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완성단계에 들면서 대한민국이 생사의 기로에 서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전작권부터 조기 환수’하겠단다. 우리 대통령과 국방장관이 미국 대통령과 국방장관을 처음 만나는 특별한 자리에서부터 이 문제를 거론하더니 곧 있을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그 첫발을 뗀다고 한다. 전작권 환수? ‘한미연합전력의 작전지휘를 누가 하느냐?’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사실상 대한민국의 생사를 가름 할 수 있는 문제다.
   그래도 ‘한미동맹만 튼튼하면 된다.’고 강변하지만 연합사라는 핵심 연결고리가 파괴되면 한·미동맹 자체가 한 장의 종이쪽지로 형해화(形骸化) 할 가능성이 더 높다. 아니 실은 한미동맹이 칼집이라면 오히려 연합사가 그 칼날이다. 예컨대 억제는 본래 심리적인 것이어서 북한 핵미사일에 대처하는 데는 연합사가 서울에 주둔하는 이상의 방법이 없고, 장차 한반도 통일과정에서도 그 엄청난 정치, 경제, 군사적 소요를 감당해 줄 수 있는 나라는 사실상 미국밖에 없고 연합사는 그런 지원을 이끌어낼 양호한 통로이자 관리기구인 것이다.
   ‘전작권 전환해도「미래사령부」를 만들어 연합사 체제는 유지하고 사령관만 우리가 맡겠다는데 무슨 문제냐? 미군은 외국군 지휘 하에 두지 않는다는 ‘퍼싱 원칙’까지 허물었다’고 뿌듯해 하는 철딱서니 없는 사람도 있지만 착각하면 안 된다. 연합사가 갖는 ‘전략적 억제력’은 주로 ‘튼튼한 한․미 군사동맹과 그 동맹이 세계 최강 미국군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음을 분명하게 증명’해 주는 ‘미국인 연합사령관’의 상징성에서 나오고, 유사시 ‘미국의 대규모 전력 증원’을 바탕으로 한 오늘의 ‘강력한 한미연합전략태세 구축’도 모두 연합사령관이 ‘미 4성 통합전투사령관’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인 것이다. 또 NATO 28개국은 나라가 우리보다 못해서 미국군 사령관의 우리보다 더 강력한 통제를 감수하고 있을까 잘 한번 생각해 볼일이다.
 
   사실 사령관이 한국인이라도 위에 언급한 연합사의 기능을 기대 할 수 있을까? 또 미국은 지금도 ‘퍼싱 원칙’ 때문에 UN 평화 유지군에도 단 한명 파견하지 않는 나라다. 우리도 월남군 사령관 지휘 하에 작전해야 했다면 월남전에 참전 했을까? 미국이 지금은 ‘한국군 사령관 체제’에 흔쾌히 합의 한다고 해도 실상은 의미 있는 군사력은 파견하지 않겠다는 뜻일 가능성이 더 높고, 특히 유사시 미 증원전력의 적시(適時) 참전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해질 것이다. 2006년 ‘한국이 전작권을 행사하려면 먼저 유사시 미군의 증원 규모부터 제시 해보라.’던 버웰 벨 당시 연합사령관의 말이 바로 그런 뜻이다. 결국 한국인이 지휘관인 연합사는 어디까지나 국민에게 ‘연합사 해체’를 호도(糊塗)하는 것일뿐 오늘의 연합사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더욱이 하필 왜 지금인가? 지금은 북한 핵미사일로 지난 수 십 년 축적된 동족 분단의 모순이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는 한계상황에 부딪쳐 있는 때다. 여기에 야심찬 시진핑 주석의 중국몽(中國夢)과 ‘전략적 인내’와는 차원이 다른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맞물려 우리의 미래에 더할 수 없는 기회와 도전의 시대를 만들고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마다 미국과의 ‘찰떡공조’를 강조하고 있는 데, 하필 이런 때에 왜 이렇게 보채듯이 서두는 것일까? 그것도 굳이 사드 배치는 이 핑계 저 핑계로 계속 미적거리고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이는 “한미동맹 깨져도 전쟁은 안 된다”며 한미동맹의 한계선(?)까지 긋고 나선 가운데 ‘전작권부터 환수하겠다’고 서둔다? 미국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 중차대한 시점, 자칫 미국의 동맹적 신뢰마저 흔들리게 하면 기회는커녕 ‘자유’ 대한의 미래가 없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을 것이다.
   결국 ‘전작권 전환’은 한반도가 자유통일이 될 때까지는 서둘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설사 서둘고 싶어도 먼저 우리 준비를 충분히 끝낸 후에 제시해도 늦지 않다. 적어도 오늘처럼 이렇게 긴박한 상황 하에서는 거론조차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한 일인 것이다.<끝>