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9일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전작권 전환을 앞당기면서 우리 군의 병력도 50만으로 감축하고 복무기간도 18개월로 줄이는 안’이 제시되었다. 과거 참여정부 국방정책을 다시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연합사 해체 반대 서명’이 1030만을 넘어서고, 많은 논란 끝에 그래서는 안 된다고 되돌려지고 있던 정책들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기도 했다.
사실 억제는 본래 심리적인 것이어서 당장 북한 핵미사일에 대처하는 데도 ‘한국의 안보가 세계 최강 미국군에 의해 직접 보호되고 있음을 증명하는 한미연합사 체제’ 이상의 방법이 없다. 또 오늘 우리에게는 이른바 ‘신 냉전적 질서’속에서 북한을 ‘사실상 혈맹’이라며 끈질기게 뒷받침하고 있는 중국, 특히 온갖 치사한 사드보복으로 핍박해온 그들의 팽창주의적 내심(內心)도 북한 핵미사일 못지않게 경계해야 할 위협의 하나다. 그런 차원에서는 더욱 더 ‘연합사로 연결된 오늘의 구조적 한미동맹체제’ 만큼 소중한 것이 없다. 또 다시 ‘전작권을 전환해도「미래연합군사령부」를 만들어 사령관만 우리가 맡고 연합사 체제는 그대로 유지한다는데 무슨 문제냐?’ ‘연합사 해체해도 한미동맹만 튼튼하면 된다.’고 강변할지 모르지만, 이런 연합사의 안보적 기능과 효용성은 모두 사령관이 ‘미 4성 통합전투사령관’이기 때문에 가능 한 것이다. 한국군이 사령관인 연합사로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고, 그런 연합사는 결국 한․미 양국의 수많은 전문가들이 우려해 왔듯이 연합사 해체와 주한미군의 철수로 이어지고 끝내는 한·미동맹 자체를 한 장의 종이쪽지로 형해화(形骸化) 시킬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전작권 전환을 앞당기기 위해 기 계획된 검증 절차까지 건너뛰려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우리 ‘병력과 복무기간’도 대폭 줄이겠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나라라면 이런 것은 ‘대중(大衆)이 희망’이 아니라 최고 전문가들의 ‘국방상의 소요 전력과 가용 인적자원 그리고 훈련 소요기간 등을 종합적 판단으로 결정’되는 법이다. 흔히 우리와 비교되는 이스라엘은 ‘남자 3년 여성 2년’을 의무 복무한다. 그래서 50만 한국군의 ‘인구대비 병력비율’은 1% 미만이지만 이스라엘은 2% 이상이다. 잠재적 핵 국가인데다가 미국의 동맹적 지원도 절대적이고, 이스라엘의 안보상황은 적어도 오늘 우리보다는 더 안정적일 듯한데도 이스라엘 국민의 ‘군 복무 부담’이 한국의 대략 두 배 이상이라는 뜻이다.
2004년 우리 국방연구원(KIDA)에서도 최소 22-25개월의 복무기간이 필요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 이하의 짧은 복무로는 정예한 군대는커녕 소요 전투력도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사실 첨단 무기로 전력효율을 높인다고 해도 한계가 있고, 재래식 전력은 기본적으로 인력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 전력이기 때문에 병력감축과 복무기간 단축은 곧바로 전력약화로 이어지는 것이 통상이다. 더욱이 우리 군은 지금도 육․해․공군 할 것 없이 병력 문제로 골치를 썩인 지 이미 오래다. 그동안 부사관 확충, 여군 보충 등 다양한 노력을 해 봤지만 저출산에 따른 인구감소와 소요예산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더 감축하고 줄이겠다니, 핵 등 대량살상무기(WMD)에다 7-10년을 복무하는 120만 북한군을 겨우 18개월 훈련 받은 50만 재래식 국군으로 어떻게 대처 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무릇 군사적, 평화적 어떤 형태이든 통일은 궁극적으로 군사적 통합으로 매듭지어지는 법인데 이러다가 자유통일의 기회가 주어져도 ‘적화통일’로 뒤집어지게 될까 겁난다.
