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 보면 작년 연말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압박’으로 다들 ‘전쟁난다’고 걱정하던 때에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의 손을 잡아 그 흐름을 협상으로 돌려놓아 온 세계의 환영을 받고 우리 사회도 평화 평화 하면서 이번 지방선거 싹쓸이까지 이어갔다. 그러나 나는 지난 3월 21일 조선 인터넷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북 핵 정상회담의 길을 열어준 것은 위기에 빠진 김정은 체제를 구해주는 대신 대한민국의 미래 위기로 代置시키는 전략적 실수일 수 있다’고 우려 했었다.

   북한 핵 미사일 완성이 3개월 정도 남았다고 했으니 이제는 거의 완성했을 것이다. 그래도 ‘전쟁보다는 낫지 않으냐? 하지만 양측 다 낯도깨비 같이 예측 불가능한 지도자들에 기대 間隙은 크지--, ‘회담’을 해도 온전한 합의도 어렵지만 합의의 성실한 이행은 더 어렵고 ‘완전한 비핵화’란 결국 ‘북한의 의지’에 달려 있을 뿐인데 그런 회담의 성공에 우리의 미래를 걸자니 불안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1.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본질

   그것은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본질’을 이해한다면 금방 공감이 갈 것이다. 사실 핵은 이른바 절대무기다. 누구는 핵은 고도리 판의 싹쓸이 패라고 하던데 실제로 북한이 혹시 핵국가가 되고 핵미사일이 實戰에 배치되면 한반도 남과 북의 군사력 균형은 결정적으로 붕괴되고 한국은 졸지에 전략적 피그미가 되어 전쟁이냐? 항복이냐? 한없이 시달리면서 점차 한반도 赤化통일로 끌려들게 될 가능성’이 높다. 

   완벽한 대처방법도 찾기 어렵다. ‘미국 핵우산’은 물론 설사 우리 핵을 만든다 해도, 도움은 될망정 완벽한 대처에는 한계가 있다. 생각해 보라. 북한이 핵을 가지면 우리 핵이 있든 없든 북한이 어떤 도발을 해도 膺懲報復이 어렵게 된다. ‘핵전쟁으로 확대될까?’겁나서. 그것은 抑制가 불가능해진다는 뜻이다. 오늘 우리사회는 말도 안 되는 광우병 따위에도 국정이 마비되고 사회가 뿌리째 흔들렸을 만큼 구조적으로 매우 취약한 상태인데, 북한이 핵을 배경으로 이런저런 도발을 마음대로, 그것도 복합적으로 계속하면서 동시에 종북세력들로 하여금 적극 內應하게 하면 우리가 끝끝내 견딜 수 있겠는가? 경제가 마비되고 사회가 공황에 빠져들어 정말로 적화의 문턱을 끌려 넘게 되지 않겠는가?

   전술핵 재배치는 물론 우리 핵이 있어도, 심지어는 연합사가 건재해도 북한에 핵이 있는 한 우리가 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혹시 잠시 평화가 유지된다고 해도 ‘종속적, 노예적 평화’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도 그래서 핵을 만들었다는 것을 굳이 숨기지도 않는다.<김정일 적화통일> 지난 6차 핵실험 후 김정은이가(녹음강연) 직접 “핵미사일은 조국 통일을 앞당기는 만능열쇠”라고 했는데, 2006년 북한 1차 핵실험 때도 그랬다. 우리 언론에서 미국과의 협상카드니 뭐니 重言復言하니까 김정일의 비공식 대변인이라던 김명철 조미평화연구센터 원장이 ‘김정일의 꿈인 통일의 원동력을 구축하려는 것’이라고 일갈 했다. ‘만능열쇠, 원동력’-그 표현이 제법 절묘한데, 이처럼 목적이 무엇이었건 간에 북한이 핵 국가가 되면 한반도에 초래될 궁극적 결과는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로서는 북한 핵미사일은 어떻게든 폐기시켜야하고, 아니면 우리가 원천적으로 살아남기가 어렵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북한 핵을 폐기시킬 수 있을까? 우리는 그동안 대화로 설득하고 달래면 될 것이라고 열심히 퍼주다가 북한의 단호한 의지와 교활한 술수에 휘말려 다 굶어 죽어가던 김정일 체제나 살려내고 오히려 북한 핵개발에 이용만 당하고 말았다. ‘햇볕정책’과 6자회담이 그랬고 2003년 노무현 대통령도 평양 과기대 김진경 총장을 통해 북한에 ‘핵만 포기하면 활딱 벗고 도와준단 말이요’는 매우 진지한 메시지를 보냈지만 ‘대통령 혼자 그래봐야 소용없다. 우리 편도 많다.’는 비웃음뿐 결과는 헛수고였다. 사실 북한은 온 세계가 둘러서서 ‘너 그것 만들면 혼내준다.’고 겁주고 막는 가운데 수백만의 주민을 굶겨 죽여가면서 切齒腐心 핵을 만들어 이제 완성단계에 들었다. 무엇보다도 오늘 북한으로서는 적화통일을 실제로 이루는 외에는 항구적 체제위기를 극복할 길이 아예 없다. 한반도 남측의 자유롭고 풍요로운 ‘대한민국이라는 존재 자체’가 결정적 본질적 체제위협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핵미사일은 ‘적화통일의 원동력이자 만능열쇠’다. 어떻게 폐기하겠는가? 

   그래서 오래 동안 이 문제를 성실히 연구해온 최고 전문가 Bruce Bennett 같은 전문가들은 진작부터 이스라엘처럼 폭격을 하든지, 적어도 김정일이가 핵을 포기 하지 않으면 ‘자칫 혼나겠구나.’ 겁이라도 나게 해야지 그 외에는 ‘百藥이 無效’라고 해 왔다. 실제로 북한이 제일 겁내는 것도 군사공격이다(2003년 NPT 탈퇴/2016년 10월 덜레스)

   하긴 군사공격도 ‘그것이 완전한 핵 폐기 해법이 될 수 있는가?’는 여전히 의문이다. 그 후 이어지는 정부가 핵을 계속 개발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을 테니까. 그럼 확실한 방법은? 한반도 자유통일뿐이라는 것이다. 2007년 2월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이 2차보고서에서 지적했고「키신저의 키신저」라던 윈스턴 로드 전 미 국무차관보는 2016년 3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아예 ‘한반도 자유통일, 그것만이 북한 핵 폐기의 실현 가능한 현실적 대안’이라고 단언했고, 이제는 세계 많은 전문가들이 북한 핵을 확실하게 폐기시킬 수 있는 길은 한반도 자유통일뿐이라고 공감한다.

