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느닷없는 ‘축하’를 더러 받는다. 가끔은 서로 서로 축하한다는 사람들도 본다. 하노이 미․북핵정상회담이 결렬되었다고-. 좀 우습지만 이 회담에서 혹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속아 북한이 핵 국가로 가는 길을 열어 주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리사회의 우려가 그만큼 컸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실은 작년 3월 우리 정부가 싱가폴 미․북 핵정상회담의 길을 열어주었을 때, 조선일보 인터넷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위기에 빠진 김정은 체제를 구해내는 대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기로 밀어 넣는 전략적 실수’라고 우려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하노이 2차 미․북 핵정상회담을 앞두고, -우리에게는 지금도 2008년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하던 사기(詐欺) 쇼 기억이 생생한데- 또다시 ‘영변 핵시설과 대북제재를 맞바꾼다.’ ‘종전(終戰)선언을 한다.’ 심지어는 ‘평화협정도 가능하다’ 등등 북한에 속고 또 속는 불안한 소리만 계속 들려오니 ‘이것 정말로 북한이 핵 국가가 되는 것 아닌가?’ 실망낙담하다가 마지막 판에 위기를 모면하는 일대 반전(反轉)이 일어난 셈이니까 얼마나 다행스러웠겠는가?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군단’ 3.1절 시위 때는 일부러 찾아와 ‘하느님이 보우하사-’ 애국가가 생각나더라는 장군들도 있었다. 

   일부에서는 미국을 원망하거나 존 볼튼 안보보좌관을 비난하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지만, 오히려 볼튼에게 ‘고맙다’는 이가 더 많고 트럼프 대통령, 특히 ‘미국의 정책 수행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도 크게 높아진 듯하다. 사실 좀 과장하자면 한국만이 아니라 자유세계의 위기를 막아낸 것일 지도 모른다. 노재봉 전 국무총리는 2016년 12월 문화일보 기고문에서 오늘의 세계 상황을 ‘자유와 야만의 블록대결’이 진행 중이고 한국은 ‘자유의 전초(前哨)’라고 정리하면서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운명은 그 자신 만이 아니라 자유세계 전체의 운명과 직결된다.’고 했는데 그런 차원에서 보면 그것은 미국으로 대표되는 이 시대 자유세계 전체의 위기였다고도 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러나 북한 핵미사일 위협은 아직 그대로다. 아니 ‘북핵미사일 전면폐기’는 김정은이가 직접 말조차 한 적이 없지만 그럴 수도 없다. 오늘 북한에 있어서의 핵은 김정은 체제 정통성의 방증(傍證)이자 권위의 상징이다. 무엇보다도 김정은 체제에게는 그들 남쪽에 ‘자유롭고 풍요로운 대한민국이 존재한다.’는 그 자체가 근본적인 체제위협이기 때문에 ‘적화통일을 실제로 이루는 외(外)에는 저들의 항구적 체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아예 없는데, 핵은 저들의 이른바 ‘적화통일의 원동력이자 만능의 보검’이다. 그러니 어떻게 폐기하겠는가? 김정은 체제가 존재하는 한, 불가능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은 그래서 아미티지 전 국무부부장관, ‘키신저의 지신저’라던 윈스톤 로드 전 미 국무차관보 등등 ‘한반도 자유통일 외에는 북 핵 폐기의 길이 없다.’는 사람이 많았다. 이번 회담을 깼다고 정부 여당의 원망을 듣는 ‘존 볼튼’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그가 이번에 북한 화학 및 생물학 무기까지 문제 삼았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던데 그것도 분명 핵 못지않은 대량살상무기(WMD)의 하나이고 이번에만 느닷없이 제기한 것도 아니다. 2003년 7월이던가, 청와대 국방보좌관실에서의 북핵 문제 논의 시에도 다른 WMD도 함께 제거해야 한다고 했던 기억이 새롭다. 

   또 그래서, RAND 브루스 베넷 박사처럼 ‘이스라엘처럼 폭격을 하든지, 아니면 김정은이가 핵 포기 않으면 ‘내가 죽든지 혼이 나겠구나.’ 겁을 내게 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전문가도 많다. 트럼프도 그래서 2017년 군사적 협박과 경제제재를 병행하는 ‘최대 압박(Maximum Presser)’으로 겁을 주었을 것이고, 당시 북한의 실상을 돌이켜 보면 ‘최대 압박’ 전략이 거의 거의 성공에 가까이 가고 있었던듯하다. 김정은이가 2018 년 신년사(新年辭)로 대화하자고 나선 것도, 저들 말대로 핵과 미사일 기술개발은 이미 완성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 못지않게 1994년 김일성이가 클린턴 대통령이 영변을 군사 공격하겠다니까 제네바로 나왔듯이, 김정은도 트럼프의 ‘최대 압박’을 감내하기 어려웠기 때문일 가능성이 더 높았다.

