기를 위해서도 중국의 협력이 필요하고, 미래의 세계주역은 중국일 것이라는 말도 있으니까 얼핏 그럴 듯 해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정신 잘 차려야 한다. 중국은 1950년 건국 겨우 1년의 신생 국가가 북한을 위해 세계 최강 미국과 맞싸운 나라다. 또 작년이던가?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에게 직접 북·중은 혈맹 관계(血凝成的友谊)라고 했듯이 중국은 지난 수 십 년 사실상 1961년 朝中同盟에서 벗어난 적이 거의 없는 나라다. 지난 1월 8일 베이징 북·중 정상회담에서도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 적극 개입해 북·중 共同戰線을 펴겠다고 다짐하지 않았던가? 반드시 그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사드보복은 물론 명색이 국빈방문한 우리 대통령에게 혼밥에다 수행기자단 폭행까지 온갖 망신과 푸대접을 다하는 등 중국의 한국에 대한 거의 의도적 홀대와 모욕 이른바 ‘한국 길들이기’는 유독 극심했다. 

   그러나 솔직히 여기에는 우리 잘못도 컸다고 생각한다. 무릇 정상적 외교의 基底는 상호존중이다. 외교라는 것이 무조건 잘해 주기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상대의 尊重은 받아야 정상적인 대화가 되고 소위 외교가 가능해 지는 것이라는 말이다. 특히 상대의 경멸을 사는 일은 禁忌 중의 금기다. 그런데도 역대 우리 정부마다 그저 중국에 잘해주려고만 들었고, 그러다가 오늘 중국을 저리도 傲慢하게 만든 것은 아닌지 그것부터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아닌가 싶다. 사실 중국도 똑 부러지게 말하면 들을 줄은 아는 나라다. 사드 사태만 해도 그동안 국제 세미나 등 중국 측과의 다양한 대화에 비추어보면, 지금도 우리가 처음부터 ‘북한에 핵미사일이 있는 한 불가피하다.’면서 당당하게 배치했으면 별 문제 없었을 사안이었다고 믿는다. 

   그렇지만 중국과의 관계에서는 그런 정도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우리에게 있어 중국은 너무 가깝고 크고 歷史的 連原도 특별한 나라다. 그런데 中華思想의 국제질서는 원래 주권평등을 전제로 한 서구적 橫的질서와는 다르다. 중국을 頂上으로 하는 縱的질서이고 시진핑의 中國夢은 그것을 현실에 구현 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시진핑의 ‘一帶一路’ 프로젝트, 19차 黨大會에서의 ‘인류운명공동체론’이 다 무엇이겠는가? 이른바 西南工程으로 티베트를 피로써 장악한 후진타오(胡錦濤) 前 主席도 주석이 되자 곧바로 동북공정을 시작 했듯이 역대 중국 지도자들이 다 마찬가지지만, 그 중에서도 시진핑의 野心이 특히 강한듯하다. 

   2016년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까지 무시하고 힘으로 밀어붙이는 남중국해 사태는 그 야심이 얼마나 猪突的인가 잘 보여준다. 지금 그런 시진핑의 야심이 가장 날카롭게 노려보고 있는 곳이 남중국해와 특히 한반도다. 천안함 사태 때 중국이 미 항모 조지 워싱턴호의 서해 진입을 한사코 막은 속내도 그랬고, 2016년 9월 항주미중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남중국해 문제를 논의하다가 느닷없이 ‘한반도 사드 배치는 중국의 국익에 배치되니 철회해야 한다.’고 한 것도 마찬가지다. 어디까지나 방어무기인데 자기 땅에 남이 무기를 배치한다고 느끼지 않는 한 할 수 없는 말이기 때문이다. 2017년 마라라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은 원래 우리 땅’이라고 한 것이 우연히 나온 말이 아닌 것이다. 

