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근 설문조사에서 시민 70% 가 정상회담을 환영하지만 똑같은 설문조사에서 65%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하는데 여기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좀 이율배반적인 듯하지만 당연한 것 아닐까? 일반 시민들이야 정상회담이 갖는 문제점이나 한계 같은 것을 어떻게 다 이해하겠는가? 그저 한편으로는 정부가 정상회담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니까 어떻게든 그렇게 해결되었으면 하고 기대하는 것이고, 그렇지만 지난 경험이 있으니까 아무래도 북한이 쉽게 포기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2. 미국 정치인들은 김정은이 탄도미사일 개발 시간을 벌기 위해 회담으로 시간을 끈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정은을 믿을 수 있을까요?

   김정은을 믿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이제는 김정은으로서도 핵을 포기 할 수가 없다. 오죽하고 헌법에 반영해 놓았겠는가? 사실 오늘 북한에 있어서의 핵은 ‘북한 체제 정당성의 방증(傍證)이자 권위의 상징이요 지난 수 십 년 대외 교섭력의 기저였다. 무엇보다도 북한이 ‘체제의 안전’을 요구하는데 오늘 북한 김정은 체제로서는 적화통일을 실제로 이루는 외에는 항구적 체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아예 없다는 것이 문제다. 한반도 남측에 자유롭고 풍요로운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북한 김정은 체제에 대한 가장 결정적이고 본질적인 위협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친북인사는 핵을 ‘적화통일의 원동력’이라고 했고 김정은은 ‘조국통일의 만능열쇠’라고 했다. 그래서 3대에 걸쳐 온 세계의 지탄 속에서 수많은 주민을 굶겨 죽여가며 절치부심 만들어 이제 완성단계에 들었는데 어떻게 폐기하겠는가?

   그 때문에 북한은 그동안 국제적 압박이 견디기 어려우면 폐기 할 듯이 해서 잠시 위기를 피하고 위기를 모면하면 곧바로 돌아서곤 해왔던 것이다. 지난 25년간 그래온 것 아닌가? 이번에도 ‘탄도미사일 개발 시간벌기’도 필요했을지 모르지만 그 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압박’으로 김정은 체제의 고통이 극심해지는데다가, 북한이 특히 겁내는 것이 ‘미국의 군사공격’인데 이번에는 ‘선제 군사공격’까지 거론되고 하니까 다급해져서 어떻게든 상황을 바꿔야겠다고 회담장에 나섰을 것이다. 그러니 이번에도 북한은 ‘ICBM 포기하고 핵동결’정도까지는 몰라도 그 이상은 이리저리 핑계를 대며 가능한 한 시간을 끌면서 가급적 많은 보상을 얻어내는데 주력 할 것이다. 

   지금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고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폐쇄하기로 했다고 ‘비핵화 선언’이라도 한 것처럼 대 환영을 하고 있지만, 실은 발표문 자체도 잘 뜯어보면 빅터 차 美조지타운大 교수의 말대로 “비핵화가 아니라 핵보유국 선언”으로 봐야 할 내용이고 어느 중국 교수의 말대로 좀 더 많은 것을 얻어내려는 전략적 공세 일수도 있지만, 실은 상대를 두 번 세 번 속이려면 거짓말도 두배 세배 그럴 듯해야 하는 법이니까 어떻게든 미북 정상회담을 열어 살길을 찾으려는 노력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보니 남북, 미․북 정상회담이 거론되면서 갑자기 전쟁위기에서 평화무드로 바뀌고 덕분에 북한은 이미 많은 것을 얻어낸 셈이다. 중국과 러시아와의 전통적 우의를 되살려 낸데다 한․미 양국의 최대 압박도 사실상 많이 무디어지지 않았는가? 이번에도 지난 25년 북 핵 회담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높고 결국 북한의 핵능력은 그만큼 더 진전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 

3.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국회연설에서 북한을 자신들이 한반도 전체를 통치해야 한다는 ‘비정상적인 신념’을 가진 ‘군사적 이단 국가’로 표현했습니다. 이러한 신념에 변화가 있다고 보십니까?

   전혀-. 북한은 1950-60년대에는 울진 삼척 공비사태, 1.21사태 등 다양한 군사침투 도발과 한국사회 교란(攪亂), 1970-80년대에는 이른바 인민혁명전술에 의한 간접침략(間接侵略) 등 시대 상황에 따라 전술을 바꿔가며 끊임없이 다양한 도발을 해 왔다. 바로 무력적화통일을 위해서다.

