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트럼프 대통령이 18일, 향후 미국 외교·안보 전략의 근간(根幹)이 될 국가안보전략(NSS)을 발표했다. ‘대북 군사 공격’ 가능성을 명확히 하고 중국은 ‘경쟁국’, 사실상 적(敵)으로 경계했다. 여기에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내세워 일본·인도·대만과의 협력으로 대처하겠다고 했다. 한국은 ‘미사일방어(MD)에 협력할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지만 ‘동맹적 협력국가’ 명단에는 유보된 셈이다. 실은 9.11과 ‘테러와의 전쟁’ 등으로 오래 동안 가려져 있기는 했지만 1998년 럼스펠드 전 국방부장관이 “중국이 다음 세기의 가장 큰 도전”이라고 지적했듯이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경계심은 뿌리가 제법 깊다.

   그런데 우리가 중국을 ‘운명공동체’라며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는 발뺌을 하고 중국의 ‘일대일로’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나섰다. 여기에 ‘한반도 전쟁은 안 된다’며 미국의 대 북한 ‘최대 압박 전략’에 김을 빼고 군사공격 가능성에도 정면으로 맞섰다. 그것도 하필이면 중국과 함께. 우리 자신의 생존은 물론, 동맹관계란 본래 상호지원관계인데, 지금 수 십 년 만에 ‘핵 대피 훈련’까지 하고 있는 동맹국의 우려를 안다면 함부로 하기 어려운 조치다. ‘사드 배치 여부가 한국이 장차 미․중 어느 편에 설 것인가를 가름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라던 미국 전문가들의 신경이 새삼 곤두서 있을 것이다.

   하긴 미국의 기대와 중국의 강요가 정면으로 대치되고 있으니 우리도 싫든 좋든 조기에 결론을 내야 할 상황이다. 그런데 지난 7월 시진핑 주석은 우리 대통령 면전에서 북한은 사실상 ‘혈맹’이라고 했다. 중국이 북한 핵미사일 폐기나 한반도 자유통일 문제 등에서 한국에 협력할 생각이 없음을 명백히 한 셈이다. 그 뿐인가? 원래 중화사상의 국제질서는 중국을 정상(頂上)으로 하는 종적(縱的)질서이고 시진핑 주석의 중국몽(中國夢)은 바로 그것을 현실에 구현 하겠다는 것이다. 그 꿈이 가장 날카롭게 주시하는 곳이 남중국해, 그리고 특히 한반도다. 지금 중국이 ‘3불’이행과 ‘사드 철수’를 압박하는 것도 결국 한미동맹을 청산하고 중국의 영향권에 들라는 압박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가 있나?

   그러나 만약 정말로 그리되면 우리는 어찌될까? 미국이 주도하는 ‘주권평등을 전제로 한 자유민주적 국제질서’ 속에서 이루어 낸 오늘 우리의 자유와 평화, 번영은 더 이상 누릴 수 없을 것이고 우리가 과거 조공질서로 되돌아가거나 제2의 티베트가 되지 않는 다는 보장이 없을 것이다. ‘번영을 위해 안보를 희생하면 두 가지를 다 잃을 것’이라는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가 새삼 무겁게 들리는 이유다.

 
   더욱이 지금이 어떤 때인가? 완성단계에 든 북한 핵미사일 앞에 대한민국이 생사의 기로에 서 있고, 여기에 야심찬 시진핑 주석의 중국몽과 ‘전략적 인내’와는 차원이 다른 트럼프 대통령의 특별한 의지가 맞물려 우리의 미래에 더할 수 없는 도전과 기회를 만들고 있는 매우 특별한 시점이다.

   만약 실망한 미국이 북한과 ICBM만 포기하는 선에서 적당히 타협한다면 그것만도 우리에게는 참사(慘事)가 될 것이고, 만에 하나 중국 군(軍)이 개입할 계기를 만들어주면, 그것은 우리의 미래에 더욱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 반면 전혀 다른 가능성도 있다. 북한 핵미사일이건 자유통일이건 우리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미국이 동맹적 지원을 계속한다고 해도 ‘전략적 인내’같은 것으로는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니 북한 핵미사일 해결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유례없이 단호한 의지는 더없이 소중한 기회일 수밖에 없다. 아니 한미동맹을 더욱 튼튼히 해서 우리의 미래를 위한 기회로 만들어야 할 사안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내려야 할 결론은 너무도 자명하다. 물론 한중관계도 중요하다. 그러나 무릇 건강한 외교의 기저(基底)는 ‘상호존중’이다. 그래서 국가 간에는 매사 정중하되 의연하고 당당해야 한다. 상대의 오만과 방자, 무례를 감내해서 무시와 경멸을 사는 일은 혹시 성과가 있다하더라도 결국은 나라의 국격을 욕되게 하고 국익을 손상시키는 금기(禁忌) 중의 금기다. 이래저래 결국 오늘 우리로서는 튼튼한 한미동맹을 전제로, 중국에는 좀 더 의연하게 대처해서 ‘대한민국’을 주권국가로 존중하게 만드는 것이 우선이고 그 위에 중국의 사회적 이성에 국익으로 설득하는 것이 대중정책의 정도(正道)요 한계일 것이다. 한중관계가 아무리 중요해도 한미동맹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