   그런데 도대체 왜 작년 3월, 그 결정적 순간에 우리 정부가 정의용 특사를 보내 ‘말로해도 북한이 핵을 폐기 할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서 ‘최대압박’에서 굳이 ‘지난 4반세기 철저히 실패해왔고 또 그런 방식으로는 북 핵 폐기가 거의 불가능 하다는 것이 확인 된 협상방식’으로 대북 핵 폐기 정책의 접근 방식을 바꾸게 해서 결국 북한 김정은만 한 숨 돌리고 살판나게 해 주었는지-? 또 4월 19일 문재인 대통령도 언론사 사장단을 청와대로 불러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고 있고, 주한미군 철수 같은 조건을 제시하지도 않았다.’는 턱없는 말을 했는지-? 도저히 이해 할 수가 없다.

   이번 회담이 결렬된 후의 조치와 태도는 더욱 더 의문스럽기 짝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귀국길에 굳이 알래스카 미군 기지를 들러 북한이 제일 겁내는 F-22 앞에서 사실상 경거망동(輕擧妄動) 말라는 경고를 보내는데, 우리 대통령은 다음 날 ‘미국과의 개성공단·금강산 재개 협의’를 서둘겠다고 했으니 말이다. 하노이에서 ‘북한이 핵을 폐기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미국이 그런 협의에 금방 동의(同意)할리도 없지만, 이제 남은 대북 압박수단은 경제제재뿐인데, 혹시 그렇게 해서 경제위기라도 좀 풀리면 북한은 그동안 그래 왔듯이 또 다시 신나게 핵이나 더 만들지, 왜 폐기하겠는가?

   더욱 이해 할 수 없는 것은 이번 회담의 결과는 사실상 북한이 핵미사일 폐기를 정면으로 거부한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병력감축, 기보사단들 통폐합, 방어시설 해체 등 사실상 국방태세 흔들기를 계속해왔고, 심지어는 그와 동시에 한미연합훈련까지 중단했다는 사실이다. 무릇 연합훈련은 동맹군의 기본임무이고 연합훈련이 없어지면 점차 동맹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은데 말이다. 이러다가 북한이 어물쩍 핵 국가가 되거나 한미동맹이 흔들리면 과연 대한민국에 미래가 있기나 할까? 도대체 어쩌자는 것일까?

 
   실은 방금 위에서 ‘적화통일 외에는 김정은 체제가 살 길이 없다’고 했는데-, 그 말은 다시 말하면 우리가 먼저 자유통일을 하지 못하면 우리가 죽게 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은 이것이 오늘 한반도 안보상황의 핵심이요 우리 안보위협의 본질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싫든 좋든, 우리가 살기 위해서라도 한반도 자유통일에 진작부터 적극 나섰어야 할 일이었다. 더욱이 하노이 회담 후 김정은 체제의 행보를 보면 ‘어떤 희생이 있더라도 핵국가가 되겠다.’고 나름의 결단을 내린 모양새이고, 실제로 오늘 북한의 핵 능력과 갈수록 커가는 중국과 러시아를 보면 지금이 ‘핵 국가 북한’을 막는 마지막 기회일 것만 같다.

   그 반면 이번 회담의 실패와 강화된 대북제재로 북한 김정은 체제가 지금 크게 흔들리고 있고, 그와 동시에 ‘북한 핵 폐기’에 대한 자유세계의 공감대와 적어도 미국의 의지는 어느 때 보다도 높아 보인다. 적어도 아직은 한반도의 미래가 우리의 의지(意志)에 달려 있음은 분명해 보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엉뚱하게 북한 김정은 체제 살리기에 집착해서 우리의 미래를 없애려 들 일이 아니라, 어떻게든 이번에는 북한 핵을 확실히 폐기시키고, 나아가 8000만 한민족의 자유와 통일, 번영의 미래를 열어 나가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2009년 골드만 삭스는 한국이 그렇게 자유 통일되면 30-40년 내에 GDP가 프랑스 독일 일본을 능가하고 2050년쯤에는 1인당 GDP8만6천 달러로 세계 2위에 올라설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러자면 결국은 우리 온 국민 깨어나야만 한다. 무릇 모든 국가 정책은 국민의 공감대 위에 서야만 원만한 수행이 가능한 법이어서 국민이 지혜로워야 국가 정책도 지혜로울 수가 있고, 국민적 용기가 뒷받침 되어야 지혜로운 전략도 효율적 수행이 가능한 법이니까. 그런데 여러분은 모두 우리 사회 지도자들이 아닌가? ‘범국민적 지혜와 용기를 일깨우고 그 의지를 모우는 선각자적 노력’을 펼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500여 사회 지도자, 우리 원우들이 일치단결(一致團結)해서 한마음으로 노력하면 무엇인들 못하겠는가? 그래서 우리 아들딸들에게는 더 이상 불안하지 않고 여유로우며 찬란한 문화를 향유하는 행복하고 영광된 대한민국을 물려 줄 수 있게 하자. <끝>

   김희상 <육군중장(예), 정치학박사 /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