4. 전작권 전환과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

   따지고 보면 이런 위협은 수 천 년 이어져 온 대한민국의 항구적 위협이자 지정학적 운명인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로서는 설사 중국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일단은 중국의 이런 위협에 대처 할 수 있는 역량과 태세를 갖추는 것이 더 급선무일 수밖에 없다. 그에 대해 이안 부루마(뉴욕 바드大)교수는 2016년 4월 문화일보에 “한미동맹도 영원할 수는 없으니 한국이 중국 衛星國이 되지 않으려면 일본 등과 연대해 중국을 견제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던데 그것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이 시점 ‘중국을 억제할 수 있는 힘’, 그것은 현실적으로 미국밖에 없다. 당연히 한미동맹, 특히 ‘오늘의’ 한미연합사 체제와 주한미군의 존재가 중요하다. 흔히 한미동맹만 튼튼하면 된다고들 하지만 오히려 한미동맹이 칼집이라면 연합사, 특히 주한미군이 칼날이다. 연합사와 주한미군 없는 한미동맹은 한 장의 종이쪽지에 불과 한 것이다. 여기서 특별히 ‘오늘의’ 한미연합사라고 강조 한데는 이유가 있다. 지금 文재인 정부는 임기 내에 ‘전작권(전시작전 통제권)을 전환’해 우리가 사령관을 맡는「미래사령부」를 만든다고 서둘고 있고 우리가 사령관이 된다니까 많은 국민도 뿌듯해 하지만 이「미래사령부」는 사실상 오늘의「한미연합사」와는 본질적으로 전혀 다른 기구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니 실은 바로 이것이 한국의 안보태세를 와해시키고 자유 대한민국 아니 한민족 전체를 헤어날 수 없는 陷穽에 빠트리는 짓일 수가 있다. ‘전작권을 전환’해도 사령관만 우리가 맡을 뿐 연합사도 그대로 있고 미 측도 양해했는데 무슨 문제냐? 할지 모르지만 착각하면 안 된다. 당장 오늘 연합사의 ‘전략적 억제력’이나 우리가 위기 때마다 B-2 같은 미국의 戰略資産들을 손쉽게 활용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연합사령관이 ‘미국인 4성 통합전투사령관’이기 때문에 가능 한 것이었다. 

   특히 오늘 연합사의 기능과 역할을 한번 생각해보라. 기본적으로 ‘한․미 양국군을 통합 운용하는 연합사는 한미군사동맹의 핵심 연결고리이자, 동맹의 기능을 수행하는 핵심수단인 동시에, 박정희 대통령이 카터 대통령의 주한미군 撤收論에 자극 받아 연합사 창설을 構想했다는 말도 있듯이 주한미군을 묶어두는 실질적 장치’이기도 하다. 한국인 사령관이라도 이런 기능을 수행 할 수 있을까? 

   또 당장 중국의 위협은 물론 북한 핵미사일에 대처하는 데도 그렇지만, 미래의 우리 안보소요를 생각하면 한국인 사령관이 오늘 연합사령관의 기능을 대행 한다는 것은 아예 불가능 하다. 예컨대 장차 한반도 통일과정에서 발생 할 엄청난 정치, 경제, 군사적 소요를 감당해 줄 수 있는 나라는 사실상 미국밖에 없고, 연합사는 미국의 바로 그런 지원이 가능하게 만들고 또 받아들일 수 있는 양호한 통로이자 관리 기구다. 위기의 순간에 한국인 사령관이라도 그런 일들을 원만하게 수행 할 수가 있을까? 도대체 NATO는 우리보다 힘이 모자라서, 안보 여건이 더 다급해서 언제 어디 서든, 미국인에게 총사령관을 맡겨 두겠는가? 미국에 더 큰 책임을 부여해서 더 많이 기여하게 하려는 것이다. 유사시 ‘미군의 자동개입 조항’이 없는 우리로서는 그것 때문에라도 특히 더 그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우리가 정말로 지혜로워야 할 때인 것이다. 

   ‘전작권 전환’의 가장 큰, 결정적 문제점은 그것이 사실상 주한미군을 밀어내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사실 우리에게는 한미연합사 체제 자체도 중요하지만 특히 주한미군의 존재가 절대적이다. 왜? 미국은 태평양 건너 멀리 있고 중국은 압록강에 붙어 있다. 그래서 주한미군으로 한반도상 전략균형이 유지되어 온 셈인데 만에 하나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겨우겨우 유지되던 한반도 전략균형은 일시에 붕괴되고 한반도는 저절로 중국의 배타적 영향권 하에 들게 될테니까. 중국이 ‘雙軌竝行, 雙中斷’해가며 북한보다 더 ‘주한미군 철수’에 목을 매 온 이유다. 

