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지난 8월 30일 “韓美군사동맹 세 축 모두 흔들… 文정부 ‘치명적 묘혈’ 파는 셈--”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되었던 문화일보 파워인터뷰의 원본인 셈입니다. 

   실은 지난 10년 이상 성공적인 한국안보를 위해 국내외 주요 언론에 끈질기게 설명도 하고 호소도 해 보았지만 別無神通인듯해서 한동안 신문 기고든 방송 출연이든 사실상 거의 끊고 있었습니다. 문화일보 파워인터뷰도 2010년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포격 사태 때 이미 기회를 가진 적이 있었습니다. 자연히 처음엔 습관처럼 사양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 안보상황이 얼마나 위태롭습니까? 그 모두 그런대로 튼튼했던 우리 안보태세를 지난 2년여 문재인 정부가 함부로 헤집고 흔들어 댄 때문이 아닙니까? 특히 오랜 우방과 동맹은 굳이 멀리하면서 북한과 중국은 아무리 미사일을 쏘고 악담과 모욕을 해도 그저 도와주고 가까이하지 못해 안달을 하다가 스스로 自招한 결과입니다. 

   그래서 다시 마음을 다잡고 정리해 보았습니다. 마침 우리 문화일보 정충신 부장의 질문도 오늘 안보상 핵심적 논쟁점들을 거의 망라한 듯합니다. 인터뷰 형식이다 보니 앞의 답변이 뒤에도 인용되는 등 반복되는 부분도 더러 있습디다만, 어쩌면 그것이 이해하시는데 더 편하실 수도 있겠다 싶어 그대로 두었습니다. 참고가 되시면 좋겠습니다. 

<質問 要旨>

1. 오늘 한반도 안보위협의 원인(2) 

2. 급변하고 있는 전환기 동북아 안보체제(3) 

3. 새로운 동북아 안보태세의 구체적 내용과 문제점(3) 

4.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아베의 진심은?(6)

5. 위기의 한일관계 무엇이 잘못되었나?(7) 

6. GSOMIA 폐기와 한일 갈등이 한반도 안보에 초래할 영향(9) 

7. 한일 갈등을 풀 해법은?(11)

8. 전작권 전환으로 만들어질 미래사령부는 제 기능을 발휘할까?(12)

9. 미국의 주한미군 철수 과연 가능할까?(14) 

10. 연합사 평택 이전이 한국안보에 미칠 영향은?(17)

11. 한미연합훈련 축소 및 폐지의 문제점(18) 

12. 9.19 남북 군사합의에 대한 평가(19)

13. 한미동맹이 와해되고 주한미군이 철수하면?(23)

14.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경제’ 어떻게 보나?(26)

15. 미국의 전술핵 공유 및 중거리 핵미사일 한국 배치에 대한 의견은?(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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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 한반도 안보위협의 원인> 국회의장이 12일 여야 5당 대표 회동에서 ‘미증유의 안보 외교 경제 위협이 다가오고 있다’며 국난극복을 위한 정치권 등의 단일대오를 주문했습니다. 미증유의 복합위기, 퍼펙트 스톰의 대재앙이 밀어닥치는 가운데 특히 한반도의 안보적 위협이 밀어닥치는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한마디로 이념에 몰입된 현 정부의 시대착오적 안목과 정책적 무능이 自招한 것만 같다. 당장 그런대로 잘 나가던 우리 경제도 ‘탈 원전,’ ‘소주성’ 하면서 국가 경제적 底力을 통째로 흔들고 있지만, 자유통일을 꿈꿀 만큼 비교적 튼튼했던 우리 안보가 ‘5면 楚歌’니 ‘퍼펙트 스톰의 위기’라느니 나라의 미래가 없어질까 두려워하게 만든 것도 우리가 自招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국가안보란 국가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는 노력이고 평화는 본래 힘으로 지켜지는 것이다. 힘으로 지켜지지 않는 평화는 종속적 노예적 평화일 뿐이다. 그런데 현대 국가가 평화를 지키는 보편적 방법은 ‘抑制’이고 ‘억제’란 상대에게 ‘도발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손해가 훨씬 더 클 것임을 인식시켜 감히 도발을 못하게 해서 평화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그러므로 억제에 성공하려면 ‘적의 도발을 방어, 격파’할 수 있는 능력은 물론 ‘강력한 응징 보복 능력’도 갖출 필요가 있다. 

   나 혼자 독자적으로 그런 역량을 다 갖출 수가 없으면 동맹국을 만들어서라도 갖추어야 한다. 그래서 현대 지구촌 시대는 집단안보 연합안보가 일반화 된 시대다. 한국은 특히 동맹이 중요한 나라다. 이른바 신냉전시대라는 오늘의 특성을 노재봉 전 총리는‘자유와 야만의 블록대결’이라면서 한국을‘자유의 전초’라고 정리했던데 실제로 한국은 과거나 지금이나 세계 野蠻 공산세력과 최전선에서 대결해온 나라가 아닌가? 북한이‘야만의 선봉’으로 기습 남침을 하면서 형성이 되고 이승만 대통령이 미국을 한미군사동맹으로 묶어냄으로써 정착이 된 상황이다. 문제는 그래서 우리가 자유와 평화를 지키려면 ‘자유 블록’의 적극적인 지원과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그래도 그동안 우리는 이승만 박사가 육성한 강력한 국방력과 한미군사동맹체제의 기반 위에서 자유를 지키고 번영도 이룰 수 있었다. 

   그런데 ‘병력감축 및 服務期間 短縮’이 代辯하듯이 현 정부는 출범하면서부터 사실상 우리 국군의 戰力이 低下 될 수밖에 없는 조치를 계속하면서 동시에 9.19 남북군사합의로 우리 군의 대비태세까지 마비시키고 있는 모양새다. 여기에 역대 한국 정부가 대부분 언필칭 均衡외교라면서 은근히 동맹국의 신뢰를 흔들어 온 셈이지만, 특히 현 정부는 신냉전시대 미국의 핵심 안보위협은 팽창주의 중국이고 일본은 중요한 동맹국인데도 불구하고‘遠美·親中·排日정책’으로 동맹의 의구심을 사고‘전작권 조기 전환’과 용산의 유엔사 주한미군사령부 등을 평택으로 밀어내는 등 사실상 미국을 직접 압박하는 등 동맹체제까지 흔들고 있다. 

   그 결과가 중·러의 공군은 함께 우리 영공을 위협하고 북한은 연이어 미사일을 쏘아 올리며 온갖 협박을 다하는데도, 오랜 우방 일본과는 거의 적대적 무역분쟁 중이고 동맹국 미국도 사실상 吾不關焉하면서 동맹 비용만 흥정하려들고 있는 가운데 우리 국민은 아무런 대책도 없는 정부를 바라보며 절망하고 있는 오늘의 상황이 아닌가? 문자 그대로 ‘퍼펙트 스톰의 위기’를 우리 스스로 自招한 셈이다. 

2. <급변하고 있는 전환기 동북아 안보체제> 국제 군사 안보 체제가 큰 전환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동북아가 가장 큰 변화의 중심에 있습니다. 전환기 동북아 안보체제를 어떻게 전망하는지요.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이래‘韬光养晦’힘을 길러오던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시대에 들어 ‘돌돌핍인(咄咄逼人)’의 오만하고 거침없는 자세로 ‘大國崛起’, 즉 一帶一路에다 남중국해 九段線등 오랜 팽창주의적 중화질서 회복의 야심을 구현하려 하고 있다. 여기에 오바마 대통령은 이른바‘아시아 재균형전략(Pivot to asia)’위에서 동북아에서는 주로 한미동맹을‘린치핀(linchpin)’이라고 부르며 이를 중심으로 여기에 대처해 왔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인도태평양 전략」즉 미일동맹을 중심으로 인도 호주 뉴질랜드 등과 함께 좀 여유로운 봉쇄선을 중심으로 하는 형태로 그 대응전략을 크게 轉換하려 하는 듯하다. 