   존 볼튼 안보보좌관(당시 미 국무차관)도 -2003년 만났을 때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해서 ‘결국은 한반도 자유통일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북 핵 회담이 흘러갈 Flow chart를 그려 주었었는데- 어쨌든 2015년 2월 디펜스포럼을 비롯해서 가는 곳마다 ‘북한 해체와 한반도 통일’만이 북 핵 폐기의 유일한 해법이고 만약 중국이 동의하지 않으면 군사적 옵션밖에 없다’고 단언하고 다녔었다. 그래서 그가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되었을 때 기대가 컸었다. 작년 9월말 포린 폴리시에는 ‘거물급 한반도 통일전담 특사를 임명해서 적극 추진하자’는 AEI 다니엘 블루멘탈의 글도 실렸다. 

   이것은- 결국 우리가 그동안 6자회담 같은 북핵 해법의 전략도 문제지만, 아예 목표를 잘못 잡고 있었다는 뜻이 된다. 사실 북한에 저런 체제가 존재하는 한 핵 폐기는 원천적으로 불가능 할 테니 따지고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아니 핵도 폐기 못시키면서 무슨 통일?’ 싶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북한 체제를 그대로 두고 핵미사일 폐기를 다그치기 보다는 한반도 자유통일에 집중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고 성공 가능성도 더 높다는 것은 분명하니까.      그게 아니라도 우리 미래를 위해서도-이 동족분단대치 상태는 어차피, 또 시급히 극복해야할 장벽이다. 앞에서 ‘적화통일 외에는 북한이 체제위기를 벗어날 길이 없다’고 했는데, 우리 역시 자유통일 외에는 북한 핵을 폐기하고 보다 나은 미래를 열어갈 방법이 없고, 자유통일은 우리가 21세기를 살아남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갈 基底요 디딤돌인 것이다. 그것도 실은 서둘러야 한다.

   급속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도 문제지만, 특히 旭日昇天 커가는 중국의 팽창주의적 야심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사실 장차 중국의 목소리가 미국보다 더 커지고 그 航母가 동․서해를 횡행하는 가운데 북한 핵은 기정사실이 되면, 또 여기에 혹시 연합사까지 해체되는 날이면, 우리의 운명은 어찌 될 것인가? 미국 기업연구소(AEI) 닉 에버스타트는 1980년대 중반부터 ‘한국은 중국이 더 커지기 전에 통일을 서둘러야지 아니면 늦을 것’이라고 계속 경고해 왔는데 혹시 정말로 이미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이렇게 보면 우리는 진작 싫든 좋든 ‘미국의 힘이 그나마 살아있는 동안에 자유통일을 서둘러 나라의 덩치부터 키우고 그 위에 좀 괘씸하더라도 일본과도 손을 단단히 잡고 여기에 미국의 확고한 동맹적 뒷받침을 받아내는 매우 大戰略的인 접근을 했어야만 할 그런 상황’인 것이다.

   그래서 항상 아쉬워하는 것이 있다. 1992년 롯데호텔 2층 남북고위급회담 환송 만찬이 있었다. 지금 큰 소리 치는 김영철이가 북한 측 군사분과위원장 할 때다. 건너편 ‘보도’ 완장을 찬 북한대표가 느닷없이 ‘여보 김 선생 우리 서로 봐 주기요.’ ‘뭘 봐줘?’ ‘우리가 통일하면 우리가 김 선생 봐 줄 것이고 남측이 통일하면 김 선생이 우릴 봐 주기요.’ 지금도 그 참담해 하는 표정이 뇌리에 선하다. ‘아 다 갔구나 조금만 밀면 되겠구나.’하는 느낌이 가슴을 쾅 치는듯했다.

   실제로, 김일성이 죽고 김정일체제가 시작되던 1990년대 중반에는, 공산주의 宗主國 舊소련을 비롯해서 세계의 공산독재가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가운데, 중국도 북한 보다는 우리 눈치를 보고 있었다. 등소평이가 우리 북방정책의 손을 잡고 開放으로 나오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1990년대 중반부터 북한에서 수십 수백만이 굶어 죽는 대 慘事가 시작되었으니 분단은 마침내 거의 끝장이 나는 듯했다. 실제로 이때는 우리 연합사도 북한 붕괴 7단계 중 2단계니 3단계니 하고 있었고 미 CIA, 아니 사실상 온 세계가 북한의 조기 붕괴를 필연적인 것으로 보고 있었다.  

   비슷한 시점, 2001년 반생을 바친 軍門을 나서서 RAND 워싱턴 office에 가 있을 때, 워싱턴 분위기도 그랬다. 당시 부시 정부의 정책에 精通했던 前 대만대표부 대사 더글러스 팔과 골프를 하고 만찬을 함께할 때였다. 그가 갑자기 ‘내가 김장군이라면 여기 보다는 독일에서 군사통합 과정을 연구하겠다. 그러면 머지않아 좋은 소식이 있을 거요’ 그러지 않아도 워싱턴 연구소에서 걸핏하면 ‘한반도 통일’문제가 나오고 심지어 ‘아버지 부시가 독일 통일로 폼을 재니까 아들 부시는 한반도를 통일로 대응하려 한다.’는 말까지 돌때여서 가슴이 다 떨려오는 듯했다.

