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18일, 향후 미국 외교·안보 전략의 근간(根幹)이 될 국가안보전략(NSS)을 발표했다. ‘대북 군사 공격’ 가능성을 명확히 하고 중국은 ‘경쟁국’, 사실상 적(敵)으로 경계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내세워 일본·인도·대만과의 협력으로 대처하겠다고 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일본과 함께 미사일방어(MD)에 협력할 것’이라며 여운(餘韻)은 남겼지만 ‘새 동맹적 협력국가’ 명단에서는 사실상 유보된 셈이다.

   1998년 3월 럼스펠드 전 국방부장관이 헤리티지 연구소에서 “급격히 부상하는 군사강국으로서 아시아의 맹주(盟主)가 되고 싶어 하는 중국이 다음 세기의 가장 큰 도전”이라고 경계 했다. 이처럼 9.11과 ‘테러와의 전쟁’ 등으로 오래 동안 가려져 있었지만,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경계심은 뿌리가 제법 깊다. 하기야 개인의 자유를 중심으로 하는 ‘미국식 자유민주주의’와 사회와 집단을 더 우선 시하는 ‘중국식 사회주의’이념은 원천적으로 상호 갈등관계에 있다. 이들 이른바 G2 미․중이 지금 국제질서의 주도권을 두고 각각 전통적 ‘팍스 아메리카나의 꿈’과 ‘인류운명공동체’, 그리고 ‘자유롭게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과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으로 정면으로 대치하고 있다. 그것도 6.25때 미․중 혈전(血戰)은 그래도 제한전쟁(制限戰爭)으로 종결되었다면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내다보이는 지금은 비록 혈전은 아닐망정 양국의 미래 운명을 건 전면적, 대 전략적 갈등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런 때에, 무릇 ‘동맹관계란 기본적으로 상호지원 관계’인데, 2017년 12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을 안보의 핵심 지주(支柱)의 하나로 삼고 있는 우리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는 발뺌을 하고 중국을 ‘운명공동체’라며 그들의 ‘일대일로’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충칭(重慶)까지 찾았다. 그 뿐이 아니다. 실은 대표적 깡패국가(Rogue State)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미국의 우려는 상상 이상이다. 오죽하고 수 십 년 만에 핵 대피훈련까지 하겠는가? 그런데 ‘한반도 전쟁은 안 된다’며 미국의 대북 군사공격 가능성에 정면으로 맞서 사실상 대북 ‘최대 압박 전략’에 김을 뺐다. 그것도 하필이면 중국과 함께.

 
   그렇지 않아도 오만하던 중국은 더욱 신이 났는지, 일개 외교부장이 감히 우리 국가원수의 팔을 툭툭 치고, 경호원들은 무도(無道)하게도 우리 기자를 집단 폭행까지 하고도 사과는커녕 사실관계 조사조차 하는 둥 마는 둥이다. 미국은 이번 일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렇지 않아도 일찍부터 ‘사드 배치 여부가 한국이 장차 미․중 어느 편에 설 것인가를 가름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라며 의구심 속에 한국을 지켜보던 미국이다. 2015년 9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천안문 열병식의 참석했을 때는 미국 정부가 굳이 나서서 ‘이해한다.’는 데도 미 전문가들은 두고두고 충격을 감추지 않았었는데 미국이 이런 한중정상회담에서 큰 충격을 받지 않았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이다.

   고려대 서진영 명예교수는 ‘이번 한․중정상회담에서 한국이 21세기를 중국과 함께 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일 눈에는 중국에 기우는 배신자로, 중국에는 양쪽을 간보는 기회주의자의 프레임에 갇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미․중이 둘 다 사시(斜視)로 보는 이런 상황을 턱없이 오래 끌 수는 없을 것이다. 하긴 ‘MD 협력’ 등 미국의 기대와 중국의 ‘3불(不) 압박’이 정면으로 대치되고 있으니 우리도 싫든 좋든 조기에 결론을 내야 할 상황이다.

 

 

   물론 한중관계도 더없이 중요하다. 그러나 무릇 건강한 외교의 기저(基底)는 ‘상호존중’이다. 그래서 국가 간에는 매사 정중하되 의연하고 당당해야 한다. 그런데 서로 가장 정중해야 할 한중정상회담에서 중국의 오만한 의전 무례와 방자(放恣)한 CCTV 그리고 무도(無道)한 경호원들의 우리 기자 집단 폭행으로 사실상 대한민국의 국격이 난도질당했으니 오늘 중국이 우리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알만하다.