   문제는 양측의 대응전략이 이렇게 크게 변하려하고 있는 이런 때 우리의 어리석은 대응이 우리의 미래에 치명적 위협을 예비해 놓는 듯해서 걱정스럽다. 물론 아직은「인도태평양 전략」이 기존 대중국 정책의 단순한 보완책 정도인지 아니면 근본적 전환인지 명확하지는 않다. 그러나 미국은 지금 바로 그런 차원에서 세계 80여개 국과 연계된 오늘의 복잡한 동맹관계를 재구성하려 하고 있고 특히 동북아에서는‘주한미군 주력을 주일미군에 통합시켜 동북아사령부’를 만드는 형태로 새로운 동북아 전략태세를 구상하고 있다는 말들이 흘러나온다. 만에 하나 사실이라면 한국 안보에는 치명적일 수가 있다. 그것은 결국 한반도에서의 미국의 뒷받침이 약화 또는 철수로 이어질 것이고 그것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상 한국을 야만 공산세력에 휩쓸려 들게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3. <새로운 동북아 안보태세의 구체적 내용과 문제점> 한미동맹의 약화로 주한미군 철수 또는 축소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미군의 새 동북아 전략태세 구상으로 향후 동북아 방어 기본축이 미일동맹 위주로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을 하셨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주한미군 주력은 주일미군에 통합시켜 동북아사령부를 만들고 한국은 수 천 명 정도의 제한된 병력으로 한국의 방어와 경계를 지원한다는 것이 그 요지다. 일본 한반도 문제 전문가라는 이즈미 하지메(伊豆見元) 도쿄 국제대학 교수나 후나바시 요이치(船橋洋一)전 아사히 주필 등의 ‘신 애치슨 라인’론도 주한미군 철수를 전제로 하고 있다. ‘논리적으로 보면 그렇다.’는 정도이지만 설득력이 있어 보이고, 어쨌든 사실이라면 한국에는 치명적일 것이다. 그 정도로 한국 방어가 가능할지도 의문이지만 그래서 오늘 대한민국의 안정과 평화가 불안정해지면 당장 한국의 경제부터 무너져 내릴 가능성이 높으니까. 

   아직은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구상하고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고 솔직히 잘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동북아 방어 기본축이 미일동맹 위주로 재편되는 것은 이미 진행 중인 듯하다. 한미연합훈련으로 소화되고 있던 미국의 대규모 연합훈련 소요가 특히 해·공군 훈련을 중심으로 미일 연합훈련으로 대체되고 있음이 그 증거다. 

   하긴 그게 아니라도 지난 4월 20일 중앙일보에 ‘세계질서 유지에 신물 난 미국, 한국에서 한발 뺄 수도 있다.’는 미 피터 자이한의 인터뷰가 실렸던데, 실제로 미국은 지금 바로 그런 차원에서 세계 80개국 800개기지에 군대가 배치되어 있는 오늘의 이 복잡한 동맹관계를 새롭게 再構成하려 하고 있는데 바로 그런 차원에서‘동북아사령부’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동북아 전략태세를 구상하고 있다는 것인데 냉정하게 따져 보면 볼수록 더욱 그럴 법해 보인다. 

   그 방향은 대체로 과거 럼스펠드 전 국방장관이 강조했던대로"미군은 미국이 필요로 하는 곳에, 그리고 환영받는 곳에만 駐屯"하는 방향으로 정리되는 듯하다. 우리 정부는 하필 이런 때에 집권하자말자 ‘전작권을 조기 전환’하겠다면서 서울의 주한미군사령부들을 평택으로 서둘러 내쫓은 것이다. 미국도 바보가 아닌데 그 뜻을 모를까? 어쩐지 위에 언급한 주한미군 철수를 전제로 한 미국의 ‘새 동북아 전략태세 構想’이 그 답인 것 같다. ‘병력숫자까지 거론되는 것을 보면 미국이 꽤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듯하다. ‘그러면 대한민국을 잃는다. 6.25 전에도 소규모 군사고문단은 있었다.’고 언성을 높였더니‘아니- 퍼싱 원칙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분이 어떻게 그런 말을 다 하느냐?’고 오히려 어이없어 했다. 

   거듭 말하지만 정확한 내용은 아직 모른다. 그러나 1984-5년 USAWC에 유학하던 때도 그와 비슷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의견을 묻곤 했을 만큼, 진작부터 일사분란하게 통합된 동북아 전략태세를 구축하고 싶어 했던 미국이다. 금년 3월 우리 정부가 6.12 싱가포르 미·북 핵정상회담의 길을 열어주었을 때 서둘러 워싱턴을 찾았다. ‘6자회담이니 뭐니 지난 4반세기 실패해 온 미국이 도대체 무엇으로 북한을 설득하려 하는 가’싶어서. 그런데 신뢰할만한 어떤 분이 ‘평화협정 가능성’을 거론해서 충격을 받았다. 그것은 결국 주한미군 철수와 북한 핵폐기를 맞바꾼다는 뜻이 아닌가? 깜짝 놀라 워싱턴 대사관에 경고를 했더니- 키신저는 진작 그래왔지만 이젠 ‘펜타곤에서도 주한미군을 주일미군에 통합시키는 것이 중국에 대처하는데도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주장이 늘어난다.’는 답이 돌아왔다. 

   지난 6월 1일 발표된 펜타곤의 ‘인도태평양 전략보고서(IPSR)’는 미국의 그런 대동북아 안보전략 변화를 확인시켜주는 것 같다. 여기서 미국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지역을 유지하는 데 미일상호방위조약과 주일미군은 필수적 요소로서 전략적 동맹을 강화하여 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는데, 특히‘현대화되는 동맹(Modernizing Alliances)’이라는 제목아래 미일동맹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평화와 번영을 위한 주춧돌(corner stone)이라고 명확히 자리매김을 한 반면, 한미동맹에 대해서는 린치핀(linchpin)이라는 수사마저 사라지고 단순히 한미동맹과 한미연합사는 유지될 것이며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는 데 한미동맹이 필수적이라는 의례적인 말에 그치고 말았다. 별것 아닐 수도 있지만 실은 그것도 큰 변화다. 

   그 가능성이 사실이라면 누구보다도 비교적 빨리 感知하는 사람들도 있는 법인데, 일본 후나바시 요이치(船橋洋一) 아사히 신문 칼럼니스트는 지난 2월 주간조선 인터뷰에서 ‘한국이 한미일 3각 동맹체제를 벗어나려하면 미국은‘애치슨라인’을 그었던 1950년‘미·일 동맹 위주의 원래 아시아 안보구상’으로 되돌아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그것이‘추측하건대 현재의 한국 정부가 바라는 상황일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미 스탠포드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 신기욱 교수도 최근 기회 있을 때마다 비슷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주한미군의 위치에 중요한 변동이 생길지도 모른다.”(문화일보 2019.06.05.)거나 “영원한 동맹은 없으니 섣부른 미군 감축에 대비해서- 핵무장 추진을 공론화 해보라”(문화일보 2019.07.03.)고 할 정도다. 

   하긴 그게 아니라도, 전작권이 전환되면 적어도 미 지상군의 철수는 피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 ‘미 지상군 철수와 해·공군 위주의 지원’ 방침은 이미 오래 전부터 논의되던 미국의 희망 사항이니까. 한국 안보에는 그것만도 큰 충격일 것이다. ‘지상군이 직접 주둔하는 것’과 ‘유사시 해·공군 지원 약속’과는 억제효과나 군사적 효용성 등 모든 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금은 통합작전시대가 아닌가? 한국군이 미 해·공군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도 어렵겠지만, 지상군 없는 해·공군 지원의 효율성은 이미 크게 제한 될 수밖에 없는 것이고, 전략적 차원에서는 사실상 ‘주한미군 철수’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의 상황을 보면 그것이 이미 결정 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싶다. 지난 23일 러·중 폭격기가 방공구역 넘어 우리 공군기가 18대나 출격을 했는데도 때마침 한국을 방문한 존 볼턴 안보보좌관은 물론 주한미군까지도 아무런 조치 없이 한국군이 대응할 일이라며 ‘일단 관망’으로 시종했다. 중·러가 對美전략 차원에서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를 시험해 본 것이 분명해 보였는데도 말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1년간 북한이 12기 분량의 핵물질 생산해서 20~60기의 핵탄두를 보유 중이라고 평가하고 ICBM 생산 멈추지 않았다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은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중단한다는 나와의)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말만 반복하고(월스트리트저널 7월 25일자) 북한이 3000t급의 신형잠수함을 배치하고 사거리 600km, 아무리 단거리라지만 우리의 현 국방태세로는 사실상 요격이 불가능에 가까운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는데도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미국에 위협이 아니라’는 것만 강조하고 말았다. 