   가위 운명적 기회였던 셈이다. 그런데 바로 이런 때에 우리가 햇볕햇볕하면서, 무려 70억 불을 퍼 부어 김정일 체제를 살려내더니 한미관계도 눈에 띄게 나쁘게 가져 갔다. 특히 2002년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한 부시 대통령의 年頭敎書를 두고, 나름 전략적 深謀遠慮가 있음 직 한데도, 북한을 햇볕으로 달래야 한다던 한국에서는 전쟁난다고 ‘평화 평화’하면서 ‘반미’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져 갔다.

   그러면서 워싱턴 상공에는 ‘미국이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대신 중국이 북핵 폐기를 책임진다는 미중 빅딜설’이 떠돌고, 그런 속에서, ‘무릇 위기를 극복하면 기회가 되지만 기회를 버려두면 위기로 되돌아오는 법’인데 6.25 이후 반세기만에 우리에게 찾아왔던 그 운명적 기회가 날아가 버리고, 다 죽어가던 북한이 되살아나 핵미사일로 거꾸로 우리를 위협하는 ‘더할 수 없는 위기’로 되돌려 받아 왔던 것이다. 

2. 오늘 싱가폴 회담을 보는 시각

   실은 그래서 작년 말 전쟁난다고 겁내는 사람 못지않게 이제야 ‘비로소 해결의 가능성이 보인다.’는 전문가도 적지 않았고, 그 중에는 미 안보보좌관 볼튼에게 ‘이번 기회에 결판을 내야한다’ 강조하겠다고 워싱턴까지 찾아간 사람도 있었다.  실제로 ‘세컨더리 보이콧’으로 2016년 홍샹 그룹에 12억 달러의 벌과금을 내린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9월 북한 6차 핵실험 후에는 추가 제재 대상이 될 10개 중국 기업체의 명단까지 제시하면서 하도 강하게 압박하니까 끈질기게 북한을 뒷받침 해오던 중국부터 기가 많이 꺾였다. 이때는 샤리핑(夏立平) 중국 퉁지(同濟)대 정치국제관계학원 원장, 장퉈성(張沱生) 중국 국제전략연구기금회 주임, 왕둥(王棟) 중국 베이징대 교수, 쑤하오(蘇浩) 중국 외교학원 교수 등 많은 중국 측 학자들이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상호 협력 사항을 논의 하자는 주장도 했다. 당시 중국의 한반도 상황을 보는 인식을 짐작 할만하다.

   당연히 북한은 극도의 위기에 몰려 있었다. 지난 겨울 제재로 기름 공급이 끊기면서 평양 고급 아파트에서도 독감으로 숨지는 노인들이 속출했다. 북한 군대도 무장 탈영병이 속출해 평양 외엔 안전지대가 없는 실정이고 군 고위 장성들의 사기 저하도 심각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북한 아이스하키 선수단은 스케이트도 없이 내려와 우리가 다 사주었다. 특히 트럼프의 군사공격 가능성을 매우 겁냈다. 북한은 원래 미 공군을 겁내는데 한 러시아 외교관은 모스크바에다 B1-B 랜서 같은 것들 때문에 “북한 고위 관리들이 정말로 벌벌 떨더라”고 보고했다. 

   이 시점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차제에 해결 하겠다는 의지도 매우 단호해 보였다. 배경도 깊다. 사실 미국에서는 일찍부터 대표적 깡패국가(Rogue State)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우려가 매우 컸다. 9.11때 워싱턴에서는 아랍 테러리스트 보다도 북한 핵개발을 더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마치 북한이 핵을 개발하면 곧 국제 테러리스트들 손에 넘겨지고 그러면 머지않아 워싱턴이든 어디든 핵이 터질 것 같은 분위기였다. <89.6 WP 잭 앤더슨> 그런데다가 이제는 憂慮의 차원이 달라졌다. 미 전문가들은 북핵미사일이 과거에는 ‘동맹국에 대한 위협이기 때문에 미국에도 위협’, 일종의 ‘간접 위협’이었지만 이제는 ‘직접적 위협’으로 차원이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민현 전화> 사실 미국은 2003년, 핵개발 의구심만으로도 이라크를 공격한 나라다. 2009년 6월에는 이 문제 전문가 Michael E. O'Halan의 북한 붕괴시나리오(North Korea Collapse Scenarios)도 만들었었다. 그런 미국이 ‘미국을 선제타격 하겠다.’며 태평양을 넘어 워싱턴을 거의 패닉 상태로 몰아가고 있는 ‘북한 핵미사일’을 어떻게 그대로 두고 볼 수 있었겠는가? 미국에서 오죽하고 ‘예방전쟁론’까지 나왔겠는가? 실제로 군사공격 준비도 WG까지 엄청 했다. 이때영국 Kevin James라는 친구는 ‘북한의 핵 위협에 ‘억지 전략’을 선택하는 것은 ‘러시안 룰레트’를 연속 쏘면서 영원히 총알을 맞지 않기 바라는 것과 같다면서 ‘억지 전략’이 아니라 당장 ‘예방전쟁’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그러나 군사공격은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 문제다. 더욱이 이제는 북한의 핵 능력도 만만치 않은데다가 중국도 G2로 커졌고 ‘타격 여건’은 훨씬 더 어려워져 있다. 이 때 우리 정부가 전쟁난다며 작년 한중정상회담에서도 그랬고-, 계속 ‘군사공격은 안 된다.’고 강조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군사공격 한다고 무조건 전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고 매티스 국방장관이 ‘서울에 큰 피해 없이 북한 타격할 수 있다.’고 했듯이 반드시 참혹한 피해가 뒤따르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作戰을 어떻게 전개하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다. 솔직히 중국이라면 몰라도 미국과 북한이 무슨 전쟁이 되겠나?