   하긴 지난 7월 시진핑 주석은 우리 대통령 면전에서 북한은 사실상 ‘혈맹’이라고 했다. 중국은 여전히 조중동맹 위에 서있고 북한 핵이나 통일문제 등에서 한국에 협력할 생각이 없음을 명백히 한 셈이다. 사실 중국은 6.25 때 북한을 위해 건국(建國) 겨우 1년의 신생국가가 감히 세계 GDP의 반(半)을 생산하던 초강대국 미국과 상대하겠다고 나선 나라가 아닌가? 정종욱 전 중국대사는 2000년『신아세아』지에 중국과 북한은 공산주의라는 이념적 유대와 한국전쟁시의 혈맹적 유대로 맺어진 ‘사활적 이해관계 하에 있는 전략적 동반자’, 통상의 동맹과는 많이 다른 특별한 동맹관계라고 강조했다.

 
오늘 우리가 고려해야 할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원래 중화사상의 국제질서는 중국을 정상(頂上)으로 하는 종적(縱的)질서이고 시진핑 주석의 중국몽(中國夢)은 바로 그것을 현실에 구현 하겠다는 것이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까지 무시하고 힘으로 밀어붙이는 오늘 남중국해 사태를 보면 그 야심이 얼마나 저돌적(猪突的)인지 알만하다. 지금 그 꿈이 가장 날카롭게 주시하는 곳이 남중국해, 그리고 특히 한반도다. 천안함 사태 때 중국이 “서해엔 공해(公海)가 없다”면서 미 항모 조지 워싱턴호의 서해 진입을 한사코 막아 나선 속내나, 중국이 쌍궤병행(雙軌竝行), 쌍중단(雙中斷) 운운하며 주한미군 철수에 공을 들이는 것도 다 그 때문이다.

그리고 보니 중국을 누구보다도 깊이 아는 제임스 릴리 전 주한 미 대사는 2007년 1월 미 의회에서 ‘중국 지도층이 북한의 반 정도를 자기 땅으로 믿고 있고 동북공정(東北工程)과 백두산주변의 대군이 그와 무관치 않다’는 증언을 했는데, 실제로 2004년에는 중국이 경제협력을 토대로 북한을 중국과 일치하게 만든다는 ‘중조일치(中朝一致)’ 계획을 추진하기도 했고, 신임 주한미국 대사로 내정된 빅터 차 교수는 2012년 1월 중앙일보에 김정일 사망 후 중국이 “마치 ‘북한이 중국의 새로운 지방이나 된 것처럼’ 주요국 대사들을 불러 모아 북한의 권력승계 기간 북한의 자주권을 존중해 달라고 강조했다.”며 어이없어 했다. 시진핑 주석도 지난 4월 마라라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반도는 원래 중국 땅이라고 설득했다고 충격을 받는 이들이 있지만 실은 “중국이 북한을 동북 제4성으로 흡수하려 한다.”는 중국 전문가와 그것이 ‘가능 할 수 있다’는 고위 탈북자도 진작부터 적지 않았었다.

‘사드 보복’ 문제만 해도 그렇다. 실은 중국이 사드 배치를 문제 삼는 것은 그 자체가 우리 안보주권에 대한 모욕이다. 그렇다면 우리로서는 당당하게 설명하는 것까지는 몰라도 관용(寬容)을 애걸 할 일이 아니라 정면으로 대처해서 극복하고 이겨 나가야 할 과제였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은 언제든 함부로 문제를 만들어 보복의 칼을 휘두르려 들 테니까. 일단은 우리의 좀 비겁한 자세가 저들의 오만을 부추겼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렇다 치더라도 중국의 핍박은 지나치게 자의적(恣意的)이고 의도적이었다.

중국은 북한 핵미사일 폐기에 총책임을 진 ‘6자회담 의장국’이 아닌가? 그런 중국이 북한 핵미사일 개발은 사실상 방조하면서 우리 방어수단인 사드만 문제 삼아 온갖 치사한 보복을 계속하고, 여기에 외교적 술수와 힘으로 이른바 ‘3불1한(三不一限)’까지 밀어붙이면서 우리 대통령에게 아랫사람이나 대하듯 ‘역사적 책임’ 운운해가며 거듭 거듭 ‘사드 철수’를 강조하곤 했다. 목적이 무엇일까? 중국이 ‘사드 철수’의 전략적 의미를 모를 리 없다. 결국 한미동맹을 청산하고 중국의 배타적 영향권에 들라는 압박일 것이다.