무엇보다도 도대체 ‘한미연합방위태세’를 와해시키고 ‘국군의 전력 약화’로 이어질 이런 조치들을 왜 이렇게 동시에 서두는 것일까? 그 뿐인가? 지금 ‘군사적 휴전상태’ 속에서 북한과 죽느냐 사느냐 싸워야 하는「국가정보원」을 개혁한다면서 사실상 그 기능을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결국 우리 국가안보의 핵심 기능들이 두루 한꺼번에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 아닌가? 그것도 북한 핵미사일이 대한민국을 생사의 갈림길로 몰아가고 대통령도 ‘6.25이후 전쟁 위험이 가장 높다.’고 한 하필 이런 때에.
우리의 이런 조치들이 자칫 미국의 전방위 압박 속에 전전긍긍하면서도 평창 올림픽으로 시간을 벌며 마지막 승부수를 찾고 있는 북한 김정은의 만용(蠻勇)을 부추기는 신탁(神託)이 될까 겁난다. 그 반면, 미국에는 과거에 그랬듯이 또 다시 이른바 ‘미중빅딜 설’이나 주한미군 감축 여론이나 부추기지 않을까 그것도 염려스럽다. 2007년 초 그런 물음에 ‘한국은 지상군을 40%씩이나 줄이면서 주한미군은 감축하지 말라고 하느냐?’고 탁자를 두드려 대던 B.B.Bell 연합사 사령관의 볼멘 목소리가 지금도 귀에 쟁쟁한데 말이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이 위기를 오로지 ‘대화’로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며 진행 중인 ‘남북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가는데 목을 매는 모양새다.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무릇 평화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힘으로 지켜지는 것이다. 그것도 회피하고 도망하면 뒤따라와 뒷덜미를 물어뜯는 것이 전쟁이고, 전쟁을 각오하고라도 정면으로 맞서야 지켜지는 것이 평화다. 그래서 평화를 원한다면 그럴수록 충분한 안보 역량과 태세를 갖추고 ‘전쟁’을 말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법이다.
미국의 ‘제한적 군사공격(이른바 ‘코피 작전)’도 우리는 너무 위험하다고 펄쩍 뛰지만, 이 분야 최고 전문가 브루스 베넷도 일찍부터 ‘북한 핵은 이스라엘처럼 폭격을 하든지 적어도 북한이 핵 포기 하지 않으면 혼나겠구나 겁이라도 나게 하지 않는 한 해결 방법이 없다.’고 해 왔듯이, 실은 이런 ‘군사공격 위협’이야말로 미국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최대 압박’의 성공을 위해서도 역사상 증명된 가장 효과적(어쩌면 필수적) 수단의 하나다. ‘평화적 대화’에 너무 매달리면 그럴수록 ‘평화적 해결의 길’을 막을 수도 있는 것이다.
더욱이 온 세계가 ‘도발’로 보는 군 열병식을 북한이 굳이 앞당겨 강행하는 것은 ‘내 갈길 가겠다.’는 분명한 의지의 과시다. 그 반면 만약 북한의 핵미사일 계획이 성공적으로 종결되면 대한민국이 살아남기 어렵다. 그러니까 우리로서는 차제에 북한 핵 미사일은 어떻게든 폐기 시키지 않으면 안 될 국가 생사의 문제다. 그런 차원에서는 오늘 북한 문제해결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의지는 놓쳐서는 안 될 기회, 아니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래저래 이 시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대한민국에 미래가 있게 하려면 더 이상의 안보적 자해 행위는 이제 그만하고, 북한의 도발을 억제 및 대처하는 것은 물론 나아가 자유통일의 시대를 열어 나갈 수 있게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튼튼한 안보 역량과 태세를 서둘러 갖추어야 한다. 모름지기 있을 수 있는 모든 경우에 대처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안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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