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은 20일 “북한의 핵·미사일은 명백히 적화 통일용”이라며 “북한 비핵화는 회담으로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며, 유일한 해결책은 한반도의 자유 통일 뿐”이라고 했다. 

김 이사장은 이날 서울 마포구 안보문제연구소 사무실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이번 회담의 성사 자체가 김정은에게 경제적으로 살길을 열어준 치명적 실수가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이사장은 “한반도 남측에 자유롭고 풍요로운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북한 체제에 가장 결정적이고 본질적인 위협”이라며 “북한으로서는 적화통일 외에는 항구적으로 체제를 유지할 길이 없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예술단 차원의 교류는 북한에 문화적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괜찮다”면서도 “하지만 북한 핵이 폐기되기 전까지는 1페니(penny), 쌀 한톨이라도 북한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이번의 한미 연합 훈련 축소는 아주 잘못된 것”이라며 “한국은 미국의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에 동참할 수 있는 대북 방송이나 대북 전단 살포도 많이 약화했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주한 미군은 북한 핵미사일뿐 아니라 팽창주의적 중국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며 “한·미 동맹의 균열과 주한 미군 철수는 한국이 제2의 티베트가 되거나 김정은 밑에 귀속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다음은 김 이사장과의 인터뷰 전문

- 국방부가 한미연합훈련 일정을 발표하면서 훈련 규모를 축소한 게 아니라고 했다.

   “명백하게 축소됐다. 훈련 기간만 줄어든 게 아니라 미국 전략 자산이 안 오지 않나. 북한은 미국의 전략자산 한반도 진입에 굉장히 긴장한다. 김덕홍씨에 의하면 북한은「왕조적 군사 독재체제」이고 북한의 모든 정책은 이 체제 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이것은 최고 수뇌부의 생존이 달린 문제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핵 폐기 전까지 ‘최대 압박’을 계속 하기로 했는데 이를 안 하게 된 것이니 그것만도 북한에 혜택을 준 셈이다. 그런 차원에서는 대화 분위기가 시작되면서 북한은 이미 얻을 것을 많이 얻은 셈이다.

   그것도 한국 국방장관이 먼저 제안 한 모양새던데 실은, 미국은 한국이 대북압박에 적극적이지 않다는데 대해 상당한 의구심과 아쉬움을 갖고 있다. 한국에 와 있는 미국의 어느 정보 당국자는 최근 미국의 이어지는 통상 압박 조치 같은 것도 그에 대한 불만이라고 말한다. 미국 랜드연구소 브루스 베넷(Bruce Bennett) 박사는 작년 11월 우리 연구소에서 ‘최대 압박’이 효과가 있게 하려면 가급적 많은 나라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다 함께해야 하고 한국도 ‘최대 압박’에 동참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많은데도 하지 않는다고 섭섭해 했다. 대북 방송이나 대북전단 살포 등으로 김정은 체제의 진실을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주기만 해도 굉장한 압박이 될 텐 데도 한국의 이런 대북 압박 수위가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 대북방송이 ‘최대 압박’의 중요한 수단이었다는 말인가.

  “우리는 대북방송 효과를 우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초기에 북한은 대북 전광판 방송을 꺼달라며 엄청 애소하고 매달렸다. 사실 전선의 북한 병사들은 우리 최신 팝송이나 현대 문화, 2002년 월드컵도 전광판을 통해 즐길 수 있었고 일기예보도 우리 전광판 방송을 활용했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전광판을 끄는 데 반대했다. 당시 청와대 국방보좌관이었던 나는 ‘북한은 항상 저들 마음대로 도발을 감행하다가 우리가 같은 방식으로 대응해서 저들이 불리해지면 이제 방식을 바꾸자고 하고 우리는 또 쉽게 그에 응해주곤 해 왔다. 전단 살포도 그렇지만 휴전선에서의 방송도 전력사정이 좋을 때 북한이 먼저 시작했던 대결 방식이었다. 그러니 만약 이번에 전광판 방송을 그만두자는데 동의해 주면 다음엔 북한이 NLL을 문제 삼고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다음해 전광판 방송은 사라졌고 정말로 NLL을 문제 삼고 나왔다. 대북 방송과 전단은 우리가 군사적이 아닌 방법으로 공격할 수 있는 효과적 방법의 하나다. 최근 전선 대북방송이 많이 약화되었다는데 그것도 북한의 부담을 줄여줬을 것이다.”