   핵도 그래서 만들었다. 1974년 김정일이가 등장하면서부터 경제고 뭐고 모든 것을 던져두고 ‘무력적화통일’에 올인하다가 70년대 중반까지도 한국보다 앞서나가던 북한 경제가 무너지게 된다. 그런데 같은 시기 대한민국에서는 5.16혁명 후 경제가 도약하면서 ‘한강의 기적’이 일어나고 1978년 ‘한미연합사’까지 창설된다. 김정일이가 그것을 보면서 ‘아하- 이제 보통 수단으로는 안 되겠구나. 핵으로 재래식 군비경쟁의 한계도 극복하고 유사시 미군의 개입도 막아 미군의 개입으로 실패했던 6.25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생각에서 핵을 개발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더욱이 오늘 북한 김정은 체제는 지금 사실상 체제유지의 한계상황에 몰려가 있는데다가, 앞에서 말 했듯이 이제는 적화통일을 실제로 이루는 외에는 항구적 체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아예 없다. 어떻게 바뀌겠는가?

4. 북한의 고위 간부들은 김정은의 서구와의 긴장 완화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북한 inner circle들도 회담에 나설 수밖에 없는 김정은의 입장과 전략을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도 오늘 이 정책이 북한 김정은 체제의 위기 극복을 위한 ‘일시적 미소작전’일뿐 진짜 ‘서구와의 긴장 완화 정책’은 아니라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다 같이 함께 이런 전략을 구상했을 것이다. 예컨대 평창 올림픽 개막식 때 김정은은 대남정책 담당자인 통일전선부장 김영철을 내려 보냈다. 그는 오래 동안 북한 대남침략의 행동 대장이었고 특히 천안함 폭침의 주범(主犯)이니까 그가 오면 한국사회가 얼마나 반발 할 것인가는 충분히 예상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왜 하필 그를 무리해서 내려 보냈을까? 김영철이 아니면 안 될 일, 한국에서 그 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었을 것이다.

5. 예전에도 올림픽에서 남북선수 공동입장도 하고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도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요. 2번의 남북정상회담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남북관계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는데 이번 정상회담 후엔 달라질까요? 달라질 확율이 얼마나 될까요?

   정책적 목표 자체가 참된 남북관계 개선에 있지 않은데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실은 남북관계가 ‘좋다’ ‘나쁘다’고 하는 그 기준 자체에 문제가 좀 있다. 흔히 과거 햇볕정책 시절을 ‘남북관계가 좋았었다.’고들 주장하지만, 냉철하게 지적하면 그 시절은 한마디로 ‘1990년대 말 북한을 도와주던 세계의 공산독재가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가운데 다 죽어가던 북한 김정일 체제를 살려내고 핵 개발까지 가능하게 만들어준’ 그런 시절이 아니었던가?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가장 큰 우려다. 사실 회담이 아무리 성공적인 경우라고 해도, 설사 북한이 정말로 핵을 폐기한다고 해도, 다 죽어가던 김정은에게 한 번 더 살 길을 열어주게 될 것만은 틀림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다시 북한의 침략적 도발은 계속 이어질 것이고 또 적어도 핵을 만들던 기술과 인력은 남아 있을 테니 머지않아 핵도 다시 만들지 모르고-.

   혹시 그럴듯한 합의서가 나온다 해도 그런 것도 별 의미가 없다. 실은 1991년 12월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합의된 南北基本合議書(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는 민족 화해, 무력 침략과 충돌 방지, 긴장 완화와 평화 보장, 교류 협력을 통한 민족 공동의 번영 도모, 평화통일을 성취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 등에 관해 이행 방식까지 매우 세부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남과 북의 의회 결의까지 통과된 가장 잘 된 합의였다. 이런 합의서도 결국 1993년 북한이 NPT에서 탈퇴하면서 무효화되었고 2000년 6.15 선언으로 남북이 그 무효화를 인정해 준 셈이 되었으니까.  

6. 과거 미국 대통령들은 북한이 서구와의 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해서 핵무기와 탄도 미사일을 포기할 것을 강조해 왔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의 생화학 무기들을 포함한 다른 대량 살상 무기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금 생화학무기 문제는 거론 안 되고 있지만, 지난 4월 22일 올리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이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이 문제를 제기 했던데 이것도 핵 못지않게 반드시 해결해야 할 큰 문제다. 더욱이 지금 중동지역 특히 시리아에서 화학무기가 일상적으로 사용 가능한 무기처럼 되어 가는 배경에는 북한의 책임이 매우 무겁고 온 세계가 그것을 주시하고 있지 않은가? 머지않아 이 문제도 제기 될 가능성이 높고 또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정상회담을 낙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이유 중에는 이런 문제도 있다.