그러나 만약 정말로 그리되면 우리는 어찌될까? 미국이 주도하는 ‘주권평등을 전제로 한 자유민주적 국제질서’ 속에서 이루어 낸 오늘 우리의 자유와 평화, 번영은 더 이상 누릴 수 없을 것이고 우리가 과거 조공(朝貢)질서로 되돌아가거나 제2의 티베트가 되지 않는 다는 보장이 없을 것이다. ‘번영을 위해 안보를 희생하면 두 가지를 다 잃을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가 새삼 무겁게 들리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있어 중국은 여전히 중요한 나라임에는 틀림없다. 북한 핵미사일문제나 한반도 자유통일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이제는 싫든 좋든 중국의 공감이나 적어도 묵시적 이해, 정 안되면 효과적 억제(抑制)라도 할 수 있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한반도의 미래를 설계하기가 어렵게 되어 있으니까. 그러나 이쯤 되면 중국도 북한 못지않게 경계하고 극복해야할 위협의 하나일 수가 있다. 하긴 전통적으로 중국의 팽창주의적 야심은 항상 우리의 중대한 안보위협의 하나였다. 그리고 나라가 죽고 사는 안보문제는 원래 있을 수 있는 모든 경우에 대처 할 수 있어야 하는 법이니까 우리로서는 언제나 이런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차원에서는 아직은 중국을 적절히 억제 할 수 있는 역량과 태세를 갖추는 것이 더 급선무일 것이다.

   그런데 중국을 억제할 수 있는 힘, 그것은 현실적으로 미국밖에 없다. 현 정부 어느 고위 관계자는 입버릇처럼 ‘지난 50년은 한미동맹, 앞으로 50년은 한중관계’라고 해왔지만 그러다가 만에 하나 한‧미동맹이 흔들리면 당장 국가생존이 위협 받을 것임은 물론 한‧미동맹의 기반이 없는 한‧중 밀착은 자칫 중국에의 ‘예속’이나 ‘없이 여김’을 자초하기 십상일 것이다. 이렇게 보면 결국 오늘 우리로서는 튼튼한 한미동맹을 전제로, 중국에는 좀 더 의연하게 대처해서 ‘대한민국’을 주권국가로 존중하게 만드는 것이 우선이고 그 위에 중국의 사회적 이성에 국익으로 설득하는 것이 대중정책의 정도요 한계일 것이다. 한중관계가 아무리 중요해도 한미동맹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2. 북한 핵미사일이 만들고 있는 도전과 기회 

 

   더욱이 지금이 과연 어떤 때인가? 완성단계에 든 북한 핵미사일 앞에 대한민국이 생사의 기로에 서 있고, 여기에 야심찬 시진핑 주석의 중국몽(中國夢)과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관한 한 오바마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와는 차원이 다른 트럼프 대통령의 특별한 의지가 맞물려 우리의 미래에 더할 수 없는 도전과 기회를 만들고 있는 매우 특별한 시점이다.

   사실 핵은 이른바 절대무기(絶對武器)다. 설명하기엔 너무 길지만, 만약 북한 핵미사일이 기정사실이 되고 실전(實戰)에 배치되고 나면 남과 북의 군사력 균형은 결정적으로 붕괴되고 한국은 전략적 피그미가 되어, 점차 한반도 적화통일로 끌려들게 될 가능성이 높다. 설사 일시 평화가 유지된다고 해도 ‘종속적(從屬的), 노예적(奴隸的) 평화’에 불과 할 것이다. 완벽한 대처방법도 찾기 어렵다. 우리 핵이 있어도 심지어는 연합사가 건재해도 북한에 핵이 있는 한 끝내는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결국 우리로서는 북한 핵미사일은 어떻게든 완전 폐기시켜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사실상 우리가 아예 살아남을 길이 없다는 뜻이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폐기’시키느냐 하는 것인데 그동안 우리는 대화로 달래면 될 것이라고 ‘햇볕 햇볕’하며 열심히 퍼주다가 다 굶어 죽어가던 김정일 체제를 살려내 핵미사일까지 만들게 해주었고 ‘6자회담’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외교 경제적 제재’ 방식도 북한의 단호한 의지와 교활한 술수에 휘말려 오히려 북한 핵개발에 이용만 당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평화적 협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은 여전히 많다. 대표적인 것이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대신‘북한 핵미사일을 폐기 혹은 동결’시키자는 이른바 ‘미․북 평화협상론’이 그것이다.