   어느 미 정보관계자의 말도 흥미로웠다. 2016년 7월 트럼프 캠프에서 북한을 “노예국가”로 규정했는데, 트럼프의 희망이 21세기 링컨 대통령이고 그의 대통령 취임 축하 예배 목사님 설교 주제도 노예해방과 관련된 것이었다니까-. 상황이 이렇다면 일찍이 독일을 통일한 철혈재상 비스마르크가 ‘시대의 흐름 속에 언뜻 비치는 기회의 옷자락을 꽉 움켜쥐어야 한다.’고 했는데 우리도 싫든 좋든 그래야 할 때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바로 이런 시점 우리 정부는 또 다시 정 반대로, 굳이 다른 길로만 나갔다. ‘사드 배치’는 ‘임시’라는 꼬리표를 붙여둔채, ‘전작권부터 환수’하겠다고 하고, 美․日등이 “북한과 대화할 때가 아니라”면서 ‘예방공격’까지 거론할 때 우리만 ‘평화 평화’하면서 ‘군사공격은 안 된다’, 심지어 고위 관계자가 ‘한미동맹이 깨지더라도(아마 우리 外交史에 처음)전쟁은 안 된다.’고 하고 작년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하필 중국과 입을 맞춰가며 군사공격 안된다면서 사실상 미국 ‘Maximum Pressure’의 김을 뺐다. 그리고 북한을 평창 올림픽과 판문점으로 초청해서 분위기를 바꾸더니, 마침내 미국과 손까지 잡게 해 주었다.

   그 때 내 기분은 아하- 萬事休矣로구나 싶었다. 지금도 조금만 더 압박했으면 오늘의 결과는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사실 협상이 시작 되면 그 자체로 일단 항복은 안 해도 된다. ‘협상’으로 너 항복해라, 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그랬다가 혹시 전쟁 안 났을까? ‘전쟁?’하면 다들 6.25 생각하지만 ‘목함지뢰’사건 때 북한 샅샅이 들여다 봤어요. 그런 전쟁은 못해요. 전쟁 수행능력도 문제였지만 그들이 어느 쪽으로 총을 쏠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중국이라면 몰라도 미국과 북한이 어떻게 전쟁이 되나? 결국 김정일이가 다 죽어갈 때는 DJ가 많은 돈으로 살려내, 수백만의 북한동포가 굶어죽고 우리도 저들의 이런저런 도발로 많은 희생을 겪었는데-- 이제 그 아들이 죽어가니까 이제는 우리 문재인 대통령이 살려주는 게 아닌 가? 무엇보다도 이제는 북한이 사실상의 핵국가가 다되어가는데 이러다가 자칫 우리가 죽는 것은 아닌가? 겁도 나고-- 결국 전주 김가들이 정말 조상 묘를 잘 쓴 모양이구나.-- 하는 생각만 들더라.

   실제로 오늘 실가폴 핵 정상회담 결과를 보라. 보기에 따라 좀 다를 수는 있지만<볼튼의 북한 체제붕괴 유도?/북한 진심/ 그래도 안보는 항상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고 대비해야 하는 법이니까> 일단은 이번 싱가폴 미북 핵 정상회담은 한마디로 외교적 慘事에 가까워 보인다. 외교는 의전이라는데, 지난번 한미정상회담 때는 홀대론이 다 나왔었는데 이번에는 12개의 국기를 화려하게 늘어세운 채 김정은에게 깎듯이 예의를 다하고 배려하는 모습부터가 매우 당혹스러웠다.

   그리고 도대체 김정은 자신은 ‘한반도 비핵화’를 말했지 ‘북한 비핵화’를 말한 적은 아직 한 번도 없다. 지금까지도-- 그런데도 미국이 줄기차게 강조하던 CVID는 안 보이고 북한이 주장해오던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과 ‘판문점 선언대로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에 노력’에 합의를 했다.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 ‘한미훈련 중단’과, ‘당장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언젠가는 ‘주한미군 철수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인 것이었다. 그것도 세 번씩이나- 정말 놀랐다. 

   동맹국 미국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한 것은 더욱 두말 할 필요가 없고, 연합훈련을 북한에게 provocative하다고 한 것도 어이없지만 기본적으로 훈련은 평시 군의 기본 임무이듯이 연합훈련은 동맹군의 기본 임무다. 그것을 그만 둔다? 좀 다혈질인 Bell 전 연합사령관이 ‘북한 눈치 본다고 연합훈련까지 못한다면 동맹을 깨는 게 낫다.’고 목소리를 높였었는데, 실제로도 “훈련이 중단되면, 한반도 유사시 공동대응 능력 약화될 수밖에 없고 또 그것이 장기화되면 주한미군의 역할과 위상도 약화되고, 자연스레 주한미군의 감축·철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미 최고 사령관인 대통령이 직접 훈련 중단을 언급한 것이다. 그것도 미리 우리 대통령과 협의 하고 했다니-- 회담 전 박휘락 박사가 제2의 태프트-가쯔라 회담이 될까 겁난다’해서 웃었는데 그것보다도 더 한듯하다.

   지금 폼페이오가 추가 협상한다면서 2년 반 내에 북한 핵을 완전 폐기 하겠다고 나서지만 -- 김정은이가 거부 한 것을 김영철에게서 얻어 낼 수 있겠는가? 외신들이 김정은을 이번 회담의 최고의 승자로, 트럼프 대통령은 승자이자 패자라면서 한국을 완전 패자라고 본 이유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마지막 냉전을 해체한 세계사적 기록’이라며 "뜨거운 마음으로 축하" 한다고 했다니- 이것 참??