   하기야 한국은 청와대도 그것이 9·19 남북합의 위반이 아니라고 앞장서 변명을 하고 한·미 훈련 명칭에서 ‘동맹’이라는 단어조차 삭제할 만큼 북한 눈치를 보고 있으니 미국이야 오죽하랴 싶기도 하지만 과거 어느 때도 볼 수 없었던 방관이요 무관심이다. 이것이 과연 우연일까? 

4.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아베의 진심은?> 아베의 사상 초유의 한국 경제 보복, 대북 제재 위반 안보 문제 거론하며 화이트리스트(전략무기 수출국가)에  배제하며 초강수 두는 진짜 의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다. 

   굳이 아베의 숨은 내심을 추측하기보다 공개된 그의 주장을 있는 그대로 한번 보자. 일본은 이 문제를 굳이 ‘안보문제’라고 주장하고, 그동안 일본이 수출의 효율성을 위해 미,영,불,독 등 세계 27개 우방국만 지정했던 이른바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이제 한국은 제외하겠다는 것 아닌가? 말하자면 한국은 더 이상 일본의 우방국으로 보지 않겠다는 주장인 셈이다. 좁게 보면, 한국 대법원의 징용공 판결과 이에 대해 협의하자는 일본의 요청에 한국정부가 8개월 동안 무 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은 한국 정부가 ‘정부차원의 조정’은 하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냐? 그렇다면 그것은 1965년 청구권협정이라는 한일 기본관계를 규정한 국제법적 합의까지 무시하려는 것이냐 그것까지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크게 보면 한국이 계속 이러면 더 이상 일본의 우방국으로 보지 않을 수 있다, 한국이 진정 우방이냐 아니냐를 밝히라는 주장인 셈일 수도 있지 않은가? 그리고 보니 ‘미국과의 안보 협력만 강조’하는 이번 아베의 공세에서는 굳이 ‘한국을 일본의 안보 파트너로 보지 않겠다, 아니 배제하겠다.’는 의지까지 읽힌다. 그것이 그동안 한국의 ‘친중 반일 정책’에 대한 단순한 반격일 뿐이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나름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정책전환’이라면 작은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다들 아베의 선거용이라고 해 왔고 실제로 일본 내 혐한정서가 전례 없이 높았다지만,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에 의하면 정작 이번 선거에서 한일관계는 쟁점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아베가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외손자라며 한반도와는 악연 때문이라는 주장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오히려 그는 원래 친한파(아끼에 여사는 배용준의 열렬팬)에 가까웠던 사람이 아닌가? 2005년 3월 하순 조갑제 대표가 아베 신조 자민당 간사장 대리와의 인터뷰에 보면 그는 독도문제도 한국 측이 문제를 삼는 바람에 일본에서도 큰 문제가 되었다는 뉘앙스로 말하면서 "이 문제로 일한관계가 나빠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분명히 밝혔다. 심지어 "일본의 일부 전문가들이 남한이 좌경화 내지 親北化 됐을 경우에는 독도가 새로운 의미를 가질 것이기 때문에, 즉 일본에 대한 위협적인 군사적 포인트가 될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조대표의 말에도 ‘한국이 그 정도로 친북화 되는 그런 상황을 상정하기 어렵다. 우리도 일한관계가 악화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답한 사람이다. 

   전통적으로 일본은 주한미군 철수 설 같은 것이 나오면 누구보다도 앞장서 반대할 만큼(실제로 카터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주장 때도 일본의 반대 노력이  奏效했었다) 일본의 안보를 위한 한국의 역할을 중요하고 무겁게 보는 편이지만, 아베도 그만큼 동북아 안보상 한일협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국가 배제라는 강경책을 펼치는 진짜 내심이 무엇인지 우려스럽다. 특히 사실상 한미일 삼각동맹체제가 흔들릴 수 있는 조치를 취하면서 미측과 논의조차 하지 않았을 것 같지가 않다. 그렇다면 혹시 위에서 언급한 동북아 안보체제의 일대 전환까지 고려한 조치는 아닐 것인가? 이래저래 문재인 정부의 조치들이 더욱 더 어리석기 짝이 없어 보인다. 

5. <위기의 한일관계 무엇이 잘못되었나?> 한일 관계가 과거사(위안부, 강제징용 등) 문제로 현 정부 들어 경제 안보 위기로 진전되고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어디서 잘못됐다고 보시는 지요.

   우선 근본적으로 역대 한국정부의 한일관계에 대한 기본인식과 비전략적인 대외정책부터 문제가 있었지 않나 싶다. 원래 ‘무릇 누가 적이고 누가 우군인지 명확한 피아구분은 안보의 출발점’이다. 특히 한반도는 오늘 세계 4대 강국이 복합적 갈등구조를 이루고 있는 동북아 한 가운데에 마치 화약고와도 같이 존재하는 곳이다. 피아를 헷갈리면 자칫 죽기 십상인 곳이라는 뜻이다. 

   오늘 한국의 이런 지정학적 위치를 생각하면 적어도 오늘 우리가 누구와 동맹을 맺고 누구를 경계해야 하는지는 자명하다. 그리고 지난 시간, 우리는 튼튼한 한미동맹과 우호적 한일관계를 기초로 한 한미일 협력으로 6·25를 포함한 다양한 위기를 극복하고 대한민국 오늘의 번영을 이루어 왔음은 오늘 누구도 부정 할 수 없을 것이다. 실은 6·25 때도 그랬다. 우리는 한국의 희생 속에 일본 경제가 回生했다는 것만 강조하지만, 그 못지않게 당시 가까운 일본이 효율적 병참기지 역할을 해주지 않았으면 우리의 6·25전쟁수행은 훨씬 더 힘들고 희생도 컸을 것이다. 

   미래라고 다를까? 당장 장차 또 다른 한반도 유사시에는 그 대규모 소요를 어디서 다 충당할 수 있을 것인가? 존경받는 어느 전 외교부 장관은 아예 ‘한·일이 사실상의 동맹이 돼야 한다.’고 하고 이안 부루마(Ian Buruma) 뉴욕 바드대 교수는 지난 2016년 4월 15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미동맹도 영원할 수는 없으니 한국이 중국 위성국이 되지 않으려면 일본 등과 연대해서 중국을 견제하는 수밖에 없다"고도 하던데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오늘 북한 핵미사일이나 중국의 위협 같은 안보차원에서도 우리와 가장 同病相燐의 관계에 있는 나라는 일본이다. 예컨대 과거 미국에서 ‘주한미군 철수’ 주장이 나오면 가장 예민하게 반대한 나라도 일본이었다. 지난 25일 북한의 단거리탄도미시일 도발에 대해서도 미국은 직접위협이 아니라며 사실상 눈을 감아 충격을 주었는데 장차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만 빼고 북한 핵미사일을 인정하려들 경우 누가 우리 편이 될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실은「한미군사동맹」도 원래「한․미․일 삼각동맹체제」의 基底 위에 서 있는 것이다. 그래서 친북·친중·반미를 외치는 좌익 시위대가 연일 반일깃발을 앞세우듯이 反日은 사실상 反美와 직결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래서 한국정부의 이어진 친중 반일정책을 보면서 우리 사회에서도 한국 스스로 ‘신 애치슨라인’을 긋고 있는 것 아니냐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었고 ‘한국이 장차 미·중 어느 편에 설 것인가?’ 하는 워싱턴의 의구심에도 이런 것들이 영향을 주어왔다. 우리의 대일정책에는 이런 차원에서의 기본 인식이 너무 부족한 듯하다.