   물론 주한미군 철수? 설마,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 특히 중국 때문에라도 ‘주한미군 철수’는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많다. 그러나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정확한 말도 못된다. 키신저는 그런 고려도 없이 ‘북 핵 폐기와 주한미군 철수를 교환’하라고 했을까? 펜타곤에서도 지금은 주한미군을 주일미군에 통합이 중국에 대처하는데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주장이 늘고 있다는 것 아닌가? 작년 9월 현 연합사 에이브럼스(Robert Abrams) 사령관 청문회에서 댄 설리번 의원이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철수를 검토하는 것 같아 매우 걱정스럽다”고 한 것도 미국이 이미 주한미군 철수를 내밀하게 논의 중이라는 뜻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원래 ‘주한미군 철수 뭐가 문제냐?’는 사람이다. 작년 싱가포르 회담에서는 느닷없이 김정은에게 ‘한미연합훈련중단’이라는 엄청난 선물도 한 사람이다. 원래 한미연합훈련은 유사시 원활한 한미연합방위태세 유지를 위해서도 필수적이지만, 그 못지않게 북한과 중국 등 우리 안보위협들에 대한 중요한 抑制 수단이다. 그것을 中斷한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동맹체제에 대한 엄청난 타격이지만, 원래 훈련은 평시 군의 기본 임무이고 연합훈련은 동맹군의 기본 임무인데 임무를 없애버린 셈이 아닌가? 임무 없는 군대가 언제까지 유지될까? 

   결국 이 한미연합훈련 중단이야말로 한미 연합방위체제와 한미동맹의 瓦解 ,주한미군 철수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조치인 것이다. 실제로 훈련중단이 장기화되면 혈맹 한미동맹은 사실상 허울뿐인 군사동맹으로 전락하고 점차 주한미군의 위상이 약화되면서 자연스레‘주한미군의 감축·철군으로 이어지기 십상일 것이다. 또 RSOI 훈련(키 리졸브)이 중단되면 유사시 미군의 대규모 증원은 아예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질 것이다. 그런데 그것도 실은“한국정부가 연합훈련중단을 美에 간절히 요청”한 것이라는 보도(동아일보 2019.03.18.)도 있었다. 에이브람스 사령관에게는 한미동맹 그만하자는 소리로 들리지 않았을까? 

   무엇보다도 세계 곳곳에 미군을 파견하고 있는 미국은 駐屯軍 문제가 나오면 항상 ‘그것은 그 나라 국민이 결정한다.’고 답한다. 실제로 1992년 미국은 태평양 최고 전략요충지 마닐라 만에서도 그래서 하루아침에 떠났다. 그리고 필리핀 앞바다는 중국 해군의 놀이터가 되고, 마닐라 코앞 스카보러섬은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기지로 변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 우리는? 금년 4월 판문점에서는 북한이 진작부터 ‘주한미군 몰아내기용’으로 집요하게 활용해온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한반도 비핵화’를 약속해서 충격을 주었고 그 이후에도 현 정부 인사들은 수시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거론 했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둘 다 유엔사와 주한미군의 명분을 흔들어 우리 안보태세의 근간을 뒤집을 이야기인 것은 분명한데 말이다. 