   주한미군 철수? 그런다고 북한이 정말 핵을 폐기할 리도 없지만, 억제는 본래 심리적인 것이어서 당장 북한 핵미사일에 대처하는데도 주한미군의 존재, 특히 연합사가 서울에 존재하는 이상의 방법이 없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중국은 압록강 바로 건너에 있는 반면 동맹 미국은 태평양 건너 멀리 있다. 그래서 주한미군으로 겨우 한반도상의 전략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터에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북한이 설사 핵미사일을 폐기하더라도 한반도는 저절로 중국의 배타적 영향권 하에 들게 될 것이다. 북한, 특히 중국이 ‘주한미군 철수’를 절절이 희원(希願)해 온 이유다. 결국 ‘협상론’은 해결책이 아니라 사실상 자유 대한민국의 미래 운명을 중국과 북한에 내 주는 것에 다름 아닌 것이다.

   그런데 이제 3개월이면 북한의 핵 ICBM도 완성 가능하다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어떻게든 폐기시켜야 한다. 만약 미국이 이번에도 또다시 우물쭈물 그냥 넘어가면 북한 핵미사일은 저절로 기정사실이 되고 멀지 않아 북한 핵미사일이 실전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을 테니까 그것만도 우리의 미래에는 치명적일 수가 있고, 혹시 실망한 미국이 북한과 ICBM만 포기하는 선에서 적당히 타협한다면 우리에게는 그야말로 더 할 수 없는 참사(慘事)가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12월 12일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미․중간 북한 유사시에 관해 논의 중이라는 언급을 했고, 지난 9월에는 미 랜드 폴 미 상원의원이 ‘북한 핵을 포기시키는 대신 평화유지군 차원에서 중국군을 북한에 주둔 시키자’는 주장도 했는데, 혹시 정말로 중국 군(軍)이 개입할 계기라도 만들어지면, 우리의 미래에 돌이키기 어려운 재앙을 초래할 것이다.

   그 반면 전혀 다른 가능성도 있다. 북한 핵미사일이건 자유통일이건 우리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미국이 동맹적 지원을 계속한다고 해도 ‘전략적 인내’같은 것으로는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니 북한 핵미사일 해결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유례없이 단호한 의지는 더없이 소중한 기회일 수밖에 없다. 아니 한미동맹을 더욱 튼튼히 해서 우리의 미래를 위한 기회로 만들어야 할 사안일 것이다.

 
   다만 그의 ‘군사공격 가능성’을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우리 정부도 ‘군사공격 가능성’이 거론될 때부터, 또 이번 한중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 전쟁은 안 된다.’고 나섰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서는 우리도 좀 더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물론 그런 우려가 이해는 되지만,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민국이 죽느냐 사느냐 하는 오늘 이 상황에서는 반드시 옳은 말은 아니고 지혜로운 말도 못된다.

   필요하면 전쟁을 해서라도 나라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지 북한 김정은에게 항복부터 서둘 수는 없는 일이니까. 또 ‘군사공격 없이 북한 핵미사일을 폐기시키라는 것은「베니스의 상인」에서 ‘피(血) 나지 않게 가슴살 한 파운드’를 요구하는 것과 같다는 이도 있고, 오늘의 이 급박한 상황에서는 일부 희생을 각오하고라도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완전히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으니까. 더욱이 군사공격 한다고 무조건 전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고 오늘의 북한 실정에 비추어 적어도 ‘6.25와 같은 형태의 전쟁’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또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서울에 큰 피해 없이 북한 타격할 수 있다.’고 했듯이 반드시 참혹한 피해가 뒤따르는 것도 아니다. 그런 것은 전적으로 작전을 어떻게 전개하느냐에 따라 다른 것이다. 솔직히 중국이라면 몰라도 미국과 북한이 무슨 전쟁이 되겠는가? 무엇보다도 미국이 ‘북한에 최대압박’을 주겠다는 데 그것을 우리가, 하필 중국과 함께 막는 모양새가 어떻게 지혜롭겠는가?