- 이런 상황에서 미북 정상회담은 성공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나.

   “미국이 정상회담에 정말로 기대를 하는 것인지, 아니면 ‘한국이 저렇게까지 자신 있게 추진하니 한번 지켜보자’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전문가들도 대체로 성공 가능성에 부정적이다. 한반도 전문가 마이클 그린은 최근 국내의 한 매체에 미․북 정상 회담의 4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는 회담이 불발될 가능성을 40%, 내용 없는 만남이 될 가능성을 40%, 실질적 해결 없이 돌파구를 찾은 척만 하고 말 가능성(한국에게는 가장 위험한 결과일 수밖에 없는)을 18%로 보고 실제 비핵화 성과를 거둘 가능성은 단 2%로 봤다.”

- 대북 특사단이 방북 후 발표한 6개 합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대부분은 특별한 의미가 없고, 5항 ‘북한은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추가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도 사실상 무의미하다. CNN에서 보도했듯이 북한은 평창올림픽 기간 중 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발전시켰다. 북한은 적어도 이런 이렇게 연구는 계속하고 있을 테니까.

   핵심은 3항인데 북한은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는데, 여기서 ‘군사적 위협의 해소’란 결국 한미동맹을 해체하고 주한 미군 나가라는 얘기다. 그러나 오늘 우리에게 있어서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처하는데도 주한미군 이상의 방법이 없지만 한반도에 대한 팽창주의적 야심을 불태우고 있는 중국, 특히 ‘시황제’의 위협에 대처하는 데는 한미동맹 외에는 다른 방법이 아예 없다. 여기서 특히 중요한 것이 주한미군이다. 미국은 태평양 건너 멀리 있지만, 중국은 압록강 건너 바로 붙어 있어서 주한미군 덕분에 한반도에서의 미·중간 전략적 균형이 유지되고 있는데 주한미군이 나가면 한반도는 자연스럽게 중국의 배타적 영향권 아래 들게 될 것이다. 그리되면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이루어 온 오늘 한국의 자유와 평화 번영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을 것이고 한국은 사실상 중국의 안보적 위성국이 되거나 제2의 티베트, 심지어는 김정은 밑에 던져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을 것이다. 북한은 또 ‘체제안전을 보장해 달라’했다는데, 오늘 북한의 체제위기가 어디 미국의 위협 때문인가. 아니다. 북한 체제 자체의 모순 때문이다. 결국 전혀 가당찮은 요구인 것이다.”

- 그 김영철이 이번에 북한 특사단으로 왔다.

   “1992년 남북 고위급회담 때 만났을 때 김영철은 1성 장군이었다. 회담의 기술도 있고 배포도 있고, 제법 만만치 않은 사람이다. 그는 북한의 직․간접적 도발과 침략으로 적화 통일을 이루어내는 최고 행동 대장인 셈이다. 이번에 정부에서 김영철이 천안함 폭침의 주범이 아닐 수도 있다는 식으로 얘기해 논란을 빚었는데,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연어급 잠수정은 북한 해군 소속이 아니고 그런 작전도 북한 해군의 정규 작전이 아니다. 김영철이 책임자의 한사람이라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도 씩 웃기만 할 뿐 치사하게 ‘아니다’는 거짓말은 안 하지 않던가? 그러니 그가 오면 한국사회가 크게 반발 할 것은 당연히 예상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가 내려온다니까 미국은 추가 제재까지 하지 않았던가? 이런 반발을 예상하고서도 왜 무리해서 보냈을까? 김영철이 아니면 안 될 일, 한국에 와서 할 일이 있었을 것이다.”