   그게 아니라도 일본은 싫든 좋든 우리 자유통일의 전략적 資産으로 만들어야지 우리 발목을 잡으려 들게 해서는 안 되는 나라다. 또 ‘적은 적을수록 좋고 친구는 많을수록 좋은 것’이 외교의 기본 원칙이고 정부와는 싸워도 국민을 敵으로 만들면 안 된다는 것은 외교의 ABC다. 특히 기본적으로 외교는 ‘국익’의 문제다. 물론 과거사에 대한 아베(安倍晋三) 총리의 태도야 고약하고 괘씸하기 짝이 없지만 그렇다고 ‘미래’를 버릴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그럼에도 지금 아베가 그런다지만 우리 역시 걸핏하면 ‘과거사’ ‘독도문제’등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정치적으로 활용해 왔다. 따지고 보면 오늘 이 상황도 그 여파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도대체 아무리 외교라도 전쟁을 하려면 목적과 목표가 분명하고 싸워서 얻을 수 있는 이익과 잃을 수 있는 손실 중 어느 것이 클지 냉철한 損益 계산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그래서 명확한 승산이 있고 이익도 보장 되어야 시작하는 것이 전쟁이다. 그런데 이번 경제전쟁에서 우리 대법원에서의 징용공 판결에 대해 일본이 이의 제기를 했는데도 8개월이나 묵살하다가 일본의 보복조치가 제기되니 비로소 동분서주하는 우리 정부의 모습을 보면 얼마나 철저히 전략적 계산을 하고 어떤 이익을 기대하고 시작했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그러니까 이번 경제전쟁마저 ‘국민적 반일정서에 기대 내년 총선 승리’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나오는 것이다. 하긴 23일 중·러 공군의 우리 영공 침략에도 불구하고, 그것도 사상 최초라는데도, 중·러 보다는 일본 비판에만 주력하는 것을 보면 그게 진실일지도 모르겠다 싶다. 

6. 청와대가 지소미아를 파기해 큰 충격을 주었는데 지소미아 파기와 한일 갈등의 악화가 한반도 안보에 초래할 영향을 어떻게 보시는지?   

   한국의 ‘GSOMIA 폐기’ 결정에 대해 미 정부가 전례 없이 ‘문재인 정부’를 지칭하며 거의 분노에 가까운 비판을 쏟아 냈다. 한국에서도 곧바로 ‘한미 동맹의 와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따지고 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다. 원래 미국 동북아 안보태세의 중심은 일본이 한 軸을 담당하는「한․미․일 삼각동맹체제」다. 그래서 GSOMIA 폐기는 그 자체로 미국의 동북아 전략태세를 흔드는 짓이다. 더욱이 태평양전쟁이 終戰될 때 미국이 한반도에 서둘러 상륙한 내심도 실은 일본의 확보와 안전에 있었고, 1970년 닉슨닥트린 때 ‘일본의 안전은 미국의 안전에 결정적(vital)이고 한국의 안전은 일본의 안전에 필수적(essential)’이라고 했던 미국이 아닌가? 한일 간 안보협력이 불가능하면 튼튼한 한미동맹은커녕 미국의 동북아 안보체제 자체가 흔들리는 구조인 것이다. 

   그래서 한국 정부에서 ‘GSOMIA 폐기’ 가능성을 검토한다는 말이 나올 때부터 많은 미측 전문가들이 “동맹 정신에 반하는 행동”이라며 ‘검토한다는 것 자체가 문재인 정권의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미 정부도 이례적으로 대통령 안보보좌관, 미 국방장관, 주한 미 대사 등 고위관계자들이 직접 만류하고 나섰던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가 폐기를 강행했으니 미국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실은 그렇지 않아도 워싱턴에는 언필칭 균형외교라면서 ‘遠美 親中 排日’로 흐르는 한국이‘장차 미중 어느 편에 설 것인가?’하는 의구심은 진작부터 있어 왔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시작부터 초대 주중대사가 중국에 萬折必東을 써주고 대통령 자신도 베이징 대학에서“한중 운명공동체”라는 말로 충격을 주더니, 중국과는‘한미일 군사동맹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등의 ‘3不’을 약속하면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참여는 끝내 거부해 왔다. 최근에는 여당의 민주연구원이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와 정책협약까지 맺기도 했다. ‘민주당이 중국공산당과 정책협약을 맺는다.’는 것은 중국 공산당과 정책적 파트너가 되겠다는 말과 같다. 그 모두 한국이 장차 중국 편에 설 것이라는 내심을 보여 준 것과 무엇이 다를까? 여기에 이제 한국 정부가 일본과의 GSOMIA까지 폐기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니 미국에게는 문재인 정부가 그런 내심을‘행동으로 宣言’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한국정부가 한미일 3각 안보 공조 체제에서 탈퇴를 선언함으로써 미국 주도의 동북아 안보 체제를 무너뜨려 중국과 북한에 매우 특별한 선물을 안겼다’는 워싱턴의 비판이 그것을 증언하는 듯하다. 

   무엇보다도「한미군사동맹」도 원래「한․미․일 안보삼각동맹체제」의 基底 위에 서 있는 것이다. 오늘 연합사의 전략적 후방기지가 모두 일본에 있지 않은가? 미국에서‘한국이 GSOMIA 폐기로 주한미군을 위험에 빠트렸다’니까 우리 사회에서는‘그게 무슨 소리인가?’의아해 하는 이가 많은데 미국 입장에서는 戰略的 最前線에 서 있는 주한미군을 후방 병참선에서 차단 고립시키는 조치로 볼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 조치를 한국이 하니까‘동맹의 배신’이라고 하는 것이고. 또 실은 그래서 한국 정부의 反日政策 특히 GSOMIA 폐기는‘전작권 전환’처럼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주한미군 쫓아내기 효과’도 만만치 않게 큰 것이었다. 

   그러니‘주한미군을 위험에 빠트렸다, 동맹의 배신이다’하는 그런 말들은 그냥 좀 섭섭하다는 정도가 아니라 나름의 대응 조치를 염두에 둔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다. 이 말은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주한미군 안전성을 위한 독자적 조치를 취하거나, 최악의 경우 철수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는 뜻이 될 것이다. 특히 에반스 리비어 전 주한 미 부대사는 그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뺨을 때린 격”이라고 표현했다. 그렇다면 뺨맞은 트럼프 대통령은 어떻게 반응할까? 지금 그러지 않아도 ‘신 애치슨 라인’ 설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는 판인데 어쩐지 이번‘GSOMIA 폐기’가 그것을 현실화시키고 앞당기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서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한국이 중국의 배타적 영향권 하에 들면 대한민국의 운명은 어찌 될 것인가?‘GSOMIA 폐기의 가장 큰 패배자는 한국이고 최대 승리자는 북한과 중국’이라고 한 WP의 지적이 바로 그것을 말하는 것만 같다.

   1972년 김일성이가 ‘미국과 일본이라는 갓끈이 끊어지면 한국은 그냥 날아간다.’면서 ‘갓끈이 두 개지만, 하나만 끊어도 다 날아 갈 것’이라고 했는데, 우리 안보상 일본의 중요성 자체도 그만큼 크지만, 미국의 대 동북아 전략 차원에서 봐도 그 말이 백번 맞는 말인 것이다. 물론 일단은 일본 아베에 문제가 있지만 오늘 우리 정부의 조치도 꼭 북한 ‘갓끈전술’ 구현에 앞장을 서려 작정하고 있는 것만 같다. 그래서 한일갈등이 극심해지면 주한미군 역시 정말로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만들 가능성도 높다. 여기에 전작권까지 전환되고 나면 더욱 더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고. 혹시 현 정부의 내심에 정말 그런 의도는 없는 것인지 걱정스럽다. 

7. <한일 갈등을 풀 해법> 한일 갈등을 풀 해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우선 이른바 ‘자유와 야만의 블록대결’로 진행 중인 이 시대에 우리가 과연 어느 편에 설 것이며 우리가 누구와 미래를 함께 살아 갈 것인가부터 결정해야 할 것이다. 적어도 우리가 ‘야만 공산주의’와 함께 갈 수는 없는 일이니 결론은 뻔하다. 그럼에도 한동안 언필칭 균형외교라며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과 협력하면서 살기도 했지만 그것은 너무 큰 세력균형의 차이로 양 블록 간 갈등과 대결이 심화되기 전의 틈새를 활용한 것일 뿐, 이제는 그럴 수 있는 여유도 없는 듯하다. 