7. 미국의 보도에 따르면 북한이 이란에 무기를 수출하는 댓가로 많은 돈은 받고 있고 시리아와도 협력 관계에 있다고 하는데요. 한국과 미국 (서방)국가들이 북한과 이란, 시리아의 군사적 동맹을 중단하라고 요구할까요? 그리고 한다면 어떤 식으로 사실 입증을 할 수 있을까요?

   북한은 대략 1960년대 초, 일찍부터 ‘한반도 적화통일’을 위한 국제적 우호(友好) 세력을 형성 및 확대한다는 나름의 전략적 고려 하에 오래 동안 제3세계 테러집단 및 반국가단체들에게 교육훈련, 무장, 자금 등을 적극 지원해왔고, 특히 이란, 이라크, 시리아 등 중동지역 여러 나라들과는 핵․미사일 기술 협력 및 지원도 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4년 11월 이스라엘 정보부 장관은 ‘이란은 북한에 자금을 지원하고 북한은 이란에 핵미사일 기술을 지원하는 형태로 이란과 북한의 핵프로그램이 상호 연동되어 있다.’고 지적했고 2017년 12월 미 의회에서도 같은 의문을 제기 된바 있다. 북한과 이란과의 이런 커넥션을 의심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시리아와 그 외 중동지역 테러리스트들과의 협력관계에 대해서는 더 많은 증언이 있다. 북한은 하마스, 시리아 반군, 쿠르드 반군, 헤즈볼라 등에 다양한 무기를 공급하고 있고 시리아와의 핵 협력 시도도 잘 알려져 있지만,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북한이 핵 못지않은 대량살상무기(WMD), 즉 화학무기를 지원하여 사실상 대규모 시리아 시민들을 희생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증언은 차고 넘친다. 특히 북한이 시리아 알아사드 정권의 민간인 화학무기 살포에도 직․간접적으로 관여되어 있다는 정황 증거도 적지 않다.  

   2014년 북한 군사 전문가 브루스 벡톨 교수는 북한이 시리아에 화학무기를 팔고 또 화학전 기술과 훈련을 지원했다고 밝혔는데 2016년 3월 제네바에서는 지금도 북한 병력이 시리아 정부군과 함께 작전 중이라는 시리아 반군 대표의 증언도 있었다. 또 2016년 8월에는 북한 기술자들이 시리아 바르제·아드라·하마에 있는 화학무기 및 미사일 시설에서 일했다고 하고 지난 2월 27일 워싱턴 포스트와 뉴욕타임즈에 의하면 북한은 2012∼2017년 사이 40차례에 걸쳐 화학무기 제조 과정에서 사용되는 내산성 타일과 밸브, 온도측정기 등이 포함되는 50t의 화학무기와 탄도미사일 부품을 수출하고 기술자도 보냈다고 한다.   

   이러니 대 이란 및 시리아와의 핵 및 화학무기 관련 협력에 관한 사실 입증은 문제 될 것이 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한국과 미국은 당연히 북한에 이런 대량살상무기(WMD)의 확산 중단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8. 미국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부분의 이란의 탄도 미사일이 북한의 설계에 따라 만들어 졌다고 합니다. 또한 북한이 평화적인 우주 탐사를 위한 미사일을 개발한다는 명목 하에 또 다른 위성을 발사하려고 한다는 보도가 있는데요, 이 우주 프로그램에 어떠한 위험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북한이 우주 협력을 빌미로 이 기술을 이란에 넘겨줄 것으로 보십니까? 북한의 우주 프로그램이 정말로 평화적인 목적인지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 하는 과정에서도 북한은 흔히 평화적인 ‘우주 탐사’나 ‘인공위성’ 발사를 명분으로 내 세웠지만 북한에는 ‘우주 탐사’나 ‘인공위성’을 운영할 기술적 능력 자체가 없고 결국은 미사일 실험을 위장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지금 시리아 등 중동에 핵과 화학 무기와 기술을 이전해서 이제는 인류가 금기시하던 화학전이 보편적인 것처럼 보이게 만든 북한인데 이란에 장거리 미사일 기술의 이전을 무엇 때문에 조심하겠는가? 

9. 현재 한국의 국민 총생산은 대략 북한의 50배가 되는데 만약 통일이 된다면 한국 스스로 재통합을 이뤄낼 수 있을까요? 독일의 경우 통일이 되는 데에 20년이 걸렸고 2조 달러 가량의 비용, 다시 말해 연간 천억 달러의 비용이 들었습니다. 한국에 그만큼의 자원이 있습니까?