- 북한 다녀온 특사단은 북측이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본다. 사실 북한은 1990년대 중반부터 온 세계가 둘러서서 ‘너 그것 만들면 혼내준다.’고 겁주고 막는 가운데 수십 수백만의 주민을 굶겨 죽여가면서 절치부심 핵을 만들어 이제 완성단계에 들었다. 쉽게 폐기 하겠는가? 더욱이 오늘 북한에 있어서의 핵미사일은 북한 체제 정통성의 방증이자 권위의 상징이요 대외교섭력의 기저(基底)다. 오죽하고 북한 헌법에까지 기술해 놓았겠는가? 노무현 전 대통령도 한 때 당시 북한 고위층과 친분이 있다는 어떤 이를 통해 북한에 ‘핵만 폐기하면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어 했다. 두 번 세 번 ‘북한은 핵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그의 대답에 노 전 대통령은 언성까지 높여가며 ‘온 세계가 북한 핵을 문제 삼고 있고 대한민국도 세계 속의 대한민국인데 북한이 핵을 만들고 있는 한 도와주고 싶어도 절대 도와줄 수가 없다. 핵만 폐기하면 발 벗고 도와주겠다.’고까지 했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못한다는 뜻인가?

   “사실상 불가능 할 것이다. 북한 김정일이가 핵개발에 전력을 기울인 것은 등장하면서부터 ‘무력적화통일’을 꿈꾸던 그가 1980년대를 거치며 대한민국에 ‘한강의 기적’이 일어나고 ‘한미연합사’까지 창설되는 것을 보면서, ‘아하- 이제 보통 수단으로는 안 되겠구나. 무력 남침을 하게 되면 핵으로 미군의 개입을 막아 미국 때문에 실패했던 6.25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북한은 적화통일을 위해 핵을 개발했다는 말이다. 2006년 북한 1차 핵실험 때 우리 언론에서 ‘미국과 대화의 문을 열기 위한 것’이니 ‘협상 카드’니 중언부언 하니까 김정일의 비공식 대변인이라고 자타가 공인하던 김명철 조미평화센터 소장이 ‘그게 아니고- 김정일의 꿈이 통일이기 때문에 적화통일의 원동력(原動力)을 구축하려는 것’이라고 일갈 했다. 김정은은 한결 더 하다. 작년 9월 6차 핵실험 후 ‘핵미사일은 조국통일을 앞당기는 만능열쇠’라고 했다. 설명하려면 너무 길지만 실제로 그럴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오늘 북한으로서는 적화통일을 실제로 이루는 외에는 항구적 체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아예 없다. 오늘 북한에게는 한반도 남측에 자유롭고 풍요로운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북한 김정은 체제에 대한 가장 결정적이고 본질적인 위협이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도 당장 북한이 체제를 유지하려면 적어도 주민들을 먹여 살리기는 해야 할 게 아닌가? 그러자면 경제가 좀 살아나야 할 텐데 그것은 체제를 바꾸고 개방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런데 어느 북한 당국자가 김정일에게 ‘우리도 개방해야 삽니다. 중국처럼 개방합시다.’고 하니까 김정일이가 ‘여보 박사 선생, 동구라파 그 많은 나라들이 개방했지만 지도자가 살아남은 나라가 어디 있나?’라고 답했다고 한다. 맞다. 맞지만 그래서야 경제는 어떻게 살아날 것이며 경제가 살지 못하면 체제위기는 어떻게 극복하겠는가? 이래저래 한반도 적화통일 외에는 체제위기 극복의 길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 ‘적화통일의 원동력이자 만능열쇠’를 어떻게 스스로 포기하겠는가?”