3. 평화협정과 중국의 위협

   사실 좀 따져 보자. 우선 평화협정? 다들 평화협정, 평화협정하는데 모름지기 진짜 평화는 힘으로 지켜지는 것이지 평화협정 같은 종이쪼각이 평화를 보장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수많은 불가침조약들이 그렇지만 특히 1973년 파리평화협정이 곧바로 월남패망으로 이어졌듯이, 그런 것은 오히려 침략과 파멸에의 초대장이 된 경우가 많고, 그래서 인류 역사에는 배반당한 평화협정의 시체가 곳곳에 널려 있다.  물론 평화협정으로 정말로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안정적인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조화해 나간다면야 좋은 일이지만, 한반도 평화체제의 본의가 살려면 적어도 북한이 한국과 평화공존 하려는 의지라도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그러나 북한은 그 동안 ‘적화통일을 포기한다.’는 말조차 -하다못해 헛말이라도- 해 본 적이 없다. 오히려 1994년 북한 외교부 담화 이래 항상 “북한의 평화체제 구축대상은 미국”이라고 못을 박아 왔다. 한국은? 평화의 대상이 아니라 통합 곧 적화통일의 대상이라고 明示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까 북한이 말하는 평화협정은 정확히 말하면 ‘미․북 평화협정’이다. 그리고 그 핵심은 미․북 평화협정을 맺고 ‘북한은 핵미사일을 폐기 혹은 동결’하는 대신 ‘주한미군은 철수 하라’는 주장인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과거 노무현 정부 때 그러더니 이번에도 또-- 한반도 평화체제 운운하며 ‘미․북 평화협정’을 우리가 먼저 너무 쉽게 거론하곤 해 왔다. ‘주한미군 철수? 그러면 연합사는 그 이전에 해체 될 것이고 그리되면 우리는 어찌 될 것인가? 실은 억제는 본래 심리적인 것이어서, 당장 북한의 전면도발을 억제하고 핵미사일에 대처하는데도 주한미군, 특히 연합사가 서울에 존재하는 이상의 방법이 없다. 또 북한의 위협이 어디 핵뿐인가? 북한 WMD, 핵 말고도 대규모 화학무기 다양한 생물무기도 여전히 치명적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내가 가장 우려하는 것이 바로 이것인데 ‘중국은 압록강 바로 건너에 있는 반면 동맹 미국은 태평양 건너 멀리 있다.’ 그래서 주한미군으로 겨우 한반도상의 전략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터에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북한이 설사 핵미사일을 폐기하더라도 한반도는 저절로 중국의 배타적 영향권 하에 들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이 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체제 협상을 병행 추진하는 것),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해가며 북한보다도 훨씬 더 ‘주한미군 철수’에 목을 매 온 이유다. 

   이런 이야기 하면 에이 중국이 설마- 할지 모르지만, 나는 G2로 커진 오늘의 중국’을 보면 실제로 겁이 다 난다. 작년 7월 시진핑 주석이 문재인 대통령 面前에 대고 ‘북한을 피가 응고된 관계 사실상 혈맹’이라고 했는데 다들 실은 그 정도도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을 깊이 아는 제임스 릴리 前 주한美대사는 2007년 1월 미 의회에서 ‘중국 지도층이 북한의 반 정도를 자기 땅으로 생각하고 東北工程과 백두산주변의 大軍이 그와 무관치 않다. 6자회담에 불성실 한 것도 그 때문’이라는 증언을 했고 前 현대조선 민계식 회장은 ‘후진타오(胡錦濤)가 주석이 되기 전 5,6회를 만났는데 그가 만날 때 마다 安東都護府 이야기를 하고 평양주변의 중국관계 遺蹟이 중국인들이 와서 살다가 남긴 유산으로 알더라.’고 증언했다.<조남기/대만사관학교(초량)> 실제로 1950년대 중국 敎科書에는 한반도가 失地로 표시 되있었다. 

   이런 야심은 역대 중국 지도자들이 다 마찬가지다. 원래 中華思想의 국제질서는 主權平等을 전제로 한 서구적 橫的秩序와는 다르다. 중국을 頂上으로 하는 縱的질서다. 시진핑의 中國夢은 바로 그것을 현실에 구현 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一帶一路’ 프로젝트가 결국 뭐겠는가? 중국이 중앙아·중동·유럽을 연결하는 일대 連帶벨트를 건설해서 미국에 맞서보려는 야심찬 계획이다. 19차 당 대회 때 시진핑이 ‘인류 운명공동체’를 만들겠다고 한 것은 또 무슨 뜻이겠는가? 2016년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까지 무시하고 국제 공해를 힘으로 점령, 확보해 가고 있는 남중국해 사태는 시진핑 中國夢의 野心이 얼마나 猪突的인가 보여준다.

   시진핑의 그런 야심이 가장 첨예하게 노려보고 있는 곳이 특히 한반도, 그리고 남중국해다.  그가 작년 9월 杭州 미중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남중국해 문제로 다투다가 ‘한반도 사드 배치는 중국의 안보이익에 배치되니 철회하라’고 한데서도 그런 시진핑 中國夢의 底意가 적나라하게 들어 난다. 

   사실 어디까지나 방어무기 아닌가? 그런 말은 자기 땅에 남이 무기를 배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한, 할 수 없는 말이다. 굳이 해석하자면 ‘한국과 남태평양은 중국의 세력권이니 미국은 빠지라.’는 말인 것이다. 천안함 사태 때 중국이 미 항모 조지 워싱턴호의 서해 진입을 한사코 막아 나선 속내도 그렇다. 그 때 중국이 “서해엔 公海가 없다”고 했다. 서해를 內海化 하려던 것이고 서해가 중국의 내해가 되면 한반도 중국화의 디딤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작년 4월 마라라고에서 시진핑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반도는 원래 중국땅이라고 설득한 것이 공연한 잡담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데 정말 화가 나는 것은 따지고 보면 이게 모두 우리 자신, 우리가 자초한 셈이라는 것이다. 무슨 소리냐? 무릇 정상적 외교의 基底는 상호존중이다. 무조건 잘해 주기만 한다고 외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상대의 존중은 받아야 대화가 되고 소위 외교가 가능해 지는 것이다. 특히 상대의 경멸을 사는 일은 禁忌 중의 금기다. 그런데 우리는 한중관계만 잘 되면 북핵이든 자유통일이든 뭐든지 될 것처럼 너무 잘해주려고 低자세까지 감수해오다가 중국을 저리 傲慢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이 정부 들어서 유독 그게 심하다. 작년 5월 이해찬 특사단은 홍콩 행정장관과 같은 대접을 받았다. 작년 12월 1일 '중국 공산당과 세계 정당간 고위급 대화' 개막식에서 시진핑에게 "한반도 평화 노력에 감사"한다면서 “신시대의 설계사(중국의 시진핑 숭배용 용어)인 시진핑 주석께서 주창하신 '중국의 꿈'이 세계 평화와 번영에 공헌할 것으로 기대하고 확신한다."던 추미애 대표의 阿諂은 구역질이 다 난다. 실은 중국도 똑 부러지게 말하면 들을 줄은 아는 나라다.<2010년 5월 13일 중국 량광례(梁光烈) 국방부장/ 2014년 탕자쉬엔 ‘힐튼 호텔 THAAD 설전<이태식 대사> 2000년 중국 국방대학교 강연>