   미국도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가는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문재인 정부는 ‘전작권도 조기에 전환하자’고 나섰다. 특히 이른바‘미래사령부’를 창설해서‘한국군이 사령관이 되겠다.’고도 했다. 이 부분이 노무현 정부 때의 전작권 전환 案과도 크게 다른 점인데, 실은 바로 이것이 문제다. 미국이 ‘한국군 사령관을 양해했다’고 하지만 미국은 미군을 외국군 지휘관아래 두지 않는다는 ‘퍼싱(Pershing) 원칙’을 단 한 번도 어긴 적이 없는 나라다. 도대체 우리도 월남전 당시 우리 군이 월남군 사령관의 작전통제를 받아야 했다면 그래도 박정희 대통령이 파병 했을까? 턱도 없는 일일 것이다. 결국 ‘한국군 사령관을 양해했다.’는 것은 실은 미국이 유사시 의미 있는 전력은 파견하지 않겠다는 뜻일 가능성이 더 높고, 설사 파견하려 해도 그 법적 절차를 따르다보면 미 증원전력의 適時 참전은 아예 구조적으로 불가능해질 것이다. 하긴 작년 10월 한미 간 합의된‘전작권 전환 이후 연합방위지침’을 봐도 영문과 한글 번역이 달라, 미국이 한국인 사령관 통제 하에 미군을 보낼지는 아직 불분명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가 미국과 ‘전작권 전환’을 합의했을 때는 ‘전작권 전환 반대’ 시위가 엄청 났었다. ‘전작권 전환 반대 서명 운동’에는 1,000만이 훌쩍 넘는 국민이 동참했었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대통령 때 완전히 되돌렸어야 할 일인데 겨우 ‘3년 延期’니, 뭐니 말장난하다가 현 문재인 정부에게 이런 기회를 준 셈이다. 더욱이 이제 ‘한국군이 미군도 다 통제 하겠다.’는 현 정부의 전작권 전환은 미국에는 단순히 ‘연합사 해체’로 끝나는 노무현 정부 때 보다 훨씬 더 충격적 조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우리 사회에서는 전작권 전환 문제가 큰 논란거리조차 되지 않고 있다. 그만큼 그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클 것이다. 결국 의도했든 아니든 우리가 지금 필리핀 못지않게 주한미군을 밀어내고 있는 모양새인 셈이다. 한국이 밀어내는 형태면 미 의회도 끝내 막아주지는 못할 것이다. 

   실제로 앞에서 언급한대로 지금 미국에 그런 움직임이 있다는 설이 계속 흘러나온다. 과거 노무현 정부가 전작권 전환을 요구하니까 럼스펠드 당시 미 국방장관이‘그것 좋지- 주한미군 빼내 쓸 데가 얼마나 많은데!’비아냥대면서‘미군은 미국이 필요로 하는 곳에, 그리고 환영받는 곳에만 駐屯 할 것’이라고 했는데 대체로 그런 방향으로 정리되는 듯하다. 우리 정부는 하필 이런 때에 집권하자말자‘전작권을 조기 전환’하겠다면서 서울의 주한미군사령부들까지 평택으로 서둘러 쫓아 보낸 것이다. 미국도 바보가 아닌데 그 뜻을 모를까? 

   이른바‘동북아사령부’의 병력 수까지 거론되는 것을 보면 미국이 꽤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이런 변화 가능성을 진작 눈치 챈 사람들도 있다. 일본 후나바시 요이치(船橋洋一) 아사히(朝日)신문 前 주필은 지난 2월 우리 주간조선에‘한국이 한미일 3각 동맹체제를 벗어나려한다면서 그러면 미국이 1950년‘미일동맹 위주의 원래 아시아 안보구상, 즉 애치슨라인’되돌아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였다.‘그것이 현 한국 정부가 바라는 상황일지 모르겠다.’고. 또 미 스탠포드 아태연구소장 신기욱 교수도 지난 6월 5일 문화일보에“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한국 홀로 핵무장 한 북한에 마주 서야 할 날이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것들이 장차‘미국의 새 동북아 전략태세 構想’이 현실화되면 초래 될 수 있는 결과들이다. 깜짝 놀라 미국 측에 물으면 ‘그것 다 한국이 원하는 것 아닌가? 원하는 대로 다 해 줄 준비하고 있으니 염려 말라.’고 비아냥댄다.‘그러면 미국과 자유세계는 대한민국을 잃는다.’고 언성을 높이면‘아니- 퍼싱 원칙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분이 어떻게 그런 말을 다 하느냐?’오히려 어이없어 한다. 

5. 그래도 미래는 만들고 가꾸어 나가는 자의 것.