-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만들 방법은 없나.

   “지난 25년여 수많은 회담을 했지만 다 실패했다. 햇볕정책도 6자회담도 다 실패했다. 이 문제 최고 전문가의 한 사람인 브루스 베넷 박사 같은 이들은 진작부터 ‘이스라엘처럼 직접 폭격을 하든지, 아니면 김정은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 안 하면 혼이 나겠구나. 생각하게 만들어야지 그 이외에는 백약이 무효다.’고 말했다. ‘전략적 인내’로 북한이 겁을 먹을 리야 없고 그동안 좀 불리하면 대화에 나오고 해결되면 돌아섰던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 그런 역사를 아는 사람들은 ‘미북 정상 회담은 시기상조’라고 한다.

  “사실 북핵 문제는 근본적으로 회담으로 해결될 성질이 아니다. 미국 정보 당국자들 중에는 미북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 자체를 아주 낮게 보는 사람도 많다. ‘트럼프가 평양을 가겠나, 아니면 김정은이 워싱턴을 오겠나?’하면서. 버시바우 전 대사도 VOA와의 대담에서 가능성 자체를 낮게 보더라.”

- 회담 성사는 긍정적으로 봐야 하지 않나.

   “핵만 완벽하게 없앨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쉽지 않다. 북한이 핵 폐기를 받아들인다는 것부터 기대하기가 거의 불가능할듯하지만 설사 핵폐기에 동의한다 해도 그것을 검증하기는 더욱 더 어렵다. ‘세상에서 제일 정보 활동하기 어려운 곳이 북한’이라고도 하는데 당장 전국 곳곳에 숨겨져 있는 핵 시설을 확인하기도 어렵고 심지어 설사 당장 핵을 폐기한다 해도 핵을 만들 수 있는 기술과 역량은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당장 비핵화를 한다 하더라도 살아남은 북한 체제에 여유가 생기면 언제든 다시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그 반면 우려되는 부분이 너무 많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김정은이 정상 회담을 하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전했을 때 북한의 공식 문서를 전달한 것도, 녹음파일을 전달한 것도 아니지 않나. ‘김정은이 이렇게 말하더라.’고 전한 것뿐이다. 더욱이 김정은의 ‘비핵화 약속’에는 북한 체제보장, 군사적 위협 제거 같은 전제조건들이 달려 있었는데 우리 대표단이 백악관 앞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는 이 전제 조건이 명확하게 밝혔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렇다고 CIA도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전언의 실체를 모르지는 않았겠지만, 그런 것부터가 좀 우려스럽다. 어쩐지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정의용 실장에게 미․북 회담 계획을 직접 발표하게 한 것도 (배려라기보다는) ‘회담이 잘못될 경우 그것은 한국정부의 책임이다.’는 뜻이 담겨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만약 미․북 정상회담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한국은 속기만 하는 ‘국제적 바보’가 될 수가 있고, 회담이 성사되어도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와 다르다’고 확인하면 오히려 (군사적) 우발 사태가 일어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전문가도 많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 미국대사는 최근 VOA(미국의 소리)와의 대담에서 ‘미․북 회담이 실패하면 한미 관계에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그것도 걱정이고.

   무엇보다도 하필 북한 핵폐기 문제에 가장 직접적 이해 당사자인 우리가 ‘중재’하겠다고 나선 것부터가 문제다. ‘중재’라는 것이 결국 무엇인가? 대립되는 양측의 요구사항을 ‘절충’하는 역할 아닌가? 그러니 미․북 양국의 양보 최저 선을 고려하면 최근 거론되는 ‘핵동결’ 즉 북한이 ICBM 만은 포기하는 대신 현재 개발 완료한 핵은 인정해주거나 이른바 ‘주한미군 철수’를 전제로 한 ‘미․북 평화협정’으로 매듭지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그러나 이 중 어느 것도 미국은 몰라도 우리는 궁극적으로 살아남을 수가 없는 합의다.