   적어도 오늘 중국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 아닌가? 그런데도 작년 12월 한중정상회담 때도 그렇게 홀대받고 모욕당하고 얻어터지기까지 하면서도 단호히 항의하기는커녕 오히려 중국이 ‘운명적 동반자’니 ‘운명공동체’라며 ‘일대일로’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충칭까지 찾아갔다. 자- 이것 참 미중이 정면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함께 싸워 온 미국이 아니라 총칼로 대치했던 중국의 ‘운명적 동반자에다 운명공동체’라니--

   어쨌건 이런 중국을 앞에 두고 주한미군까지 철수한다? 그래서 우리가 정말로 중국의 배타적 영향권 하에 들게 되면 우리는 어찌될까?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민주주의적 橫的 국제질서 속에서 이루어 낸 오늘 우리의 자유와 평화 번영은 더 이상 누릴 수 없을 것이고, 자칫 자유 대한민국이 제2의 티베트가 되거나 끝내는 김정은 밑으로 내 던져지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중국도 이번 싱가폴 정상회담의 ‘또 다른 勝者’라고들 하는 것이다.

4. 싫든 좋든 미국과 함께 가야 한다.

   한중관계? 물론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에게 있어 전통적으로 중국의 팽창주의적 야심은 항상 가장 중대한 안보위협의 하나였다. 그런 차원에서는 아직은 중국을 적절히 억제 할 수 있는 역량과 태세를 갖추는 것이 더 급선무일 것이다. 그리고 중국을 억제할 수 있는 힘, 그것은 우리가 힘 좀 키운다고 될 일이 아니고 현실적으로 미국밖에 없다. 중국이 아무리 중요해도 한․미동맹이 우리 안보의 기저요 한미동맹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문정인 특보는 걸핏하면(촛불시위) ‘지난 50년은 한미동맹, 앞으로 50년은 한중관계’라고 했다지만, 오늘 우리로서는 튼튼한 한미동맹을 前提로 중국에는 좀 毅然하게 대처해서 ‘대한민국’을 主權國家로 존중하게 만드는 것이 우선이고 그 위에 중국의 사회적 理性에 國益으로 설득하는 것이 對中政策의 正道요 한계일 것이다.  이래저래 이 시점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튼튼한 한·미동맹인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한미동맹, 그리고 항상 튼튼하다던 한미동맹이 어떻게 주한미군 철수까지 우려하게 되었을까? 사실 지난 4월 초 워싱턴에서 前 미 CIA 고위 관계자에게 북한 비핵화를 무엇으로 이끌어내려 하는지 트럼프 정부의 내심을 물었다가 큰 충격을 받았다. ‘핵 동결’을 겁냈더니 그건 아니라면서도 사실상 주한미군 철수를 뜻하는 ‘평화협정’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북한 김영철을 만난 후 ‘북한과의 종전선언과 주한미군 감축 논의 가능성’을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6월 2일 발표도 그래서 더 충격적이었다. ‘감축’이라도 그 규모와 성격에 따라서는, 특히 혹시 그것이 한미연합사(이후 연합사)에 영향을 줄 정도라면 완전 철수와 별반 다르지 않을 테니까.

   왜 그랬을까? 실은 미국에서도 진작부터 한미동맹에 대한 피로감이 있어왔다. (광우병/노무현 자살 촛불시위 때도)그 원인제공은 우리가 했다. 예컨대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9월 미국 동맹국 원수로는 유일하게 천안문 열병식에 간 것부터 미국이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8월 현기환 정무수석 오찬> 당시 한미간 세미나(세종연구소-스탠포드 아태연구소) 같은 데서는 미국의 불만과 우려가 강했었다.

   그런데 이 정부 들어서는 더했다. 미국은 2014년부터 ‘한국의 사드 배치여부가 장차 한국이 미․중 어느 편에 설지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라고 해 왔다. 그런데 중국과는 이른바 ‘3불 1한(한국이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MD)에 가입하지 않으며 한미일 3국 동맹으로 발전시키지 않는다는 것이 '3불(不)'이고 '중국의 안보이익을 침해하지 않게 사드 시스템의 사용제한을 가한다.'는 것이 '1한(限)')’이라는 턱도 없는 약속을 해주고(정부는 약속은 아니라고 하지요?), 소수의 불법 시위대를 핑계로 사드 기지 완성을 머뭇거리면서 미군 장병에게 굳이 불필요한 고통을 감내하게 하고 있다. 底意가 없다고 볼까?

   그 뿐인가?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사람이 “한미동맹 깨져도 전쟁은 안 된다”고 하면서 북한 核에 대비한 동해 ‘한·미·일 연합 군사훈련’까지 거부했다. 동맹이란 기본적으로 상호지원관계 인데, 한국이 한미동맹을 깨려 한다고 오해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또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 방문 시점에는 미 대사관 코앞에서 ‘트럼프 참수경연대회’나 하고 부산에서는 ‘한미 연합 해상 훈련 반대 시위’까지 있었다. 그 자체도 어이가 없지만 ‘김정은 참수 경연대회’는 단번에 진압했던 경찰이 그것은 그냥 넘어 갔다- 자 미 대사관이 직접 보고 있는데서. 작년 11월 7일 WSJ은 사설로 文대통령을 ‘못믿을 친구’라면서 “미국 정책의 대척점에 서 있다”고 비판했다. 작년 한중정상회담은 그걸 또 증명한 셈이었다. 왜 미국이 한미동맹을 소중히 하겠는가? 