   더욱이 한국은 그 지정학적 특성상 중립, 이른바 ‘양다리 걸치기’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는 앞에서 언급한 “한미동맹도 영원할 수는 없으니 한국이 중국 위성국이 되지 않으려면 일본 등과 연대해서 중국을 견제하는 수밖에 없다”던 이안 부루마(Ian Buruma) 교수의 조언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긴 설사 ‘한미동맹이 영원할 수 있다’고 해도 미래 중국의 잠재력까지 고려하면 언제까지나 한미동맹에만 기대고 있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일찍부터 ‘중국이 얼마나 큰데, 한반도 자유통일부터 서둘러 완성하고 좀 괘씸하더라도 일본과 함께 손을 굳게 잡고 그 위에 미국의 적극적인 동맹적 뒷받침이 가능하도록 동북아의 안보 틀을 구축해야 우리 대한민국의 항구적 자유와 평화 번영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2002년 일본 방위연구소 강의에서는 ‘그런 차원에서 일본도 한반도 조기 자유통일에 최선을 다 해야 한다.’고 했더니 많은 박수로 화답했다. 유럽의 독일과 프랑스도 공산주의 구소련의 위협을 앞에 두고 대승적으로 오랜 역사적 원한을 극복하고 손을 맞잡지 않았던가? 

   오늘 우리도 그런 큰 틀에서 ‘한일관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대 전제 위에서 보면 오늘 한일갈등의 해결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데는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사실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문제가 있다 해도 국제법이 적용되는 엄연한 국가 간의 합의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솔직히 ‘건국하는 심정’으로 한 판결이라면 정치적 판결이지 어떻게 법적 판결일 수가 있겠는가? 너무 법만 따져 고집할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또 지금 같은 국제여론을 통한 압박이나 일본상품 불매운동 같은 운동권식 방법으로 해결 될 것도 같지도 않다. 

   더욱이 오늘의 상황이 우리에게 유리한 것도 아니다. 금년 기준, 한국의 무역의존도는 70.3%인 반면 일본은 30% 미만 즉 최악의 경우 내수만으로도 버틸 수 있는 나라다. 도대체 전쟁이 불가능한 상대라는 뜻이다. 지난 7월 26일 ‘자국의 0.001%를 이용해 이웃 나라의 25% 이익을 훼손하려는 것’이라는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결국 칼자루는 일본이 쥐고 있다는 뜻이 아닌가? 더욱이 양국이 사생결단 싸우다 끝없는 소모전으로 이어지면 국력을 낭비할 가능성이 높고 그럴 경우 한국이 그 피해를 감당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것이 현실이다. 싫든 좋든 외교적으로 가급적 조기에 끝을 내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외교적 방식에서는 국제적·외교적 논리로 대응해야 하고 그래서 전쟁처럼 完勝은 있기 어려운 법이다. 조용히 상대의 체면을 세워주고 우리가 실리를 얻든 그 반대로 하건 양쪽이 합의 할 수 있는 최대 공약수를 찾아내는 것이 외교 교섭이다. 가만 보면 의지가 문제지 그럴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 듯하다.  

   그럼에도 좀 걱정스럽다. 사실 아베로서는 이번 다툼에서 챙길 실리는 별로 없는 반면 명분이 필요하고 한국은 실리가 다급하게 필요한 상황인데다가 명분을 너무 고집하다가 실리를 희생시키고 나면, 그래서 머지않아 한국 경제가 지나친 피해를 입게 되면 집권층의 정치적 손실도 훨씬 더 크게 배가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2007년 노무현 정부는 ‘한일회담 문서공개 후속대책 관련 민관공동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징용공 피해자들에게 6300억여원을 보상했었고 이 위원회에 대통령과 현 여당 총재가 포함되어 있었으니 따지고 보면 외교적 해결이 그리 어려울 것이 아님은 물론 사태가 여기까지 온 것 자체가 이상 할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가 ‘GSOMIA 폐기’ 사태까지 야기 했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단순히 우리사회가 아직도 ‘遠美․親中·嫌日’의 흐름이 만만치 않기 때문일까? 그것이 惡用 되는 것도 걱정이지만, 그 자체도 전략적으로 그리 즐거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필연 미국의 疑懼心과 일본의 嫌韓으로 되돌아 올 것이고, 한국의 미래에 도움 될 가능성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걸 모를 리는 없을 것이고, 그것도 아니면 혹시 정말로 대한민국의 미래 진로를 바꾸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8. <전작권 전환으로 만들어질 미래사령부는 제 기능을 발휘할까?> 이번 달 중순 ‘동맹’ 이름을 뺀 한미연합지휘소 연습이 한국군 중심의 전작권 전환을 위한 평가훈련에 들어갔습니다. 정부는 전작권 전환이 돼도 한국군이 사령관인「미래사령부」가 만들어지면 한미연합전력 운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한반도 안보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한국군이 사령관인 미래사령부? 착각하면 안 된다. 오늘 한미연합사가 수행하고 있는 기능과 역할은 대부분 그 사령관이 미 4성 통합사령관이기 때문에 가능 한 것이어서, 한국군이 사령관인 미래사령부는 한미양국군이 함께 근무한다는 것 뿐, 그 가능한 기능과 역할은 전혀 다르다. 한국군 사령관으로서는 오늘 연합사의 기능을 수행할 수가 없고 그러니 결국은 ‘자유와 야만’이 격돌하고 있는 동북아에서 지난 수 십 년 한국의 안보를 지탱해 왔고 현재도 앞으로도 한국의 핵심방위체제인 ‘한미연합방위체제’만 와해시키고 말 것이라는 뜻이다. 

   ① 사실 미국인 연합사령관은 그가 갖는 상징성부터가 중요한 전략적 억제력이다. 억제는 본래 심리적인 것이어서 오늘 연합사의 ‘전략적 억제력’도 실은 ‘튼튼한 한미 군사동맹과 그 동맹이 세계 최강 미국군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음을 가장 약여(躍如)하게 증명해 주는 미국인 연합사령관’의 상징성에서 나오고 바로 그것이 지난 수 십 년 한국의 안정과 평화를 지키고 한강의 기적을 뒷받침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② 그리고 현 미군 연합사령관은 ‘연합사 사령관뿐 아니라 유엔사 및 주한미군 사령관을 겸직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한국군은 절대로 ‘유엔군사령관’이나 ‘주한미군사령관’은 될 수가 없다. 그래서 한국군 사령관은 원천적으로 작통권이 불완전한 사령관이 될 수밖에 없고 유사시에는 작전통제체제가 2원화되는 치명적 문제를 야기(惹起) 할 가능성마저 있다. 

   ③ 도대체 오늘 연합사가 수행하고 있는 기능과 역할을 고려하면 한국군 사령관이 오늘 연합사령관의 임무를 똑같이 원활하게 수행하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다. 당장 오늘 연합사의 기본 기능은 ‘한미양국군을 유기적으로 통합 운용하는 한미군사동맹의 핵심 연결고리(실제로 한미동맹의 위기가 연합사령관의 노력으로 극복된 적도 많았다)이자 동맹기능을 수행하는 핵심 수단이다. 예컨대 우리가 걸핏하면 B-2니 항모니 미 전략자산을 적시적절하게 활용해온 것부터가 연합사령관이‘미4성 통합전투사령관’이기에 가능한 것이었고, 과거 이승만 대통령이 그렇게 갈구(渴求)하면서도 끝내 얻어내지 못했던 ‘유사시 미군의 자동개입’이었는데, 그동안 그것이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했던 것도 한수 이북 작전적 요지에 배치되어 이른바 인계철선 역할을 하던 미군과 바로 이「미4성 연합사령관」이라는 존재다.