   다행히 적어도 아직까지는 미국도 이 두 경우 모두, 그러니까 주한미군 철수는 물론 사실상 ‘이미 핵 확산 의혹이 많은 북한을 핵 국가로 인정’하는 핵동결도 합의해 주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러나 과연 계속 그럴까? 최근 이른바 대북 강경파의 등장은 긍정적이지만, 오늘 이런저런 스캔들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는 약화되는 반면 북한 핵폐기 보다는 체제 보호를 더 중시해온 중국 시진핑 주석과 러시아 푸틴대통령의 입장은 강화되고, 무엇보다도 핵심당사국인 우리가 ‘중재’한다고 나서서 협상을 ‘핵동결’로 시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고 심지어는 우리 정부에서 미․북 평화협상의 전단계로 거론되던 ‘종전 선언’을 검토 한다는 말까지 하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가 미래에 살아남으려면 더 이상 이래서는 안 된다. 우선 미국과 보다 긴밀하게 협의 및 협력해서 혹시 미․북 정상회담이 실패해도 우리가 책임을 질 가능성은 예방해야하고(그런 차원에서 최근 샌프란시스코 회의 등 한․미․일 안보 수장들 간의 수시 협의는 매우 바람직 해 보인다.) 특히 적어도 ‘핵동결’이나 ‘미․북 평화협상’ 가능성은 철저히 막아야 한다. 그러면서도 북한 핵 폐기 문제는 확실히 매듭을 지어야 한다. 그러자면 지금 같은 ‘최대 압박’은 회담 마지막까지 계속되어야 한다. 그래야 성공 할 수 있을 테니까.

   미국이 1990년대 말 평안북도 금창리에 대형 지하시설이 있고 핵 시설로 추정된다는 의혹을 제기한 적이 있다. 그런데 실사 조사 결과 시설을 미리 다 치운 탓인지 핵 시설은 없었다. 2000년 남북국방장관회담 당시 차석 대표로 참여하면서 만난 인민무력부장 김일철이 ‘아무것도 없는 데서 뭐 하는 거냐. 대신에 우리가 챙길 건 좀 챙겼다’이렇게 말하더라. 불확실한 핵 시설 하나를 확인하기 위해 북한에 뭔가를 내줬던 것이다. 북한 핵 폐기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1페니, 1리터의 석유, 쌀 한 톨이라도 들어가게 하면 안 된다.”

- 지금 이뤄지는 대화가 과거 실수를 답습한다고 보나.

   “1992년 남북 고위급 회담 환송 만찬에서의 일이다. 북측 대표단 중 한명이 ‘우리가 통일하면 내가 김 선생을 봐줄 테니, 남측이 통일하면 김 선생이 우리를 봐 달라’고 했다. ‘아 통일이 멀지 않겠구나, 조금만 더 밀면 되겠구나.’하는 생각이 가슴을 쾅치는 듯했다. 실제로 2002년도에 한국으로 넘어온 한 탈북자는 김일성이 죽고 김정일 체제가 등장하던 ‘1994년쯤에는 지방 출장을 가면 길거리에 굶어 죽은 시체가 즐비했고 그런데도 제때 치우지도 못했다.’고 했다. 행정 체제가 사실상 마비돼 있었다는 뜻이다. 또 ‘평양에는 김정일이가 제 아버지 김일성을 죽였다는 의구심도 돌고 해서 정국을 장악 할 수도 없었다.’ ‘남조선이 그때 단호하게 했으면 김정일 체제가 출범도 못했을 것이고 통일도 되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당시 그러면서 ‘한동안 그렇게 흔들리더니 남측에서 돈이 들어오면서 살아나더라.’고 했다.