   도대체‘세계 야만 공산세력과의 블록 대결 최전선’에 서 있는 우리가, 그 양대 세력이 정면으로 맞붙어 한반도의 미래 운명을 가름할 결전이 진행 중인 하필 이런 때, 우리 스스로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적이라는 한미연합방위태세를 흔들고 주한미군까지 쫓아낸다? 그러면 한반도 전체가 野蠻 공산주의 중국의 배타적 영향권아래 휩쓸려 들게 될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흔히 일본의 군비증강에는 신경을 곤두세우면서도‘중국의 이런 위협’에 대해서는 무심해 한다. 과거 천년 이상 그렇게 살아 왔는데 뭘? 싶은 것일까? 

   어느 친 정부 인사는‘중국과 잘 지내면 굶어 죽을 염려는 없다’지만, 우리는 과거 원세개(袁世凱)의 專橫으로부터 중국의 턱없는 傲慢을, 현대 중국의 치졸하기 짝이 없는 사드 보복에서는 그 못지않은 狹量과 無知를 본다. 만약 정말로 그리되면 당장 국경이 없는 금융자본이 둑 터진 저수지처럼 빠져 나가 우리 경제부터 와해될 것임은 물론, 미국이 主導하는 자유민주적 국제질서 속에서 이루어 낸 오늘 우리의 자유와 평화, 번영은 더 이상 누릴 수 없을 것이고 자칫 자유 대한민국이 김정은 밑으로 내 던져지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을 것이다. 

   특히 그래서 일단 한 번 2차 세계대전 후, 세계 역사의 대 변혁기에 이승만 대통령이 미국을 동맹으로 끌어들여 만들어 낸「한미연합방위태세가 버티고 선 오늘 대한민국의 안보환경을」와해시켜버리면 이제는 두 번 다시 되돌릴 기회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중국이 완전히 자유화 되고 민주화되기 전에는 과거 천년 이상 그래왔듯이 한반도의 미래가 거의 영원히 중화 패권주의에 짓눌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한미동맹의 와해와 주한미군 철수가 오늘 대한민국의 안보만이 아니라 우리 한민족 전체의 미래에 災殃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더 할 수 없는 위기에, 우리 자유 대한민국이 밝은 미래를 열어가려면, 아니 미래에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민주 국가에서 모든 국가정책은 국민이 공감대 위에 서야만 원활한 수행이 가능한 것이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깨달음이다. 더욱이 MIT 비핀 나랑 교수는 위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김정은에게는 남북관계 개선을 중시하는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것이 엄청난 행운’이라고 했던데, 아닌 게 아니라 출범 후 始終一貫 이어져 온 정책적 행보를 보면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고 있는 목표가 무엇인지, 과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할 의지는 확고한지 그것이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렇다면 더욱 더 우리 국민이 오늘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냉철하게 꿰뚫어 보면서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수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스스로 깨닫고 직접 챙기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예컨대 우선 ‘이 시점 우리 안보태세의 실태를 총체적으로 재점검, 재정비’해야 하겠지만, 특히‘전작권 전환 합의’는 당장 되돌리고「한미군사동맹」과「한․미․일 안보삼각동맹체제」를 튼튼하게 재정비 강화해야 한다. 그것도 이제는 한반도 자유통일을 내다보는 대전략적 큰 차원에서 한․미․일 3국이 다 함께 보다 긴밀하게 협력 할 수 있도록 재정비 강화해야 한다. 대한민국에 미래가 있게 하려면, 아니 살아남자면 싫든 좋든 여기에 최선을 다 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자유와 野蠻의 블록대결’로 진행되는 오늘의 국제 안보환경 下에서 한국의 地政學的 운명이다. 韓日關係도 당연히 달라져야 한다. 그런 전략적 차원에서 서둘러 정상화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도 ‘적은 적을수록 좋고 친구는 많을수록 좋은 것’이 외교의 기본이고 또 정부와는 싸워도 국민을 敵으로 만들면 안 된다는 것은 외교의 ABC다. 특히 기본적으로 외교는 ‘국익’의 문제다. 물론 오늘 아베(安倍晋三) 총리의 태도야 고약하고 괘씸하기 짝이 없지만 그렇다고 ‘미래’를 버릴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앞에서 ‘적화통일 외에는 김정은 체제가 살아남을 길이 없고 우리가 먼저 자유통일을 하지 않으면 우리역시 살아남을 수가 없다.’고 했는데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그것은 우리 안보문제의 恒久的 核心이요 본질이다. 그럼에도 반복되는 평양과 백두산의 화려한 퍼포먼스 속에서 ‘평화 평화’만 환호하지만, 원래 병법서 孫子의 첫 구절이 兵者는 ‘詭道也’ 즉 ‘속이는 것’이라는 말이다.  인류 역사에 그렇게 속아서 亡한 나라가 어디 하나 둘이던가? 개인을 속이면 詐欺지만 국가를 속이면 속인 자는 영웅이 되고 속은 나라 국가는 망하고 국민은 죽는 법이다. 