   ④ 도대체 유럽 각국은 왜 NATO는 물론 어디서든 최고사령관은 항상 미군에 맡겨두고 있겠는가? 그것은 미국에 더 큰 책임을 부여해서 더 큰 부담을 지게 하려는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특히 미래를 생각해 보라. 장차 한반도 통일과정에서는 엄청난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소요가 발생 할 것인데 그 소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나라는 사실상 미국밖에 없고 오늘의 연합사는 그런 지원을 이끌어 내고 그 지원을 받아들이는 양호한 통로이자 관리 기구다. 이제 한국인이 사령관이 되면 미국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것부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또 설사 통일이 된 후라도 상당기간, 욱일승천(旭日昇天) 커가는 중국의 기세 속에서 자유대한이 살아남는데, 연합사만큼 효용성 있는 기구는 찾기 어려울 것인데, 그 때도 한국군이 사령관이라면 그 효용성은 훨씬 제한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처럼 과거와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상당기간, 미군이 사령관인 오늘의 한미연합사 체제야말로"함부로 대체할 수가 없는 한국의 핵심적 억제력"이자 "효율성이 높은 국방체제"요 한국의 "중추적 국가 안전장치"다. 결국 우리가 만들겠다는「미래사령부」란 사실상 바로 이런 ‘한미연합사 체제의 해체를 호도(糊塗)하는 것’일 뿐 지난 수 십 년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지키고 한강의 기적을 뒷받침 해 온 오늘의 연합사와는 본질적으로 다르고「미래사령부」가 오늘의「한미연합사」역할을 대행한다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⑤ 한국군이 사령관인「미래사령부」의 가장 큰 결정적 문제점은 그것이 오늘 문재인 정부의 대외정책과 맞물려 사실상 한미동맹을 흔들고 결국은 주한미군이 나갈 수밖에 없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아니 작년 SCM에서「미래사령부」안이 합의된 이후 미국에서는 이미‘주한미군 철수’를 전제로 한 새로운 동북아 전략태세를 구상 중이라는 등의 이런저런 말들이 흘러나온다. 사실이라면 한반도의 미래가 결정될 이 운명적 시점에 우리 앞길에 스스로 헤어 날 수도 없는 치명적 묘혈(墓穴)을 파고 있는 셈이다. 

9. <미국의 주한미군 철수 과연 가능할까?> 주한미군 철수?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 특히 ‘중국 때문에’라도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많은 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주한미군은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 특히 중국 때문에라도 철수 못할 것이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지만, 반드시 정확한 말도 못된다. 헨리 키신저는 그런 고려도 없이 ‘북 핵 폐기와 주한미군 철수를 교환’하라고 조언 했을까? 또 펜타곤에서도 이미‘중국에 대처하기 위해서도 주한미군을 주일미군에 통합시키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갈수록 늘고 있다.’는 것 아닌가? 무엇보다도 미국은 이런 문제에 항상 ‘그 나라 국민이 결정한다.’고 답한다. 실제로 미국은 1992년 태평양 최고의 전략요충지 마닐라 만에서도 그래서 하루아침에 떠났다. 

   그럼 미국에게 오늘의 대한민국은 어떻게 보일까? 좀 따져 보자. 무릇 동맹의 기저는 신뢰인데 앞에서 언급 했듯이 우리는 그동안 미국의 동맹적 신뢰를 너무 흔들어 왔다. 미국 퓨(Pew) 리서치 센터의 2015년 4월 여론조사에서는 한국을 신뢰한다는 미국 국민은 49%에 불과(일본을 신뢰한다는 미국인은 68%)했고 이 시점 이미 워싱턴 연구소들에서 흘러나오는 미국의 내심에도 소위 ‘한국의 중국 경사론’에 대한 의구심이 가득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천안문 閱兵式 참석 이후에 특히 더 그랬다. 미국 정부는 ‘이해한다.’는 데도 이에 관한 미국 학자들의 질문에는 흔히 날이 서 있었다. 한미 간 세미나에서도 미국 측은 흔히 ‘사드’와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추궁했지만 그들의 시선은 그것을 넘어, ‘지금 시진핑 주석이 애치슨 라인(Acheson line)을 시진핑 라인으로 바꾸려 하고 있는데 한국은 어느 쪽에 서 있느냐?’던 노재봉 전(前) 국무총리의 우려와 맞닿아 있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훨씬 더했다. 2017년 12월, 트럼프 대통령이‘최대압박’에 몰입하던 하필 그때 시진핑 주석과‘전쟁불용, 평화적 해결, 남북관계 개선’등의 소위‘한반도문제 4대 원칙’을 합의해서‘최대압박’의 김을 빼고, 베이징 대학에서는“한중 운명공동체”라는 말로 더 큰 충격을 주었다. 또 북한 핵위협을 생각하면, 한국은 물론 주한미군 보호를 위해서라도, 서둘고 또 서둘러야 할 THAAD 배치는 이핑계 저핑계로 계속 미루면서 중국과는‘한미일 군사동맹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등의 ‘3不’을 약속했다. 당연히 한국이 장차 미중 어느 편에 설 것인가 하는 워싱턴 전문가들의 의구심도 훨씬 더 커져왔을 것이다.

   그리고 ‘동맹관계’란 본래 ‘공통의 위협을 전제로 이념과 가치를 같이하는 사이에서 공통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상호지원 관계’다. 그렇게 신뢰를 흔들어도 미국이 진정 한국을 ‘이념과 가치’를 같이 하고 ‘공동의 적’을 상대하는 나라라고 확신하고 있을까? 또 ‘상호지원 관계’란 한미동맹이 튼튼하려면 우리도 미국에 합당한 동맹적 기여를 해야 한다는 뜻인데,  중국의 一帶一路를 뒷받침 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는 선듯 가입한 한국이 여기에 대응하려는 미일의「인도 태평양 전략」참여는 거절하고 남중국해에서의 해양작전에도 끝끝내 단 한번 참가하지 않았다. 한국은 장차 중국 편에 설 것이라고 宣言한 것과 무엇이 다를까? 

   특히 ‘군사동맹관계’ 란 ‘상호간의 깊은 신뢰와 이해 그리고 돈독한 우의가 있어야 그 기능이 사는 특별한 관계’다. 그런데 우리는 주한미군의 교통사고 하나에도 수많은 국민이 촛불을 켜들거나 미국 대통령의 사과까지 받아내고야 끝을 내면서도, 주한 미군의 훈련장까지 찾아가서 성조기를 불태웠다. 우리는 다 지나간 과거사로 잊고 있지만 미국도 그럴까? 지금도 광화문 미 대사관 앞에서는 크든 적든 주한미군 철수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지 않은가?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함부로 주한미군 주둔의 명분을 흔들어 왔다. 금년 4월 판문점 선언이나 UN과 유럽 등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주장해 온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주장이 그 대표적이다. 정부는 그것이 UNC 폐쇄나 주한미군철수와는 무관하다고 변명하지만, 그러는 정부도 오랜 북·중의 평화협정 주장이 실은 주한미군 철수 요구였다는 것을 모를 리는 없을 것이고, 적어도 평화협정과 종전선언이 주한미군과 유엔사의 명분을 흔드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와 함께 사실상 ‘주한미군 철수를 압박하는 것으로 느낄 수 있는 조치’도 이어졌다. 漢水 이북 인계철선 전력들을 차례로 평택으로 철수시킨 것도 그렇지만 특히 주한미군 사령부들이 서울에 주둔하는 전략적 가치가 얼마나 큰데 금년 6월, 공원 만들겠다고 무려 61년을 주둔하던 주한미군 사령부들을 하루아침에 용산에서 평택으로 내려 보낸 것은 특히 그렇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작년 말-금년 초, 주요 한미연합훈련 중단은 아예 한미 연합방위체제와 한미동맹의 와해 그리고 주한미군 철수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이제는 아예 주한미군이 있고 싶어도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만드는 조치들도 적지 않았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한국의 排日政策 특히 GSOMIA 폐기가 바로 그렇고, 무엇보다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 서둘러 온 ‘전작권 전환’이 주한미군으로 하여금 더 이상 버티고 있을 수 없게 만드는 가장 결정적인 조치다. 특히 이른바 ‘미래사령부’를 창설해서 ‘한국군이 사령관이 되겠다.’는 것, 바로 그것이 문제다. 우리 정부는 미국이‘한국군 사령관을 양해했다’지만 미국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퍼싱 원칙’을 어긴 적이 없는 나라다. 도대체 우리 군이 월남군 사령관의 작전통제를 받아야 했다면 그래도 박정희 대통령이 파병을 했을까? 턱도 없는 일일 것이다. 하긴 금년 10월‘미국이 정말로 미군의 작통권을 미래사령관에게 넘겼는지도 아직은 의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결국 연합사 해체에 대한 불안감이 높으니까 마치 연합사가 그대로 유지될 것처럼 보이려는 속임수 일뿐, 현 연합사는 해체 된다는 말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사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지금도 미·중 사이에서 저렇게 흔들리는 ‘한국이 앞으로라고 반드시 미국편에 설까?’도 의문일 것이고, 북한 핵미사일 위협도 커가는 판에 많은 미군 장병을 무한정 한국군 사령관 아래 내버려 둘 수도 없을 것이다. 결국 미국이「미래사령부」안에 합의했다는 것도 실은 ‘퍼싱 원칙’을 허문 것이 아니라 미국이 유사시 의미 있는 전력은 파견하지 않겠다, 또 ‘당장 말할 수는 없지만 주한미군도 그대로 둘 수는 없다.’는 뜻일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이다.  