   이제는 많은 탈북 동포들로부터 같은 말을 듣는다. 내가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이 결과적으로 ‘1990년대 말 북한을 도와주던 세계의 공산독재가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가운데 다 죽어가던 북한 김정일 체제를 살려내고 핵 개발까지 가능하게 했다’고 많은 비판을 해온 배경이다.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가장 큰 우려다. 사실 회담이 아무리 성공적인 경우라고 해도 다 죽어가던 김정은에게 한 번 더 살 길을 열어주게 될 것만은 틀림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또 다시 북한의 침략적 도발은 계속 이어질 것이고 또 언젠가는 핵을 만들지 모르고. 그렇게 보면 김정은 체제를 살려 주는 그것만도 치명적인 실수가 될지 모른다는 말이다.”

- 미국이 북한을 타격하는 ‘코피작전’ 얘기가 있었다. 최근 대화 국면에 접어들었는데 군사 옵션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고 보나.

   “그럴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본다. 대화파로 알려진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 대치 된 것도 그런 징조일지 모른다. 실은 미국은 작년에 이미 나름의 군사적 준비를 다 끝내 놓았다고들 한다. 워게임(War Game)도 수없이 했고. 들어보면 매우 세밀한 부분까지 준비가 되어 있는 듯했다. 미국이 제일 우려하는 것이 한국에 대한 피해와 북한 민간인 희생자가 많이 나올지 모른다는 점이다. 그런 불필요한 희생과 피해를 극소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짜고 있는 듯 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한국에 피해 없이 전쟁할 수 있다’는 얘기를 했는데, 워 게임을 해보니 나름 자신 있다는 뜻일 것이다.”

- 그런데 대다수의 국민들은 군사적 조치를 두려워 한다.

   “다들 그것이 6.25 같은 전쟁이 될까봐 두려워하는데 오늘 북한의 상황에 비추어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럴 능력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솔직히 미국과 중국이라면 몰라도 북한과 무슨 전쟁이 되나? 그래도 가장 큰 우려는 북한이 핵으로 보복하는 것인데 그런 경우는 예방도 가능하다고도 하지만 또 혹시 아니라도 그렇게 하면 자신들도 죽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북한 장사정포가 좀 날아올 가능성은 높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6·25때 초가집도 아니고 그런 포탄이 튼튼한 철근 콘크리트 빌딩을 파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우리가 여기에 벌벌 떤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지나치게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어선 안 된다.”

- 북한과 대화 국면에 들어서는 와중에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도 변했다.

   “평창 동계 올림픽 전에는 미국이 북한 선제타격을 언급했고 상당히 적극적이었다. 그런데 평창 올림픽때 우리가 북측 인사들을 초청하면서 북한에 시간을 벌어줬다. 정상회담 이야기가 나오면서 북한은 또 시간을 벌었다. 그 사이에 중국에는 ‘시황제’가, 러시아에는 ‘차르’ 푸틴 대통령 체제가 확립되었다. 이들은 분명 한반도 안보에 개입하고 싶어 한다. 이제는 세컨더리 보이콧도 그렇고 미국의 다양한 조치가 어려워지거나 적어도 효율성은 저하되었을 것이라는 뜻이다. 게다가 분위기가 대화 위주로 완전히 바뀌었다. 지금 와서 미국이 군사 조치를 한다면 마치 침략자처럼 보일 것이다. 시황제와 차르의 탄생과 함께 갑작스럽게 조성된 대화국면으로 북한에 좋은 조건이 갑자기 만들어진 셈이다. 김정은의 운인지, 북한이 많은 걸 그냥 얻은 셈이다.”