   물론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주한미군 철수’는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많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정확한 말도 못된다. 키신저는 그런 고려도 없이 ‘북 핵 폐기와 주한미군 철수 교환’을 조언했을까? <트루만 대통령 회고록> <닉슨 독트린><틸러슨 방문시-밥도 안주더라> 지금은? 펜타곤에서는 지금도 주한미군을 주일미군에 통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무엇보다도 세계 곳곳(70)에 군을 파병중인 미국은 이런 문제에 항상 ‘그 나라 국민이 결정한다.’고 답한다. 실제로 미국은 태평양 최고의 전략요충지 마닐라 만에서도 그래서 하루아침에 떠났다. 그리고 필리핀 앞바다는 중국 해군의 놀이터가 되었다. 그런데 오늘 우리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앞장서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하고 북한에게는 그들이 ‘주한미군 몰아내기용’으로 활용해온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한반도 비핵화’를 약속해주었다. 청와대에서는 아니라지만 평화협정이 주한미군의 명분을 흔들고, 종전선언이 유엔사의 명분을 없애는 것은 사실이다. 이번 싱가폴 미․북 정상회담 합의문도 사실상 판문점 선언 복사판 같지 않나? 

   그러면서 미국에는 ‘전작권 조기 전환’까지 서둘러 왔다. 이 모두 의도했든 아니든 사실상 주한미군을 스스로 밀어내는 모양새가 아닌가? ‘전작권 전환’이 특히 그렇다.   사실 ‘전작권이 전환’되면 1978년의 한․미 합의에 따라 연합사는 곧바로 해체되는데, 연합사가 해체되면 한미군사동맹은 形骸化 될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연합사는 원래 ‘한․미 양국군을 유기적으로 통합 운용하는 한미군사동맹의 핵심 연결 고리이자 동맹의 기능을 수행하는 핵심 수단인 동시에, 박정희 대통령이 미 카터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론에 자극을 받아 연합사 창설을 구상했다고도 하듯이 미국에 한국방위의 책임을 지워 주한미군을 묶어 두는 실질적 장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전작권을 전환’해도「미래사령부」를 만들어 사령관만 우리가 맡겠다는 데 무슨 문제냐? 할지 모르지만 착각하면 안 된다. 미군은 지금까지도 외국군 지휘 하에 두지 않는다는 이른바 ‘퍼싱 원칙’을 한 번도 허물지 않은 나라다. 그리고 오늘 연합사의 ‘전략적 억제력’은 주로 ‘튼튼한 한․미 군사동맹과 그 동맹이 세계 최강 미국군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음을 분명하게 증명’해 주는 ‘미국인 연합사령관’의 상징성에서 나오는 것이고, 당장 우리가 미국의 전략자산을 적시적절하게 활용하고 유사시 대규모 미군 증원전력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한미연합방위태세’를 구축한 것도 모두 연합사령관이 ‘미4성 통합전투사령관’이어서 가능한일이었다. 

   그 모두 평택 한 구석에 몰려가 있는 단순 ‘주한미군 사령관’은 물론 한국군 사령관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결국「미래사령부」는 ‘연합사 해체’를 糊塗하는 것일 뿐 지난 수 십 년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지키고 한강의 기적을 뒷받침 해 온 오늘의 연합사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미국이 한국군 사령관을 양해했다.’는 것은 사실상 미국이 유사시 의미 있는 전력은 파견하지 않겠다는 뜻일 가능성이 더 높고, 미 증원전력의 適時 참전은 아예 구조적으로 불가능해질 것이다. 또 무엇보다도 그리되면 주한미군의 한반도 주둔 자체가 어려워 질 것이다. 평화협정으로 주둔의 명분을 허물고 연합사 해체로 한국방위의 책임조차 없어지면 한국의 反美 親北 從中 세력들이 주한미군을 그대로 두고 볼까? 과거 용산에서 그랬듯이 평택에서도 반미시위를 이어가면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까?

   여기에 북한은 물론 중국도 적극 나설 것이다. 판문점 선언 후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서둘러 평양을 방문하고,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를 무시해가며 굳이 김정은을 북경으로, 다롄으로 불러 UN 경제제재의 끈을 풀어 줘가며 격려한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이번 훈련중지도 시진핑이 김정은에게 훈수 등 것이라던데 그들이 북 핵 폐기 조건으로 굳게 ‘주한미군 철수’를 고집하면회담의 성공에 급급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결론을 내릴까?

   결국 ‘전작권 전환’은 의도했든 아니든 연합사 해체->한미동맹 와해 및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져 있는 통로의 門을 여는 것과도 같은 것이다. 대통령 특보가 ‘장기적으로는 한미동맹 폐기가 났다’며 앞장서 유도하는 상황이라면 그럴 가능성은 더욱 높을 것이다. 이것 참-- 지금 전쟁위협이 사라지고 평화가 오는 게 아니라 오히려 우리 운명이 風前燈火로 몰려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5. 앞으로의 미북 핵 회담 전망과 대책

    어쨌든 그럼 미북 핵 회담, 앞으로는 어떻게 진행 될까? 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지금 트럼프 대통령 측의 주장을 요약하면 ‘합의문에 明視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북한이 완전한 핵 폐기를 약속했고 핵 폐기 전까지는 최대압박을 지속할 것이고 폐기하면 한국과 일본을 시켜서 대규모 경제적 보상을 해주고 미국은 체제 안전을 보장해 준다. 특히 한미연합훈련을 중지하고 주한미군 철수도 고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략 4가지 경우로 진행 될  듯하다.

  즉 1)북한이 끝내 핵을 폐기하지 않는데도 미국이 사실상 묵인하거나 2)회담이 결렬되고 미국이 끝까지 핵 폐기에 나서는 경우, 3)또 북한이 핵을 완전 폐기하는 대신 외부 지원으로 경제도 회복되는 해피엔딩의 경우와 4)미국이 북한의 체제보장요구를 받아 들여 ‘평화 협정을 맺고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지는 경우다. 