   뿐만 아니라 실은 브루스 베넷 같은 전문가들은 진작부터 이스라엘처럼 폭격을 하든지, 적어도 김정일이가 핵을 포기 하지 않으면 ‘자칫 혼나겠구나.’ 겁이라도 나게 해야지 그 외에는 어떤 방법도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말해 왔다. 실제로 북한이 제일 겁내는 것도 미국의 군사공격이어서 군사공격은 거론 하는 것만으로도 일단 억제 효과는 있다. 하긴 도대체 외교 경제적 제재가 모두 실패한 상황에서 ‘군사공격 협박’ 외에 ‘김정은을 겁내게’ 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이 있겠는가?

   더욱이 우리가 그렇게 막아서면 북한은 어떻게 생각할까? 안심하고 핵 잘 만들라는 격려쯤으로 받아들이지 않을까? 어떤 미 전문가는 과거 한국이 그렇게 미국의 발목을 잡은 결과가 오늘의 이 사태라며 힐난(詰難)하기도 한다. 미국에게는 또 어떻게 들릴까? 사실 ‘대북 군사공격’의 경우, 작전 준비와 사후처리 등 원만한 작전 수행을 고려하면 한국의 적극적인 협력이 거의 필수적이다. 그런 한국이 협력은커녕 딱 잘라 거절하고 막아서면 결국 ‘미․북 평화협정’같은 것으로 북한 및 중국과 적당히 타협하라는 소리밖에 더 되겠는가?

 
   다만, ‘군사공격’도, -‘레짐체인지’도 마찬가지인데- 그것이 ‘북 핵 폐기를 보장 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되는가?’는 여전히 의문이다. 둘 다 뒤를 이은 북한 체제가 핵을 반드시 폐기 할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확실한 방법은? 단 하나, 2007년 2월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이 2차보고서에서 지적했듯이, 그리고 이제는 작년 3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아예 ‘한반도 자유통일, 그것만이 북한 핵 폐기의 실현 가능한 현실적 대안’이라고 단언했던「키신저의 키신저」라던 윈스턴 로드 전 미 국무차관보, 가는 곳마다 ‘북한 해체와 한반도 통일’만이 북 핵 폐기의 유일한 해법이고 만약 중국이 동의하지 않으면 군사적 옵션밖에 없다’고 단언하고 다니는 존 볼튼 전 미 국무차관을 비롯해서 세계 많은 전문가들이 공감하고 있듯이 한반도 자유통일뿐이다.

 

3. 싫든 좋든 미국과 함께 가고 더욱 긴밀해져야 한다. 

 

   그것은 결국 우리가 그동안 6자회담 같은 ‘북 핵 해법’이나 전략에도 문제가 있지만, 아예 목표를 잘못 잡고 있었다는 뜻이 된다. 사실 북한에 저런 체제가 존재하는 한 핵 폐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 할 테니 따지고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그렇다면, 원래 목표가 정확해야 올바른 전략의 선택이나 전략적 노력의 집중도 가능한 법이고 그래서 전쟁원칙의 첫 번째가 ‘목표의 원칙’이니까, 이제는 ‘북한 핵폐기’를 위해서라도 목표를 ‘자유통일’로 명확히 하고 모든 국가적 노력을 여기에 집중하는 형태로 게임의 방식도 바꿔야 할 상황인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는 지금이 더욱 더 소중한 기회일 수밖에 없다. ‘한반도 자유통일’은 어차피 우리가 21세기를 살아남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갈 기저(基底)요 디딤돌이다. 그러나 솔직히 이제는 북한 핵미사일 폐기이건 자유통일이건 우리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미국이 동맹적 지원을 계속한다고 해도 ‘전략적 인내’같은 것으로는 어렵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유례없이 단호해 보이니까 말이다. 하긴 2003년, 의구심만으로도 이라크를 공격한 미국인데 ‘미국을 선제타격 하겠다.’며 태평양을 넘어 워싱턴을 거의 패닉 상태로 몰아가고 있는 ‘북한 핵미사일’을 어떻게 그대로 두고 볼 수 있겠는가?