- 시진핑의 ‘중국몽(中國夢)’이 우리에게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우리가 당면한 위협은 북한의 핵·미사일이지만 좀 멀리 큰 차원에서는 중국은 더 큰 위협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오늘의 국제질서는 1648년 웨스트 팔리아 조약 이래 유지되어온 ‘세계 각국은 모두다 고유의 주권을 갖고 있고 모든 주권은 평등하다’고 생각하는 횡적질서다. 그러나 중국의 생각은 다르다. 중화사상의 국제질서는 중국이 가장 상위 ‘정상’에 있고 다른 나라는 그 아래라고 생각하는 종적질서다. 시진핑의 중국몽은 바로 그것을 현실에 되살리겠다는 것이다. 중국 역대 지도자들이 다 그랬지만 시진핑의 한반도에 대한 시각은 그런 측면에서도 특별하다.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은 과거 중국땅’이라고 해서 논란이 있었지만 시진핑 주석은 2016년 9월 항주 오바마 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한국의 사드 배치는 중국의 안보이익에 배치되니 철회해야 한다.’고 말한 적 있다. 사드는 방어무기라는 것을 다 아는데 한국을 자기 땅으로 생각하지 않는 한 하기 어려운 이야기다.”

-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북한의 비핵화를 이룰 수 있나.

 “완벽한 해결방법은 자유 통일밖에 없다. 2003년 당시 미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이었던 존 볼턴이 느닷없이 내 사무실을 찾았다. 그는 ‘북한 핵 문제 중국이 나서서라도 해결해 주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북한이 핵을 만들면 한국과 일본은 물론 대만까지 핵을 만들겠다고 나설 테니 중국이 막지 않겠느냐는 논리였다. 나는 ‘턱도 없는 일’이라고 답했다. 한국이나 일본 대만이 핵을 만들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중국도 잘 알고 있고 무엇보다도 중국은 북한이 적절한 핵 국가로 존재하는 것이 중국에 유리하다고 생각 할 것이기 때문에.

   그랬더니 그는 ‘실은 나도 같은 생각인데 그래도 워싱턴에는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볼튼 전 차관은 ‘그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느냐’고 나에게 반문했는데 앞으로 진행되어갈 ‘북한 핵 문제의 흐름도’를 그려 주면서 ‘결국은 한반도 자유 통일 말고는 길이 없다’고 말해줬다. 그 때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빙긋이 웃으며 접어들고 갔는데 대략 2015년부터 ‘북한 핵 문제는 한반도 자유 통일을 통해 푸는 길밖에 없다’고 말하고 다닌다. 볼튼 뿐만 아니라 2007년 아미티지 전 국무차관의 2차 보고서를 비롯해서 작년 3월 윈스턴 로드 전 미 국무부 차관보의 조선일보 인터뷰 등등 이제는 많은 세계적 전문가들이 ‘한반도 자유통일 외에는 완벽한 북 핵 해결 방법이 없다.’고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 자유통일은 우리 혼자만으로는 이루어 내기 어렵고 미국이 동맹적 지원을 계속 한다고 해도 ‘전략적 인내’같은 어설픈 방법으로는 어렵기 마찬가지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와는 달리 북한 핵을 반드시 해결 하겠다며 단호하게 소매를 걷고 직접 나섰다. 활용하기에 따라 우리에게는 좋은 기회로 만들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나서서 바꿔 놓은 오늘의 이 상황이 더욱 더 아쉽고 화가 다 난다.”

- 한반도 위기 상황과 별개로 우리 군은 병력을 감축하고 있다.

   “사실 이것 작은 문제가 아니다. 원래 재래식 전력은 기본적으로 인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전력이어서 병력 수(數)가 갖는 의미가 매우 크다. 첨단 무기로 전력 효율을 높인다고 해도 한계가 있고, 핵전력과 재래식 전력처럼 차원이 다른 전력이라면 몰라도 아니라면 다소의 질적 우세가 양적인 압도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은 군사상 일종의 공리(公理)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핵은 물론 GPS나 사이버 무기를 자랑하고 있는 쪽도 우리가 아니라 북한이 아닌가? 지상군만 감축한다고 하지만 해공군도 진작부터 전력증강 소요를 충족시키지 못해 답답해하는 상황이고 지상군이라고 넉넉한가? 전선에서 병력 문제로 골치를 썩힌지는 이미 오래고 복합도발의 주 전력이 될 20만 북한 특수부대를 생각하면 지금도 항상 조마조마하다.