   이른바 통일비용을 우려 하는 것 같은데, 그것도 물론 고려는 해야겠지만 통일로부터 오는 이익을 고려하면 아예 비교가 안 된다. 당장 우리 사회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수많은 갈등요인을 해소 하는 길은 물론, 중진국 함정에 빠져 있는 우리 경제를 되살리는 길도 자유통일뿐이라는 것 아닌가?

   또 동독의 삶의 수준을 서독과 같게 높이는 데 드는 그런 비용은 ‘통일 비용’이라기보다는 나라의 미래를 위한 투자비용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는 더 문제가 없다. 우리는 이미 1950년대 6.25의 폐허 속에서 피와 땀으로 오늘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일으켜 세운 경험이 있다. 오늘 한국이 자원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느냐 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래서 2009년 골드만삭스가 한반도가 자유통일 되면 ‘30-40년 내에 GDP가 프랑스, 독일, 일본을 능가하고 2050년쯤에는 1인당 GDP 8만 6천 달러로 세계 2위에 올라설 것’이라고 단언했을 것이다. 실제로 전문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통일만 되면 우리 GDP가 년 11.25%, 10년간 총 4배는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골드만삭스의 예측이 괜한 말이 아닌 것이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오늘 우리에게 있어 자유통일 외에는 북한 핵을 폐기하고 보다 나은 미래를 열어갈 방법이 없고, 통일은 우리가 21세기를 살아남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갈 기저(基底)요 반드시 디뎌야 할 디딤돌이라는 것이다. 

10. 보도에 따르면 비무장지대에 100 만개가 넘는 숫자의 지뢰가 있고 이 지뢰들을 제거하는 데 약 100억 달러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 거대한 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마 통일 후 또는 사실상 그와 같은 상황일 경우의 문제일 텐데 그럴 때는 그 외에도 엄청난 더 많은 문제들이 있을 것이다. 이것도 전체 통일비용의 하나일 테지만 이런 것은 문제도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11. 북한과 남한의 사회가 많이 다른데 이 두 사회 간의 사고방식의 차이를 현실적으로 어떻게 메울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어차피 완전히 한 민족답게 회복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당장 지금도 한국과 북한에는 지역별 사고방식이 일치 하지 않아서 나름의 갈등들이 존재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우려할일은 전혀 아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3만이 넘는 탈북동포들이 와 있고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일부 부작용도 있지만 크게 보면 성공적으로 잘 융화되고 있는 편이다.   

<하나 더 덧붙입니다. : 이번 남북 미․북 정상회담의 결과는 어떻게 될까?>

   우선 분명한 것은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로 표현되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북한이 검증에 적극 응할 리가 없으니(태영호 전 공사는 ‘인권문제 때문에라도 사찰은 절대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오늘의 북한에서 완벽한 검증도 어렵지만, 적어도 핵개발 기술까지 제거 할 수는 없을 테니까 ‘불가역적인 핵 폐기’는 원천적으로 불가능 할 것이다. 결국 ‘완전한 비핵화’란 어디까지나 ‘북한의 의지’ 문제인데 오늘 김정은으로서는 핵을 포기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리비아식 해법’으로 ‘일괄 타결’하겠다고 하지만 김정은은 지난 3월 26일 시진핑 주석에게 이번 한반도 비핵화 회담에 대해 ‘단계적 동시적 조치’를 제시 했다고 한다. 지난 25년 그래왔듯이 김정은은 일단 그렇게 시도 할 것이다. 태영호 전 공사가 지난 16일 어느 강연회에서 한 ‘북한 체제가 계속되는 한 핵 폐기는 불가능 할 것’이며 ‘김정은이 회담을 2~3년 질질 끌면서 미국 대통령이 바뀌기를 기다릴 것’이라는 주장이 일리가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6자회담 내내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살라미 협상 전술’로 어떻게든 최대한의 보상을 얻어내려 들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방식은 절대 반복하면 안 되는 ‘과거 실패 사례’로 보고 있다지만 한국 정부는 ‘협상은 포괄적으로 일괄타결하되 시행은 단계별로 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입장이라고 한다. 현실적으로는 그럴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사실상 북한 김정은이가 또 다시 북 핵 회담을 농락할 수 있는 공간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럼 어떻게 진행 될까? 대략 4가지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1) 북한이 많은 보상을 챙기는 대신 정말로 완전히 비핵화 하는 경우       

   2) 회담이 개최되지 않거나 결국은 결렬되고 마는 경우

   3) 핵동결 즉 미․북이 북한 ICBM만 폐기하고 핵동결 수준에서 합의

   4) 핵을 완전 폐기하는 대신 미․북 평화협정 체결(사실상 주한미군 철수)