   자 그렇다면 북한이 과연 핵을 폐기 할까? 앞에서 설명했듯이 안하고 못할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겉으로는 최대한 비핵화 합의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양새만 취하고 말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북한이 그렇게 속이고 감추려 들면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특히 CVID, 그 중에서도 검증과 돌이킬 수 없게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다. 그래서 1)의 경우 즉 미국이 속거나, 혹은 默認해서 북한이 사실상의 핵 국가로 남은 상태로 상황이 종결되는 날이면 한국의 미래는 치명적일 것이다. 우리 정부는 지금 철도연결 같은 남북경협에 더 신경 쓰는 듯한데 우리가 미래에 살아남으려면 적어도 이런 상황은 철저히 막아야 할 것이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아무래도 2)의 경우일 듯한데, 그럴 경우 미국의 특별히 단호한 대처가 없이는 해결이 어려울 것이다. 미국은 군사공격 가능성까지 강조하고 있지만 그 사이 중국까지 우군으로 끌어 들이고 북한의 입지는 훨씬 더 강화 되었다. 그래서 ‘전쟁위기’ 운운하던 평창 올림픽 전에 비하면 이 상황 하에서는 군사공격의 동력은 많이 약해졌고 ‘최대 압박’을 되살리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지난 25년 간 그래왔던 ‘전형적 북 핵 회담’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높고 북한의 핵능력은 그만큼 더 진전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이 역시 우리에게는 치명적일 것이다.            하긴 다른 경우도 있을지 모른다. 트럼프가 지금 엉터리 합의 해 주었다고 엄청 비판을 받고 있다. 이란에서 ‘트럼프는 귀국길에도-- 했듯이 약속 따위는 언제든 뒤집을 수 있는 사람이 트럼프다. 내가 놀림 깜이 되었구나 화가 나면, 또 11월 선거에서 필요하다면 어떤 행동을 할지- 그런 경우는 어쩌면 우리에게 또 다른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3), 즉 북한이 핵을 완전 폐기 해서 각국의 지원을 받아 새로운 국가로 換骨奪胎하는 경우, 트럼프는 핵만 폐기하면 북한도 한국처럼 부자 만들어 준다고 큰소리치지만, 북한이 식량이나 유류 같은 것을 얻어 당장의 일시적 위기 극복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다 망해가는 경제를 회생시켜서 체제를 안정시키는 해피엔딩은 어차피 불가능 하다. 개혁 개방은 체제가 무너질 테니 못할것이고 개혁 개방을 하지 않는 한 경제 회생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설이니까.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또 다른 형태의 기회를 만들어 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도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는 더욱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마지막 4)번 째, 설사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폐기 한다고 해도 미국이 북한 체제의 안전 보장을 위해 혹시 즉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주한미군이 철수하게 되면, 그것이 최악의 경우다. 한미동맹이 흔들리고 우리의 미래가 없어질 테니까.

   그렇다면 이 시점 우리가 해야 할 바는 명확하다. 무엇보다도 우선 북한 비핵화를 위해서건 뭐건 어떤 일이 있어도 한미동맹이 흔들리거나 주한미군이 철수하든가 어떤 형태로든 한국의 안보가 희생될 가능성은 철저히 막아야 할 것이다. 그와 동시에 북한이 실질적 핵 국가로 남게 될 가능성도 철저히 막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 우리가 먼저 생사의 위기로 떠밀리는 일은 없을 테니까. 

   그 위에 다시 한 번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한반도 자유통일’외에는 북한 핵미사일을 완벽하게 폐기시킬 수 있는 대책이 없고 자유통일을 서둘지 않으면 오늘의 정치, 경제, 사회적 문제를 극복하고 21세기 보다나은 미래를 열어 갈 수도 없다는 것이다. 어제 같지는 못하지만 아직은 기회가 있을 법하다. 북한이 핵을 폐기해도 항구적 체제위기를 극복하지는 못할 상황이고 핵을 폐기하지 않고 비핵화에 불성실하면 그런 경우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될 수도 있을 테니까.

   이 모든 경우를 고려해 보면, 일단은 주변 각국이 다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여전히 미국이다. 그것도 그냥 범상한 정도가 아니라, 이제는 한반도 자유통일을 내다보는 대 전략적 큰 차원에서 한·미가 함께 총체적이고 긴밀한 협력을 할 수 있게 재정비 강화되어야 한다. 그러자면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뇌리에 ‘북한의 抵抗은 물론 시진핑 中國夢의 野心’까지도 극복 할 만큼 한․미동맹의 신뢰를 튼튼히 하고 한반도 자유통일의 가치도 충분하게 높여야한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라도 ‘전통적 한․미․일 삼각동맹체제’도 더욱 튼튼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와 동시에 당연히 우리 자신도 많이 달라져야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평화는 힘으로 지켜지는 것이다. 특히 회피하고 도망하면 뒤쫓아 와 뒷덜미를 물어뜯는 것이 전쟁이고 전쟁을 각오하고라도 결연하게 힘으로 맞서야 지켜지는 것이 평화인 것이다. 그래서 참된 평화는 용기 있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행운인 것이다. 그렇다면 또다시 어리석은 거짓 평화에 매달릴 일이 아니라 이번에는 한반도가 아마겟돈의 현장이 될까 아무리 걱정스럽더라도 오늘의 도전에 앞장을 서야 한다. 그래야 자유통일의 기회로 만들 수가 있고 적어도 우리가 생존이 위협 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마도 김춘추나 김유신이라면 분명 그럴 것이다. 

  물론 그러자면 혹 다소의 희생이 따를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 작은 희생을 너무 두려워하면 내일 더 참혹한 희생을 강요당하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1938년 뮌헨에서 영불양국의 국가적 비겁성이 불과 1년여 만에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했다는 제2차 세계대전의 문을 열어 주게 되었듯이 용기가 필요할 때 비겁한 것은 때로는 더 할 수 없는 죄악일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만약 오늘 우리가 적화통일 외에는 김정은 체제가 살아남을 길이 없고 자유통일 외에는 우리가 살아남을 수가 없다고 하는 이 엄연한 운명적 현실을 못 본체 외면하면서, 역사 앞에 어리석고 비겁하면 우리 아들딸들의 미래에 더 할 수 없는 罪業을 짓는 게 될 것이다. <끝>

   김희상 <육군중장(예), 정치학박사 /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