   도대체 ‘평화’라는 것도 원래 달래고 구걸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힘으로 지켜지는 것이다. 힘으로 지켜지지 않는 평화란 ‘노예적 평화’에 다름 아닌 법이다. 그래서 참된 평화는 용기 있는 국민만이 누릴 수 있는 권리인 것이다. 지난 시간 되돌아보면 우리가 이런 자세로 살아왔으면 우리는 이미 참된 평화와 자유통일번영의 한 단계 높은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돌이켜 보면 우리에게도 결정적 기회도 적지 않았던 셈이다. 그런데 모름지기 위기를 극복하면 기회가 되고, 기회를 버려두면 위기로 되돌아오는 법인데 우리가 그동안 미루고 회피하고 또 상대를 도와주기까지 해 가면서 가위 운명적인 기회를 스스로 훼손하고 낭비해 버리고는 이제 거의 存亡의 어려움으로 되돌려 받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아직 마지막 기회는 남아 있을 것만 같다. 예컨대 이제 어느 쪽도 양보 할 수 없는 싸움이 되어가는 미·중 갈등도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다들 우려하듯이 위기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기회가 될 수도 있을 법하고, 무엇보다도 지금도 끊임없이 핵탄두를 늘리고 미사일을 개량하고 있는 북한이 그것들을 쉽게 포기 할 것 같지는 않고 미국도 북한 특히 ‘북한 핵 확산’에 대한 사회적 의구심이 얼마나 큰데 북한이 핵국가 되는 것을 쉽게 용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머지않아 그것이 한계에 부딪치는 ‘진실의 순간’이 올 것이고, 그것은 오래전부터 사실상 체제유지의 한계상황에 부딪쳐 있는 북한의 상황에 비추어 우리에게 의외의 기회가 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물론 그러자면 혹 다소의 희생이 따를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 작은 희생을 너무 두려워하면 내일 더 참혹한 희생을 강요당하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1938년 뮌헨에서 영불양국의 국가적 비겁성이 불과 1년여 만에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했다는 제2차 세계대전의 문을 열어 주게 되었듯이 용기가 필요할 때 비겁한 것은 때로는 더 할 수 없는 죄악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중요한 것이 국가 의지다.

   하필 이런 때 우리 정부가 너무 親中, 親北으로 기울고 특히 북한 도와주기에 몰입하는 것만 같아서 조심스럽다. 오죽하고 지난 8월 5일 대통령이 “남북경협으로 일본을 단숨에 따라잡겠다.”니까 당장 ‘퍼주기 하겠다는 것이냐? 그 속내가 궁금하다.’는 말까지 나오지 않던가? 사실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 문제는 제쳐놓더라도, 한반도가 자유통일 된 이후라면 모를까, 유엔 제재와 북한의 미흡한 투자 인프라만 고려해도 지금은 불가능하다는 것은 모를 리가 없을 테니 그런 의구심도 생길만 하다.

   그렇다면 우리 온 국민이 다 함께 냉철한 눈으로 오늘의 안보 상황을 꿰뚫어 보면서 더욱 강인한 국민적 의지로 뒷받침 하는, 과거 어느 때와도 다른 특별한 지혜를 발휘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욱이 지금은 지난 70여년 지속되어 온 한반도 상 ‘자유와 야만의 前哨戰’이 마침내 그 승패를 가름할 일종의 최종 결전이 진행 중인 때가 아닌가? 오늘 우리가 이 엄연한 현실을 못 본체 외면하거나 역사 앞에 어리석고 비겁하면 우리 아들딸에게 더 할 수 없는 罪業을 짓게 될 것이다.<끝> 

<김희상 육군중장(예) 정치학박사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