   이 4가지 경우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결국 2)의 경우가 아닐까 싶다. 태영호 전 공사의 말대로 ‘핵 폐기 의지’만 보여주면서 적절한 보상을 얻어내고 결정적 위기는 지나갔다고 생각되면 북한은 어떤 핑계로든 다시 회담을 결렬시키고 말 것이라는 뜻이다. 그럴 경우 미국의 특별히 단호한 대처가 없이는 해결이 어려울 것이다. 미국의 단호한 대처? 미국은 지금도 그럴 경우 군사공격 가능성까지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전쟁위기’ 운운하던 평창 올림픽 전에 비하면 ‘대화와 평화’를 노래하는 지금, 특히 북한이 핵실험 중단이라는 선제적 조치로 환호를 받고 있는 이 상황 하에서는 군사공격의 명분과 동력이 많이 약해졌다. 그 반면 그 사이 중국은 물론 러시아까지 우군으로 끌어 들였으니 북한의 입지는 훨씬 더 강화 되었다. 그렇다면 아마도 미국도 군사공격 보다는 ‘최대 압박’을 재개하는 정도에서 그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번에도 지난 25년 간 그래왔던 ‘전형적 북 핵 회담’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높고 북한의 핵능력은 그만큼 더 진전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3)의 경우는 ‘김정은은 핵을 체제 존속 문제로 보기 때문에 핵동결에는 동의해도 핵 능력의 완전한 포기는 거부할 것’이니 결국 ‘이란 핵 협정처럼 절반의 비핵화가 될 공산이 크다.’고 한 지난 4월 21일 프랑스 기 소르망(Guy Sorman)의 중앙일보 인터뷰와도 비슷하다. 그러면서 그는 ‘김정은은 트럼프와의 담판을 북한을 글로벌 시스템에 편입시키기 위한 경제적 합의를 끌어내는 기회로 활용 할 것이고 승자는 갑자기 정상국가의 지도자로 우뚝 서는 김정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살아남고 사실상 핵 국가로 등장 한다는 뜻이니 한국에는 치명적인 결과가 될 것이다. 

   그러나 4)의 경우, 즉 북한과 중국이 오래 동안 사실상 주한미군철수와 동의어로 사용된 평화협정이 체결되는 것이 최악의 경우다. 평화협정 체결은 주한미군의 철수와 한미동맹의 와해로 이어져 우리의 전통적 안보체제의 근간을 통째로 허무는 것은 물론,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이 대한민국을 자연스럽게 중국의 배타적 영향권 내로 휩쓸어 넣어 두 번 다시 되살아 날 기회조차 얻기 어려운 치명적 위험을 자초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금 정부는 북한도 주한 미군철수는 요구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평화협정은 그 자체가 주한미군의 존재의의를 훼손하는 측면이 큰데다가 북한은 물론 우리 사회 친북 단체들까지도 오래 동안 ‘평화협정으로 주한미군을 철수시키자.’는데 목을 매 왔다. 일련의 핵 정상회담을 앞두고 시진핑부터 찾았을 만큼 오늘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인데 중국의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집념은 훨씬 더 하다. 그 반면 미국에서는 한미동맹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주한미군을 주일미군과 통합하는 것이 대 동북아 전략상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주장이 늘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현 정부가 지금 ‘전작권 조기이양’을 서두는 것이 진짜 문제다. ‘전작권 이양’은 그 자체만으로도 그렇지만 그것이 평화협정과 맞물리면 연합사해체->주한미군 철수->한미동맹 와해로 이어질 것임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1)의 경우가 가장 바람직해 보인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그 역시 정말로 완전한 비핵화를 보장 받기는 어려운 반면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압박’으로 직면했던 결정적 체제위기는 완전히 극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결국 일견 화려한 이번 핵 정상회담 쇼를 통해 북한은 어쩌면 세계에 핵 국가로 등장해서 적화통일의 길을 열 수 있을지도 모르고 최악의 경우라도 김정은 체제는 결정적 위기를 극복하고 체제를 재정비해서 대한민국과 다시 한 번 자웅을 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셈이니 이 ‘핵 정상회담들’을 끌어낸 것 자체로 이미 큰 성공을 거둔 셈이다. 이래저래 ‘김정은에게 평화 기대는 망상’이고 ‘평양이 미끼를 던졌고, 서울은 미끼를 물었다.’는 오랜 친한파 한반도전문가 닉 에버스타트의 뉴욕타임스(NYT) 4월 26일자 1면 칼럼이 새삼 심장을 후비는 듯하다.<끝>

   김희상 <육군중장(예), 정치학박사 /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