   다만 어쩌면 그것도 지금이 그야말로 마지막 기회일 지도 모른다. 물론 큰 틀에서 보면 아직은 미국이 국제질서를 주도하고 있고, 중국도 아직은 감히 미국과 정면으로 맞서 적대(敵對) 할 수 있는 입장은 못 되지만, 북한의 급속한 핵미사일 개발과 욱일승천(旭日昇天) 커가는 중국의 국력을 생각해 보면 결코 여유롭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찍이 독일을 통일한 철혈재상 비스마르크가 ‘시대의 흐름 속에 언뜻 언뜻 비치는 기회의 옷자락을 꽉 움켜쥐어야 한다.’고 했는데 싫든 좋든 오늘 우리도 어떻게든 기회로 만들어야 할 때가 아닐까?

   이래저래 이 시점 가장 중요한 것은 튼튼한 한·미동맹이다. 다만 그것도 그냥 범상하게 ‘함께 갑시다.’ 정도가 아니라 한반도 자유통일을 내다보는 대 전략적 차원에서 한·미가 함께 총체적이고 긴밀한 협력을 할 수 있도록 더욱 튼튼하게 재정비 강화된 한미동맹이어야 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전략의 목표도 어떻게든 ‘한반도 자유통일’에 초점을 맞추게 해야 할 것이다.

 
   그러자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릇 동맹의 기저(基底)는 신뢰다. 그리고 동맹 특히 군사동맹관계란 ‘상호간의 깊은 이해와 돈독한 우의(友誼)가 있어야 그 기능이 사는 특별한 관계’다. 오래 동안 미국에게는 사실상 좀 귀찮은 동맹일 뿐이었던 한미군사동맹이 문자 그대로 ‘혈맹(血盟)’으로 진화 한 것은 월남전(越南戰)에서 함께 피를 흘린 후였다. 그렇다면 우선 한반도가 아마겟돈의 현장이 될까 좀 걱정스럽더라도 ‘대북 정보 유입’이건 ‘군사적 협력’이건 한국이 최선을 다 해 오늘의 도전에 앞장을 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의 가슴에 ‘북한의 저항은 물론 시진핑 중국몽의 야심’까지도 극복 할 수 있을 만큼 한․미동맹에 대한 동맹적 우의와 신뢰를 확고하게 심어 주어야 한다. 또한 그의 뇌리에 ‘한반도 자유통일 외에는 완벽한 북한 핵미사일 해결의 길이 없다는 것’을 설득하든 어떻게 하든 한반도 자유통일의 가치도 충분히 높여 주어야한다. 그래야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고 자유통일의 기회를 찾을 수가 있을 것이고 혹시 잘못되어도 적어도 ‘코리아 패씽’으로 우리 생존이 위협 받는 일은 없을 것이 아닌가?

 

 

   아마도 태종 무열왕 김춘추라면 분명 그랬을 것이다. 흔히 오늘 대한민국의 상황이 100년 전 구한말과 비슷하다고들 하지만 이렇게 살펴보면 그 보다는 어쩐지 신라의 3국 통일시기와 비슷해 보인다. 비유하자면 미국은 당시 당(唐)이고 오늘 중국은 당시 고구려 쯤 될 법하지 않을까? 그리고 오늘 우리는 신라, 아니 어쩌면 백제일지도 모르겠다. 오늘 문재인 대통령이 태종 무열왕 김춘추가 될 수도 있고 자칫 잘못하면 백제 의자왕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김춘추라면 한미동맹을 더욱 튼튼하게 재정비해서 어떻게든 오늘의 안보환경을 기회로 잡아챌 것이다. 더욱이 당시 당(唐)나라는 신라와 함께 싸우면서도 신라를 포함하는 한반도 전체를 정복하려는 패권적 야심이 가득했지만 오늘의 미국은 적어도 영토적 야심은 없는 나라다. 그것은 수 십 년 가장 성공적인 한미군사동맹으로 이미 증명이 되었다. 그 반면 오늘 중국은 당시 고구려에 비하면 훨씬 더 강력하고 패권적 야심도 가득해 보인다.

   그렇다면 좌고우면(左顧右眄) 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종 무열왕의 위기와 기회를 함께 맞고 있는 우리 대통령의 행보가 어쩐지 김춘추가 굳이 ‘영토적 야심이 없는 당(唐), 미국’ 대신에 애써 ‘백제의 동맹국이면서 야심은 큰 고구려, 중국’만 찾는 것과 같아서 아쉽고 걱정스럽다. 우리가 자칫 의자왕의 백제가 되거나 잘되어 봐야 결국 고구려 위성국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