   하긴 지금도 트럼프 참수 경연대회에다 주한미군 철수 시위에 끊임없이 열을 올리는 한국 사회가 아닌가? 이제 평화협정으로 주한미군 주둔의 명분을 허물고 사령관을 바꿔 미군의 역할조차 모호해지면, 설사 미국이 철수를 서둘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사회의 反美 親中 從北 세력들이 먼저 주한미군을 그대로 두려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이래저래‘전작권 전환’은 의도했든 아니든, 또 혹시 당장은 아닐지라도 결국은, 연합사 해체가 한미동맹 와해 및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지는 통로의 문을 여는 것과도 같은 것이다. 특히 미래사령부야말로 실질적으로 그렇게 만들어 한국 안보에 헤어날 수 없는 함정을 파는 것과 같은 조치인 것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어떻게든 ‘전작권 조기 전환 및 미래사령부 창설’을 밀어부칠 태세다. ‘한국군의 군사능력과 북한 핵·미사일 대응능력 확보, 한반도 안보환경’같은 2014년 10월 합의된 ‘전작권 전환 전제 조건’은 아직 전혀 갖추어지지 않았고, 정부의 노력도 미흡하기 짝이 없어서 사실상 2022년까지 완료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그런데도 오늘 정부의 태도는 그저 전환절차의 형식만 밟아 2022년에는 무조건‘전작권 전환’을 강행하려는 듯하다. 지난 4월 15일 문 대통령이 자신이 선발한 새국군지휘부에게 ‘절치부심(切齒腐心)’이라는 말까지 동원해가며 ‘전작권 전환’을 강조 했으니 오죽하겠는가? 

10. <연합사 평택 이전이 한국안보에 미칠 영향은?> 한미는 연합사를 현재의 용산에서 평택 미군기지로 이전하기로 했습니다. 연합사 평택 이전의 의미는?

   실은 억제는 기본적으로 심리적인 것이어서 당장 오늘 북한의 전면도발을 억제하고 북한 핵미사일에 대처하는데도, 가장 현실적 방법은 미군이 사령관인 ‘한미연합사’ 특히 ‘그 사령부가 서울에 존재하는 것’이다. 설명하려면 좀 길지만 우리가 전술핵을 재배치하거나 심지어 우리 핵을 만들어도 도움은 될망정 완벽한 대책은 안 되니 그 이상의 효율적 방책은 찾기가 어려울 것이다. 어떤 미측 전문가는 ‘북한 핵 공격에 단 100명의 주한미군만 희생되어도 미국 대통령이 목을 내놔야 할 것’이라던데 그 말도 현실적으로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북한이 가장 겁내는 것은‘미국 핵우산’, 즉 유사시 미국의 대량 보복일 테니까. 

   이런 소중한 전략자산인 주한미군 사령부들을 겨우 공원 만들겠다고 하루아침에 밀어낸 그 무모함은 차치하고라도, 미국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노무현 정부 이래, 漢水 이북에 배치되어 있던 미군 인계철선 전력들을 차례로 철수시켜 평택으로 몰아넣은 것도‘미군 이제 필요 없다.’는 싸인이 될까 조심스러웠는데, 금년 6월, 무려 61년을 주둔하던 주한미군 사령부들을 하루아침에 용산에서 평택으로 내려 보낸 이 조치는 특히 더 강한 싸인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당시 브룩스 연합사령관이 "연합사가 유엔사, 주한미군사령부와 지리적으로 분리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우려했듯이 실제로 3개 사령부들의 기능적 특성에 비추어 봐도 그렇지만 3개 사령부의 직책을 兼任하는 미군 장병들이 하나 둘이 아님을 생각하면 그런 분리는 원활한 기능수행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드는 조치다. 결국 에이브람스 사령관이 ‘연합사도 국방부가 아니라 평택으로 가겠다.’고 나섰다.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 유사시 연합사가 위치해야 할 곳은 대한민국 합참 등 한국군 지휘부와 함께 이른바 탱고 벙커다. 군사적 효율성을 생각하면 연합사의 평택이전은 말도 안 되는 비 전술적 조치인 것이다. 결국 이 모두 미국에게는 사실상‘주한미군 철수를 압박하는 것으로 느낄 수 있는 조치’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어이없는 것은 그 시점이다. 앞에서 언급 했듯이 지난 4월 20일 중앙일보에‘세계질서유지에 신물 난 미국, 한국에서 한발 뺄 수도 있다.’는 미 피터 자이한(The Absent Super Power의 저자) 인터뷰가 실렸던데, 실제로 미국은 지금 세계 80개국 800개기지에 군대가 배치되어 있는 오늘의 이 복잡한 동맹관계를 새롭게 再構成하려 하고 있다고 한다. 대체로 과거 럼스펠드 전 국방장관이 강조했던대로“미군은 미국이 필요로 하는 곳에, 그리고 환영받는 곳에만 주둔(駐屯)”하는 방향으로 정리되는 듯하다. 우리 정부는 하필 이런 때에 집권하자말자‘전작권을 조기 전환’하겠다면서 서울의 주한미군사령부들을 평택으로 서둘러 내쫓은 것이다. 미국도 바보가 아닌데 그 뜻을 모를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비 전략적 무리한 조치를 강행했는지 그 저의가 못내 의심스럽다. 

11. <한미연합훈련 축소 및 폐지의 문제점> 남북 관계 진전으로 중요한 한미연합 훈련이 폐지 또는 축소됐습니다. 그것이 한미 연합방위체제와 한미동맹의 와해 및 주한미군 철수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시는 이유는?

   원래 한미연합훈련은 유사시 원활한 한미연합방위태세를 위해서도 필수적이지만, 그 못지않게 북한과 중국 등 우리 안보위협들에 대한 중요한 억제 수단이다. 그것을 中斷한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동맹체제에 대한 엄청난 타격이지만, 원래 훈련은 평시 군의 기본 임무이고 연합훈련은 동맹군의 기본 임무인데 임무를 없애버린 셈이 아닌가? 임무 없는 군대가 언제까지 유지될까? 실제로 훈련중단이 장기화되면 혈맹 한미동맹은 사실상 허울뿐인 군사동맹으로 전락하고 점차 주한미군의 위상이 약화되면서 자연스레 ‘주한미군의 감축·철군’으로 이어지고 끝내는 동맹자체가 흔들리기 십상일 것이다. 특히 키리졸브 즉 RSOI 훈련 같은 것이 계속 중단되면 유사시 미군의 대규모 증원은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해 질 것이다. 

   나라가 죽고 사는 안보는 항상 최악의 경우에도 대비해야 하는 법이니까 적어도 한국의 안보 담당자라면 그런 차원에서 보고 또 대처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그동안 대북 억지력의 근간이던 키리졸브, 독수리, 프리덤가디언 등 3대 한·미 연합 훈련이 전부 폐지되는 대신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진행되는 지휘소 연습(CPX)으로 대체되었다고 한다. 그나마 이번 연습 목적은 ‘전작권 전환 검증’으로 특정 한다고 한다. 설마 그런다고 전작권 검증 과정이 끝난 뒤에는 한·미 훈련을 더는 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겠지만 그것으로 제대로 된 훈련효과를 기대 할 수 있을까? 턱도 없을 것이다. 