   더욱이 유사시 통일 전역을 생각하면 지상군 소요는 아예 폭증할 것이다.

북한 급변사태가 원만한 통일로 이어지려면 중국 등 외부 세력이 간섭하기 전에 북한 사회를 단기간에 안정시키고 통합을 기정사실화하는 안정화 작전이 성패를 가름한다. 2009년 미국 외교위원회의 ‘북한 급변사태 대비’라는 보고서에 의하면 안정화 작전을 위해서는 북한 주민 1000명당 20명 즉 우리는 48만의 병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런 경우를 포함해서 브루스 베넷 박사는 설사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해도 한국이 통일에 대비하려면 잘 훈련된 동원예비군을 포함해 150만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독일 통일 당시 서독 병력은 46만9000명으로 동독 병력 13만7000명의 4배에 달했다. 그런데 우리는 2022년까지 북한 병력 128만명의 40% 50만 수준으로, 특히 지상군은 38만으로 감축하겠다니 원만한 통일이 가능할지? 이러다가 자유통일의 기회가 와도 적화통일로 뒤집히지는 않을까 겁날 정도다.

 
   브루스 베넷 박사는 작년 10월 한국 지상군의 감축 규모가 이미 한계를 넘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머지않아 북한에 급변사태가 일어나도 중국의 병력지원 없이는 통일이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중국군의 개입? 그러면 통일 뒤에 그들이 쉽게 물러가겠는가. 베넷 박사는 웃으며 제 2의 휴전선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한반도 티베트화의 출발점이 될지 모른다. 이쯤에서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무릇 평화적, 군사적 어떤 통일이건 간에 통일은 궁극적으로 군사 통합으로 매듭지어지는 것이고, 특히 평화적인 통일일수록 더욱 더 강력한 군사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 자주국방을 해야 한다며 연합사 해체와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이 우리 대통령을 예방했었다. 당시 한국이 ‘자주국방’을 위해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고 있음을 의식한 듯 럼즈펠드 전 장관이 그 특유의 시니컬한 표정으로 ‘지금 전 세계 어떤 국가도 혼자 싸울 수 있는 나라는 없습니다. 미국도 아프가니스탄에서 홀로 싸우지 못하고 동맹과 함께 싸우고 있습니다.’고 말하더라. 실제로 ‘자주국방’의 본뜻은 내 혼자 내 국방을 몽땅 책임지겠다는 ‘독자국방’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국방을 계획하고 준비하고 시행하는 과정에서의 자주성’을 말하는 것이다. 독자국방은 협력안보 집단안보가 일반화 한 현대 총합안보시대에 있어서는 효율적이지도 않고 원천적으로 불가능 한 것이다. 그 반면 동맹은 현대 세계 각국이 활용하는 자주국방의 효율적 수단의 하나요, ‘연합사 체제’는 그 중에도 효율성이 가장 뛰어난 체제로 증명이 되었다. 그래서 당시 국방연구원 국방관련 세미나 기조연설에서 굳이 ‘자주국방을 정확히 표현하자면 협력적 자주국방’이라고 해야 할 것이라고 했고 그 이후 노무현 정부에서도 ‘협력적 자주국방’이란 용어를 공식화 했다. 그런데도 아직도 자주국방이라는 말을 내세워 한미 동맹을 흔들려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 : 육사 24기 출신인 김 이사장은 수도군단장, 국방대학교 총장 등 군 주요보직을 역임했다. 미국 랜드(RAND)연구소, 중국사회과학원(CASS), 세계경제·국제관계연구소(IMEMO), 일본 방위연구소(NIDS) 초빙교수 및 선임연구원을 지냈다. 노태우·김영삼 정부에서는 국방비서관으로, 노무현 정부 때는 국방보좌관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