   더욱이 그것이 실은"한국이 연합훈련 중단을 美에 간절히 요청"(동아일보 2019.03.18.)한 결과라는 것 아닌가? 아니 한국이 먼저 ‘한미연합훈련 이제 그만하자.’고 했다니- 에이브람스 연합사 사령관에게는 아예 ‘한미동맹 그만하자.’는 소리로 들리지 않았을까? 그래서 주요 한미연합훈련 중단은 아예 한미 연합방위체제와 한미동맹의 瓦解 그리고 주한미군 철수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 것이다. 만약 ‘한국이 요청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야말로 利敵행위에 다름 아닐 것이다. 

12. <9.19 남북 군사합의에 대한 평가> 9.19 남북 군사합의에 대해 정부는 대북 억제력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뿐더러 분쟁 대신 평화를 가져왔다고 주장합니다. 남북 군사합의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 남북 군비통제가 진전될 경우 어떤 영향이 있을 것이라 예상하시는지요?

   작년 7월 발표된「국방개혁 2.0」을 보면 ‘국방태세 강화가 아니라 無力化하기 위한 문서’같다는 평가가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병력감축과 服務期間 短縮이다. 도대체 핵미사일에다 7-10년을 복무하는 128만 북한군을 겨우 18개월 훈련 받은 50만 재래식 국군으로 어떻게 대처하겠다는 것인지 그 發想, 아니 그 底意를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9.19 남북군사합의, 이른바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까지 나왔으니- 이것은 도대체 이해, 아니 용서를 할 수가 없었다. 

   당장 한·미 연합훈련이나 우리 군의 전력증강 계획까지 '남북군사공동위원회'에서 협의하기로 한 1조 1항부터가 치명적이다. 북한은 핵까지 만들었는데 우리는 대처할 수단조차 가로막히게 생겼으니 그것만도 우습고, 지금도 우리가 알맹이 빠진 연합훈련을 하는데도 ‘합의 위반’이라고 꼬박꼬박 토를 달고 있지만 한·미 연합훈련이 북한 때문에 어려워지면 한미동맹인들 제대로 유지되겠는가? 

   또 ‘NLL’도 문제지만 얼핏 별것 아닐 것 같은 ‘한강하구 공동 이용’ 문제도 의외로 치명적일 수가 있다. 문산, 철원 축선 지역은 더 심각하다. 특히 그곳은 9.19 훨씬 전, 이 지역 작전적 요지에 배치되 있던 주한미군 전력들을 평택으로 재배치할 때부터 큰 문제를 만들어 온 셈이다. 여기서 특히 어이없는 것은 그렇게 해서 유사시 미군의 자동개입 장치라 할 trip wire를 해체했다는 점이다. 여기에 이제 9.19 합의로 우리 군까지 점차 DMZ를 비우고, 항공 정찰 감시나 훈련도 못한단다. 또 전선의 대전차 장애물도 제거 중이라는 것 아닌가? 아니 세상에, 군비통제 한다고 자기 방어태세를 허무는 경우는 본적이 없다. 이래저래 短期速決을 노려온 북한에게 유사시 기습 공격의 더없이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셈이다. 

   이렇게 보면 9.19 군사 합의는 꼭 ‘북한의 남침도발을 유혹’하는 것 같다. 내가 북한이라도–당장은 주한미군 때문에라도 쉽지 않겠지만-기회만 오면 당연히 기습남침을 示導해 보고 싶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합의는 즉각 廢棄해야 한다. 적어도 대한민국이 自殺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그대로 둘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김정은이 아무리 미사일 도발을 계속해도 청와대 안보실장이 9·19 남북군사합의를 깨지 않았다고 强辯하기 바쁜 정부이니 그래 줄 것 같지가 않다. 

  남북 군비통제가 실현될 경우? 언제 남북 간의 합의가 실질적으로 북한의 의지와 행동을 통제해 준 적이 있던가? 지금도 북한은 계속 핵탄두를 늘리고 연일 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리면서도 대폭 축소 조정된, 그래서 그 실질적 효용성이 의심스러울 정도인 우리 연합훈련만 사사건건 문제 삼고 있지 않은가? 정말로 의미 있는 남북 군비통제가 가능하려면 한국의 방위태세만 일방적으로 허무는 이런 방식이 아니라 쌍방의 신뢰부터 높인 후 운용적, 구조적 군비통제로 진전 될 수 있도록 접근 방식이 달라야 한다. 결국 참된 남북 군비통제가 가능하려면 오히려 이 9·19 남북군사합의부터 파기하는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추가 설명>   실은 9.19 정상회담 합의안의 두 번째 항, 언필칭 ‘상호호혜와 공리공영의 바탕위에서 교류와 협력으로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자는 것도 불합리하기는 마찬가지다. 투자에 적합한 인프라가 안 되어 있으니 사실상 ‘퍼주기’ 즉 한국의 일방적 지원만 가능할 뿐 참된 의미에서의 ‘상호호혜와 공리공영’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니까. 그래도 ‘북한의 경제발전으로 비핵화를 견인’하기 위해서라는 차원에서 보면 이런 접근도 이해는 해 줄 수 있다. 

   그러나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는 이해, 아니 용서를 할 수가 없다. 한·미 연합훈련은 물론 우리 군의 독자적 전력증강까지 ‘남북군사공동위원회’에서 협의하기로 한 1조 1항부터 어처구니가 없다. 북한은 핵에다 대규모 남침 역량을 두루 갖추었는데 우리는 이에 대처할 수단의 확보조차 가로막히게 생겼음은 물론, 무릇 훈련은 연합훈련은 동맹이 존재하는 한, 동맹군의 불가피한 기본 임무인데 그런 연합훈련을 일일이 북한의 통제를 받아가며 한다는 발상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이해 할 수가 없다. 또 그래서 연합훈련이 어려워지면 한미군사동맹인들 어떻게 유지되겠는가? 

   더욱이 그런 합의를 하면서 관할 권자인 유엔군사령부와 제대로 합의를 한 것 같지도 않다. ‘한미관계가 어떻게 되든 우리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인가? 이런 태도는 우리가 동맹을 배제하고 국방을 오직 내 혼자만의 힘, ‘獨自國防’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쉽지 않은 행태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 국방태세는 그래도 좋을 만큼 강력한가? 정부는 지난 7월「국방개혁 2.0」을 발표했지만,‘국방태세 강화가 아니라 오히려 국방태세 무력화(無力化)를 합리화하기 위한 문서’같다는 것이 유능한 후배 전문가들의 평가다. 대표적인 문제가 병력감축과 복무기간 단축이다. 원래 재래식 전력은 기본적으로 인력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 전력이고, 첨단 무기로 전력효율을 높인다 해도 한계가 있어서 병력감축은 곧바로 전력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통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핵전력과 재래식 전력처럼 아예 차원이 다른 전력이라면 모르지만 똑 같은 재래식 전력의 경우에는 다소의 질적 우세가 양적인 압도를 극복 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사실상 군사상의 공리다. 

   그런데도 ‘병력감축과 복무기간 단축’은 지금도 강행중이고 그에 따라 국방의 일선을 담당하던 다수의 군단, 사단들이 해체되고 있다.「2018 국방백서」에 의하면 금년 약 60만의 병력을 2025년까지 50만으로 감축하고 병 복무기간도 2021년까지 18개월로 단축한다고 한다. 도대체 핵 등 대량살상무기(WMD)에다 7-10년을 복무하는 128만 북한군을 겨우 18개월 복무하는 50만 재래식 국군으로 대처하겠다는 발상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면서도 그 전제가 되는 전력증강에는 소홀하기 짝이 없다. 북한은 여전히 핵탄두를 늘리고 공개리에 새로운 미사일까지 개발하는 중인데 우리는 북한 핵미사일에 대비한 전력조차도 개발이 중단되거나 枯死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